[자전거] 브롬톤/섬진강 종주 #2025

#2. 브롬톤으로 가는 1박 2일 섬진강 종주 후기 - [1일차] 강진공용버스터미널 ~ 곡성역

루 프란체 2025. 4. 21. 16:44

섬진강댐 인증센터로

드디어 3회차 섬진강 종주를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섬진강 종주의 출발 지점인 강진공용버스터미널로는 자차를 이용해서 이동을 하기로 했는데 서울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어서 라이딩을 하는 동안 비를 맞는 거 아닌가 걱정은 됐지만 우선은 일기예보를 믿고 그냥 떠나보기로 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토요일 새벽에나 비가 잠깐 온다고 되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라청이었지만.

 

성동세무서에서 동일이를 만나 차에 자전거를 싣고 출발한 게 8시 20분이고 중간에 한 차례 휴게소에 들려 화장실과 커피만 사고 바로 다시 출발해서 섬진강 종주의 출발점인 강진공용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가나안 식당에 도착한 게 12시 40분이니 서울에서 자차를 이용해 섬진강 종주를 가려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참고로 강진공용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동안 차는 의외로 밀리지 않는 편이었다. 아침 7시에 내비게이션을 찍어봤을 때는 3시간 20분 정도가 걸린다고 나와있었으니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떤다면 강진공용버스터미널까지는 꽤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규정 속도를 단 한 번도 넘기지 않고 달린 소요 시간이 4시간 15분이었다.

 

가나안 식당은 예전 브롬톤 타기 밴드에서 섬진강 종주를 갔었을 때 추천 받아서 이용했던 식당인데 그 당시의 제육볶음과 다슬기탕을 잊지 못 해 다시 방문했다. 그리고 역시 너무나도 맛있는 한 끼 식사였다. 제육볶음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좋았을텐데... ㅋㅋ

 

가나안 식당 제육볶음(2인), 다슬기탕(1인)

 

맛있게 밥을 먹고 다시 차를 끌고 섬진강댐 인증센터로 이동해 바로 옆의 섬진강생활체육공원에 주차를 해두고 자전거를 꺼내 준비를 마치니 이 때가 시간이 대략 13시 30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예상했던 계획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기는 했지만 이미 이 날의 목적지는 곡성역으로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에 맞춰서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참, 곡성 시내에는 모텔이 유일하게 한 곳 밖에 없기 때문에 차를 타고 섬진강댐 인증센터로 내려오는 동안에 숙소는 미리 예약을 해놨다. 우리가 예약하던 시점에는 방이 4개 밖에 남아있지 않았었고 그마저도 곡성에 도착해서 모텔에 들어가보니 방이 만실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으니 혹시라도 날이 좋을 때 섬진강 종주를 가려는 분들은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 게 좋겠다.

 

섬진강댐 인증센터

 

준비를 마치고 미리 준비한 물을 물통에 옮겨담고 페달을 밟았다. 그간 2회의 섬진강 종주를 통해 섬진강 종주 구간에는 보급처가 거의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날따라 왠지 물이 부족했다... 왜일까? 그렇게 덥지도 않았는데. 참고로 섬진강 종주는 섬진강댐 인증센터의 뒤로 보이는 차도를 건너서 골목 같은 곳으로 출발하면 된다.

 

장군목 인증센터로

섬진강 종주를 떠나기 전, 일기 예보를 일주일 동안 열심히 보고 갔는데 비가 올 확률의 예보는 계속해서 오락가락이었지만 유일하게 바뀌지 않았던 게 풍향과 풍량인데... 예보 그대로 역풍이 너무 강하게 불어와서 자전거가 통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를 않았다.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속도를 15 를 유지하기도 힘든 정도였다.

 

만약 이게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면... 이 날 구례 정도까지는 무리없이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의 바람이었다. 자전거를 한창 열심히 타던 때의 나였다면 역풍 따위는 상관하지 않았을텐데 초기화는 역시나 무섭다. 7개월만의 자전거를 섬진강 종주로 시작했더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장군목 인증센터로 가는 길

 

섬진강댐 인증센터에서 장군목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길이 매우 깔끔하게 잘 되어있었다. 업힐도 없고 하니 잔잔한 평지를 신나게 달리면 됐는데...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역풍이었다. 도대체 바람이 어찌 이렇게 센 건지...

 

장군목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현수교가 하나 있는데 여기에서 사람이 없을 때 사진을 찍어보는 게 나름의 소원(?) 이었는데 이번에 그 소원을 성취하고 왔다. 어쩐 일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매우 여유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너무나도 강한 강풍에 다리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서 좀 무서웠다.

 

현수교

 

현수교를 지나서 대략 3km 정도만 더 가면 장군목 인증센터가 나오는데 3km 가 이렇게 멀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하루였다. 5분 정도면 도착하겠지 했는데 생각해보니 5분에 3km 를 달리려면 평속이 36km 는 나와야 하는구나. 역풍 때문에 15 로 달렸으니 멀게 느껴지는 게 당연한 거였다. 

 

보통 종주를 다니다보면 자전거 도로에서는 사람을 만나지 못 하더라도 인증센터에 도착하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날은 비 예보가 있었어서 그런지, 자전거 도로와 인증센터가 둘 다 매우 한적했는데 날이 좋아서 그런지 장군목 유원지의 캠핑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섬진강댐 인증센터에서 장군목 인증센터까지는 길을 잃어버리거나 헤맬 염려도 없어서 좋았다. 안내 표지도 나름 잘 되어있었고 바닥의 파란선을 잘 따라가면 교차로 같은 것도 없이 거의 길이 일직선으로 되어있는 수준이어서 누구라도 잘 찾아올 수 있는데 한 가지 헤맬 수 있는 곳을 굳이 후기에 남겨두자면 여기에서는 아무 곳으로나 가도 된다. 어차피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우왕좌왕 하는 분들을 몇 번 봐서...

 

장군목 인증센터

 

장군목 인증센터의 도장을 얼마나 낡고 헤졌는지 도장이 거의 제대로 찍히지도 않는 수준이었다... 좋게 봐서 그만큼 오랜 기간동안 분실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겠지.

 

향가유원지 인증센터로

장군목 인증센터에서 향가유원지 인증센터로 가는 길도 포장이 매우 잘 되어 있어서 달리기에 너무나도 좋은 길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첫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자전거 도로는 상태가 영 별로였고 바로 옆의 차도는 포장 상태가 너무나도 좋아서 차도로 달렸던 것 같다. 이러니 포장이 잘 되어 있다는 기억이 남았지...

 

하여튼 이 날의 문제는 역시나 역풍이었는데 진짜 역풍만 아니었다면 속도를 최소 30 정도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정도의 도로 컨디션? 새롭게 포장된 길이 많아서 너무나도 좋았다.

 

향가유원지 인증센터로 가는 길

 

섬진강 자전거길을 열심히 달리다보니 멀리에 출렁다리 같은 게 보였는데 저기를 사람이 걸어서 다닐 수가 있다고...? 싶었다. 의외로 매우 심하게 고소공포증인 나에게는 절대로 무리인 이야기다. 장군목 인증센터의 그 높지 않은 현수교도 강한 바람에 계속 흔들려서 무서울 정도였는데 저기를 어떻게...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고보면 요즘 여기저기에 출렁다리가 많이 생기고 있다는데 왜 그런 걸까? 이것도 유행을 타나? 자전거 도로 끝부분의 출렁다리가 완전하게 보이는 곳에는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액자 모양의 장식물도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 정도면 꽤 본격적이군.

 

향가 유원지로~

 

정말 특별할 거 없이 잘 닦인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금방 향가유원지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는데 요즘은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서 헷갈리지는 않겠지만 또 굳이 남겨둔다면 여기에서는 우회전을 하면 영산강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섬진강 종주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표지판을 따라서 왼쪽으로 진행했다. 이 쪽 길도 포장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달리기가 너무 좋았다.

 

향가터널에 진입하기 조금 전에 약간의 경사가 있기는 하지만 힘들지는 않게 금방 오를 수 있는데 가끔씩 향가터널이 보수를 위해 공사중일 때는 이 터널을 산을 둘러 올라가서 우회를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벌써 지치는 듯한 기분이다. 향가터널에는 가슴 아픈 역사의 이야기가 있는데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셔도 좋다.

 

향가터널을 지나면 바로다.

 

향가터널을 지나면 바로 향가유원지가 나온다. 향가유원지에는 간이매점이 있는데 날이 좋은 동안에는 캠핑장이 계속해서 운영을 할테니 아마도 주말에는 계속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 물품의 갯수는 매우 적다. 향가터널 쪽에는 깔끔한 화장실도 있으니  향가유원지 인증센터는 섬진강 종주 중에 가장 알찬(?) 인증센터가 아닐까 싶다.

 

향가유원지 인증센터

 

우리도 간단하게 음료나 한 잔 하고 출발 하기로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초기화 상태에서 종주를 오는 건 무리가 있었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머리로는 이 정도 거리면 어느 정도 겠구나 하고 알고 있는데 그걸 몸이 따라주질 못 하는 기분?

 

횡탄정 인증센터로

향가유원지 인증센터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기상청의 예보로는 늦은 저녁에나 비가 온다고 되어있었는데 참으로 지랄맞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 전에 횡탄정 인증센터로 출발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는데 역풍 때문에 속도를 낼 수가 없는게 두 번째로 지랄맞은 일이었다.

 

사진을 찍지는 못 했지만 향가유원지 인증센터를 출발해서 자전거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공사 중으로 막힌 길이 있어서 우회를 해야 했는데 우회라고는 해도 바로 옆에 난 길을 통해서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거리상으로는 차이가 없었다. 근데 아마 금방 끝날 공사일 것 같았다. 우회를 할 때까지만 해도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었는데 어느 정도 달리다보니 다행히도 비가 그쳐서 우중 라이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횡탄정 인증센터로 가는 길

 

횡탄정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었는데 왜일까? 속도를 내지 못 해서일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2회차 섬진강 종주 때에도 이 쪽 구간은 뭔가 너무나도 지루하게 느껴졌었던 것 같은 기억이다. 경치도 좋았는데 왜일까.

 

왠지 모르게 지루했던...

 

횡탄정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공사 구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사가 전부 끝나서 매우 깔끔한 도로로 바뀌어 있었다. 2회차 섬진강 종주 때만 해도 자갈밭이었던 곳이 이렇도록 깔끔하게 바뀌어 있다니 천지개벽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그 당시 분명히 현수막에 공사 기간은 5년 정도로 예상 된다고 써있었는데 이렇게나 일찍 끝나도 되는거야...?

 

깔끔했던 자전거 도로

 

계속해서 길을 달리다보면 저 멀리 오른편에 왠지 저기가 횡탄정이 아닐까? 싶은 곳이 나오는데 그 곳이 바로 횡탄정이다. 이건 누가 봐도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거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횡탄정 인증센터가 있다.

 

예전에 이 곳에 계시던 애터미 아주머니는 지금은 뭘 하고 계시려나...? 애시당초 왜 자전거 인증센터 같은 곳에서 애터미 제품을 팔고 계셨던 건지부터가 이해할 수 없지만 장사는 잘 되셨으려나 모르겠다. 차라리 음료나 간식거리를 팔았다면 잘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횡탄정 인증센터

 

횡탄정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있으니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곡성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횡탄정 인증센터에서 곡성까지는 대략 5km 정도인데 이게 또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멀단 말이지.

 

곡성으로

이 날의 숙소는 곡성으로 정해놨었기 때문에 곡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곡성의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도중에도 몇 차례인가 빗방울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내리다 말다를 계속 반복했던 걸 보면 단순히 그냥 동남아시아의 우기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횡탄정 인증센터에서 곡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횡탄정 인증센터를 출발하면 나오는 다리를 건너면 되는데... 2회차 섬진강 종주 때 GPS 의 문제로 한참을 돌아서 갔던 걸 아직까지도 이불킥을 하고 있다.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40분을 돌아서 갔단 말이지. 덕분에 거리도 10km 나 늘어나고...

 

곡성으로 진입 중

곡성 시내에 미리 잡아두었던 숙소에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숙소는 곡성 시내 유일의 모텔이었는데 방이 5층이라길래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어떡하나 했지만 다행히도 작긴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자전거용 창고도 있었는데 비가 오면 그대로 자전거가 다 젖을 것 같은 느낌의 창고였던지라 나는 브롬톤을 접어서 방으로 가지고 올라갔다.

 

저녁은 예전에 하동에 벚꽃 구경을 하러 갔었던 때에 하동으로 가는 길에 곡성에 잠깐 들렀다가 맛있어보여서 먹어보고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남아있던 곳인데 다시 들렀어도 여전히 맛있는 너무나도 만족스런 한끼 식사였다. 그 때 당시에도 친구들의 만장일치로 다음 날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또 들러서 먹고 왔었지.

 

저녁 식사

 

밥을 먹고 간단하게 맥주를 한 캔하고 잠에 들었다. 가게들이 문을 빨리 닫던 것에 비해서 닭강정 가게는 늦게까지 문이 열려 있어서 다행이었다. 소머리국밥도 맛있었고 닭강정도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