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브롬톤/섬진강 종주 #2025

#3. 브롬톤으로 가는 1박 2일 섬진강 종주 후기 - [2일차] 곡성역 ~ 배알도수변공원

루 프란체 2025. 4. 21. 19:42

사성암 인증센터로

곡성에서 8시 30분에 나와 사성암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사성암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벚꽃 백리가 있어서 벚꽃이 피어있을 때 오면 경치가 아주 절경인데 이미 벚꽃은 다 지고도 남았을 시기여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원래대로의 계획이었다면 한 주 더 일찍 섬진강 종주를 왔었을 텐데 그 때만 하더라도 벚꽃이 많이 남아있었던 걸로 아는데 참 아쉬운 부분이다. 그 때도 아마 주말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안 왔던가... 하여튼 이 놈의 비는 도대체가 왜 주말에만 오는지 모르겠다. 주중에만 오면 안 되겠니!

 

저 멀리 곡성기차마을도 보인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곡성기차마을을 왼쪽에 끼고 곡성 시내를 가로질러 자전거 도로에 진입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바닥이 여기저기 흥건한 걸 보니 새벽동안에 비가 많이 오긴 왔던 모양이었다. 예보가 이렇게까지 맞는다면 오늘은 비를 안 맞고 달릴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면서 기대 했었는데 역시 기상청은 믿을만한 게 되지 못 했다. 이 날도 비를 맞았다.

 

그나저나 자전거 도로 옆의 강가를 2년 전에는 공사를 하느라 완전 뒤집어놨었는데 그 사이 정비가 끝나 아주 예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연이라는 건 이렇게나 금방 복구가 되는 거였나...? 공원도 뭔가 아주 멋있는 느낌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여기가 공사 중이었던 거기가 맞아...?!

 

사성암 인증센터로 가는 길 또한 포장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즐거운 기분으로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약간의 굴곡이 있지만 그렇게까지 부담 될 정도는 아니니 마음 편히 달릴 수 있는 구간이었다.

 

아참, 우리는 곡성에서 잠을 잤기 때문에 지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서편으로 달려서 자전거 도로가 이렇게 따로 마련이 되어 있는데 지도를 봤을 때 동편으로 달린다면 차도 겸용 도로로 달려야 한다. 어차피 서편으로 달리더라도 이제까지 달려왔던 길과 비슷한 길이기도 하고 나중엔 동편과 만나기 때문에 크게 의미는 없다.

 

깔끔한 자전거 도로

 

바로 여기 두가헌에서 서쪽 코스와 동쪽 코스가 만나게 된다. 혹은 여기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는다면 앞으로 조금 더 가서 나오는 두가세월교에서 서쪽 코스와 동쪽 코스가 만날 수 있다.

 

두가헌을 지나서는 한창 인기를 끌었던 무지개색 방지턱이 있는데 이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이 식은 것 같다. 시간이 되는 분들은 두가헌에서 커피를 한 잔 해도 좋은데 문을 여는 시간이 꽤 늦은 편이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두가헌을 지나서 조금만 더 가다보면 캠핑장이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부터 벚꽃 백리길이 펼쳐진다. 벚꽃이 6일쯤 만개 했었는데 의외로 아직까지 벚꽃잎이 조금씩 달려있는 나무들이 있어서 의외였다.

 

두가헌을 지나 벚꽃 백리길

 

벚꽃 백리길은 구례까지 이어지는데 구례까지 왔을 때 슬슬 허기가 져서 밥을 먹고 가기로 하고 구례 초입에 있던 카페 겸 식당에서 돈까스를 먹었는데 이게 웬걸?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튀김 정도도 알맞고 튀김 옷도 적당하고 고기도 두껍고 가격도 적당해서 아주 만족하는 한 끼 식사였다. 그러고보면 이번 섬진강 종주에서 먹은 음식에는 실패가 없었던 것 같네.

 

밥을 먹으면서 밖을 보니 갑자기 비가 내리고 있어서 헉, 큰일이네? 싶었지만 밥을 다 먹어갈 때 쯤에는 비가 그쳐서 밥을 먹으러 들어온 타이밍이 아주 끝내줬네 싶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비를 맞았지.

 

돈까스

 

밥을 먹고 든든한 상태로 다시 라이딩을 시작하니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즐거웠다. 구례구역을 지나서 10분 정도만 더 달리면 다시 벚꽃 백리길로 진입할 수 있는데 여기도 의외로 벚꽃잎을 머금고 있는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눈에 띌 정도는 아니고 이제는 그냥 초록초록이기는 했다. 

 

벚꽃 백리길은 의외로 굴곡도 있고 해서 무작정 평지만 달리는 것보다는 재미도 있고 달릴만 했다. 비록 차도로 달렸지만 차량 통행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이어서 뒤에서 차가 오더라도 다들 멀찍멀찍 돌아서 피해가주시니 사고가 날 염려도 적었다.

 

벚꽃 백리길

 

슬슬 지겨워질 즈음에 사성암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사성암 인증센터는 약간 안 쪽에 숨어있고 사진에서 보이듯이 차량으로 가려져 있을 수도 있어서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으니 미리 위치를 알아가는 게 좋겠다. 나는 이미 세번째니까 뭐... 

 

전 날은 역풍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이 때까지는 바람이 잠잠해져 있어서 라이딩을 해서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크게 무리는 없었던 게 참 다행이었다. 일기예보로는 순풍이 분다고 했었는데 그다지 순풍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사성암 인증센터

 

사성암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곧바로 다음 인증센터인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됐기도 했고 아직은 달릴 만 했다.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사성암 인증센터에서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저번 2회차 섬진강 종주 때는 공사로 인해 막혀서 우회를 했어야 했는데 그 덕분인지 아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사진으로 봐도 누가 봐도 이건 새로 포장한 길이다 싶은 길이 이어졌다. 저번 우회 길은 진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 좁은 길에 차량도 미어터지고 진짜 어휴... 덕분에 새로 알게 된 벚꽃 명소도 있지만.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도 정말 뭔가 특별한 일은 없었다. 오히려 특별한 일이 있다면 그게 이상한 정도랄까...?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도 마찬가지로 벚꽃 없는 벚꽃 백리길이 펼쳐져 있어서 피톤치드를 가득 느끼면서 달릴 수 있었다. 수많은 나무와 구름으로 마스크도 내릴 수 있어서 더더욱 피톤치드를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자연이 최고!

 

피톤치드를 느끼며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남도대교 인증센터에는 휴게소가 있는데 사장님 피셜로 식당으로 등록된 곳이라서 음료가 다른 곳보다 약간 비싸다. 아직 시간이 많고 체력이 많이 남으신 분들은 남도대교를 건너면 화개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 곳에 그 유명한 화개장터가 있고 식당도 많고 하니 괜찮으신 분들은 한 번 들렀다 가도록 하자.

 

우리도 이왕 온 김에 한 번 둘러보고 갈까 하다가 지쳤기도 하고 해서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매번 이렇게 귀찮고 지쳐서 어딘가를 들렀다 갈까 하다가도 그냥 지나쳐버리곤 하는데... 사실 이제까지의 종주 때는 전부 화개장터까지 다녀왔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기대는 이제 남아있지 않았던 것도 있다.

 

남도대교 인증센터

 

인증센터 부스 앞에서 쉬고 있던 고양이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도장을 찍어야 한단다. 도장을 찍고 음료도 마시고 화장실도 들렀다가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자전거 도로의 포장이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가 불편해서 차도로 달리는 걸 추천하고 싶다. 분명히 포장도 잘 된 느낌이고 괜찮아보이는데 막상 달리다보면 매우 불편하다. 우리도 자전거 도로로 어느 정도 달리다가 차도를 이용해서 달렸다.

 

기본적으로는 길을 따라서 직진이지만 자전거 도로는 중간중간 좌회전을 시키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것만 주의해서 달리면 될 것 같은데 이것도 사실 굳이 내려갔다 올라올 필요가 없는데 괜히 빙 돌아가게 시켜서 그냥 차도를 따라서 쭉 달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차량에 주의해야겠지만 차량 통행량이 매우 적으므로 차에 대한 부담도 없다.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달리는 도중에 갑자기 안개가 엄청난 곳을 지나게 되어서 이야, 이런 것도 다 보고 날을 잘 잡았네 하고 생각하기도 잠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에 우리가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기상청의 일기예보와 실시간 중개는 비구름 표시가 하나도 없었지만... 

 

하동군이 매화, 벚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유채꽃으로도 유명해지려고 하는건지 유채꽃이 넓게 심어져 있는 곳도 볼 수 있었다. 비가 와서 사진을 예쁘게 찍지는 못 했지만 유채꽃밭이 생각보다 꽤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이걸 보기 위해 굳이 아래로 내려갈 필요는 없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유채꽃밭 바로 옆을 지나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은 눈으로만 즐기면서 지나가면 된다.

 

저건 무슨 꽃일까?

 

그렇게 비를 맞으면서 달리다보면 매화마을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뭔가 갑자기 훅 끊은 느낌인데 중간에 낮은 오르막도 하나 넘었다. 사실 비가 와서 힘들었지, 비가 오지 않았다면 힘들지 않을 오르막이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던 동안이었는지, 여기를 넘어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냥 여기다가 쓰는데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보면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까지 18km 정도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걸 보고 우와! 생각보다 짧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텐데 18km 달리면 된다는 거 이거 구라다. 달리다보면 중간에 갑자기 22km 남았다는 표지판으로 바뀐다.

 

매화마을 인증센터

 

비도 오고 바람도 차서 춥고 하니 인증센터 옆의 편의점에서 따뜻하게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사진으로 보니까 바닥이 거의 젖지를 않은 게 비가 별로 오지 않은 것 같아보이는데 실제로는 고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오고 있었다.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로

커피도 마시고 초코바도 하나 먹으니 든든해진 상태로 길을 나섰다. 드디어 마지막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화마을 인증센터를 출발하자마자 엄청나게 깔끔한 포장의 길이 나와서 언제 또 이런 길이 생겼지?! 했는데 완전 페이크였다. 공원 입구만 새로 칠한 거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전반적으로 섬진강 종주 길은 대체적으로 깔끔하게 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달릴 맛이 나는 아주 좋은 자전거 도로였다. 괜히 옛날부터 종주 하면 섬진강 종주 라고 하는 게 아니다. 진심으로 영산강 종주 길은 반성을 좀 해야 한다. 다시 포장한다는 것 같기는 한데.

 

속았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계속해서 달리다보면 또다시 유채꽃이 펼쳐진다. 이 쯤 되면 유채꽃으로도 유명해지려는 거 아닐까 싶다. 이 쪽은 매화마을 인증센터에 도착하기 전에 나왔던 유채꽃밭보다 4배는 넓어보이니 이왕 유채꽃을 즐기려면 이 쪽으로 오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유채꽃도 있고 이름 모를 꽃도 있고 대나무도 있고 정체 모를 나무도 있고 벚나무도 심어져 있고 예뻐보일 수 있는 모든 건 다 심어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다. 보기에 너무 좋다.

 

유채꽃을 보면서 힐링~

 

잠깐동안 비가 그쳤다가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에 가까워질 수록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안내 방송으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되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멘트가 계속 나오는 걸 듣고 있으니 지금은 전혀 건조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까지 가려면 낮은 오르막을 세네개 정도 넘어야 하는데 안개 덕분에 뭔가 멋있는 암벽 같은 것도 보고 비가 오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바다 냄새가 조금씩 나기 시작해서 점점 바다가 가까워지는 걸 알 수 있었다. 배알도수변공원까지는 이제 금방이었다. 마지막에 업힐을 하나 올라가야 하는데 여기를 넘을까, 아니면 인도교를 걸어서 건널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그냥 업힐을 오르기로 했다. 말이 업힐이지, 방지턱 수준이라 금방 올라갈 수 있다.

 

바다가 가까워진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다. 태안대교만 건너면 배알도수변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글에다가 적지는 않았지만 남도대교 인증센터를 출발하고나서부터 계속해서 역풍이 불어와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체력이 없어서 마지막 골인 지점이 가까워졌음에도 더 이상 힘을 낼 수가 없었다.

 

태안태교!

 

드디어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이왕 온 김에 유인인증까지 받을까 했는데 2025년 2월부로 유인 인증센터를 폐쇄했다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요즘 유인 인증센터가 많이 없어지는 추세인데 그러면 이건 어디에 가서 인증을 받을까나...

 

하여튼 3회차 섬진강 종주는 여기서 끝이다. 끝!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