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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브롬톤/금강 종주

#2. 브롬톤으로 가는 1박 2일 금강 자전거길 종주 후기 [2024] - [1일차] 대청댐 ~ 부여

by 루 프란체 2024. 4. 29.

대청댐 인증센터로

금강 종주의 첫 시작점인 대청댐 인증센터가 있는 신탄진으로 가기 위해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이제까지의 금강 종주는 대전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대전터미널에서부터 자전거로 신탄진으로 이동하거나 금강하굿둑 인증센터가 있는 군산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신탄진 역으로 곧바로 오는 건 처음이었는데 무궁화 호는 지옥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금강 종주였다.

 

브롬톤을 보관하기 위해 분명히 기차 제일 앞좌석을 한 달 전부터 미리 예매를 해놨었는데 왜인지 좌석이 중간이 되어 있어서 브롬톤을 객실 뒤에다가 놔뒀더니 입석이신 분들이 자전거를 몇 번을 옮겨둔건지 완전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무궁화 호 탑승

 

용산 역에서 신탄진 역까지는 대략 1시간 50분 정도가 걸린다고 기차 시간표에 나와있었는데 오전 9시 37분에 용산 역을 출발한 무궁화 호 열차는 3분 정도가 연착이 되어서 오전 11시 31분에 신탄진 역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면 보통 10분 이상씩 연착이 되기 마련이니까 3분 연착 정도면 거의 정시에 도착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내가 자전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니까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이번이 신탄진 역이에요? 라고 물어보시는 걸 봐서는 기차로 이동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는 많은 모양이었다. 내가 탔던 기차에는 나 밖에 없었지만.

 

신탄진 역 도착

 

금강 종주는 나름 보급을 할만한 곳이 자전거 길의 중간중간에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 한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면 봉크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배고프기 전에 미리 먹어두려고 신탄진 역에 미리 도착해있던 동일이를 만나서 신탄진 역 근처에 있는 맘스터치에서 햄버거를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맘스터치는 역시 싸이버거

 

햄버거를 먹고서 원래대로라면 금강 종주를 위해서는 신탄진 역에서 대청댐 인증센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인증 도장을 찍고 다시 신탄진 시내를 거쳐 세종보 인증센터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브롬톤의 장점을 살려서 택시를 타고 대청댐 인증센터로 이동하기로 했다.

 

좀 꼼수인 듯한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종주 코스는 제대로 자전거를 타고 돌았으니까 꼼수가 아닌 걸로 치고 신탄진 역에서 대청댐 인증센터까지 택시비는 대략 8천원 정도가 나왔다. 사실 브롬톤이라고는 해도 세단에 실으면 죄송한 마음인데 마침 스포티지 SUV 택시가 있어서 택시의 트렁크에 브롬톤 두 대를 안정적으로 싣고 출발할 수 있었다.

 

대청호

 

근데... 종주를 갈 때마다 자꾸 하나씩 인증센터 부스 사진을 찍는 걸 깜빡하는데 오랜만에 출발한 종주라서 그런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사진을 하나 빼먹고 왔다. 사진은 남기지 못 했지만 대청댐 인증센터에서 인증수첩에 도장을 찍고 화장실도 들렀다가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지 모를 세종보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세종보 인증센터로

대청댐 인증센터를 출발하면 신탄진 시내까지 내리막과 오르막이 섞인 길이 나온다. 사실 이게 로드를 탈 때는 전혀 몰랐는데 역시나 브롬톤으로는 오르막이 나온다는 사실이 꽤 크게 체감이 된다. 신탄진 시내까지 이어지는 길지 않은 길이지만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택시로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청댐을 출발해 신탄진을 거쳐서

 

신탄진 시내의 다리를 건너기 전에 편의점에 들러서 물도 사고 커피도 사고 약간의 간식도 사고 금강 종주를 출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길을 건너기 전에 편의점이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길을 건너야 편의점이 있는 게 약간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자전거 길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어준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작년 말에 금강 종주를 왔을 때에는 수해 복구가 덜 되어 있어서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굉장히 많았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청소가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바닥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상태 좋은 금강 종주의 자전거 길인데 초반에 있는 약간의 방지턱을 제외하면 오르막이랄 것 없는 평지가 쭈욱 이어지니 세종보 인증센터까지 더더욱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다.

 

잘 닦인 길을 달린다.

 

내가 금강 종주를 갔을 때까지만 해도 공사 중이 아니었는데 혹시라도 이번주에 금강 종주를 가실 예정이신 분이 있다면 아래 사진의 첫번째에 있는 철제 다리를 미리 건너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데크길 공사로 인해 우회를 해야 한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자출사 (링크) 글을 참고하자.

 

그리고 저번 수해로 인해 유실 되었던 미호천 보행교는 복구가 끝나 있어서 끌바없이 건널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참고하도록 하자. 대신 캠핑장 부근은 아직 청소가 덜 되었는지 자전거 길 바닥에 모래 자갈이 많이 있었으니 이 부분만 조금 조심해서 가면 될 것 같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린다

 

미호천 보행교에서부터 세종보 인증센터까지는 어려울 것 없는 코스였다. 아마 세번째 오니까 종주 코스 구간의 어렵지 않은 구간을 확실히 알고 있으니 어떨 때 체력을 써야하는지 알고 있어서 더욱 어렵지 않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번 금강 종주를 하면서 세종보 인증센터에 있는 건물 안에는 커피를 파는 곳 밖에 없어서 약간 보급이라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요기요나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 어플을 이용해서 미리 세종보에 있는 주차장으로 음식을 배달 시켜두면 보급품을 챙긴다든지 식사를 한다든지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세종보 인증센터

 

세종보 인증센터의 사진을 남기고 도장을 찍고 정말 아주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에 곧바로 다음 인증센터인 공주보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예전에는 세종보 인증센터 부스 바로 옆에 의자가 있어서 앉아서 쉴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의자에 앉으려면 세종보 인증센터 부스 옆의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힘들다...

 

공주보 인증센터로

이 날의 기온은 최고 27도라고 일기 예보가 나와 있었다. 근데 최고 27도라고 하기에는 체감 온도가 너무나도 높았다. 대청댐 인증센터에서 세종보 인증센터까지의 거리는 35km 정도로 평소라면 에이, 이 정도면 자전거를 탄 것도 아니지 라고 할 수도 있는 거리였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어질어질 한 게 영 기운이 없었다.

 

아마 올해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했는데, 보통 4월 말쯤이면 마일리지가 최소 2,000km 는 되었을텐데 올해는 아직 500km 도 안 되었으니 사실 금강 종주를 떠난 것도 약간 시기상조의 느낌도 있었다. 내가 자전거 입문자들을 끌고 100km 라이딩을 갔었을 때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 이랬던 건가... ㅋㅋ

 

공주보를 향해 달린다.

 

하여튼 동일이도 힘들었는지 예정에는 없었지만 공주보를 향해 달리던 중에 있던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금강 종주를 왔었을 때는 이런 카페도 없었는데 점점 자전거 길에 이런저런 카페들이 많이 생기다보니 내가 예전에 작성했던 국토종주 정보글은 점점 쓸모가 없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게시글들도 이제는 좀 최신화를 시켜야 하는데... 귀찮다...

 

자전거를 타고 금강 종주를 하는 중만 아니었다면 좀 더 오래 머물렀어도 좋았을 전망 좋은 카페에서 음료를 한 잔 마시고 출발하니 그래도 역시 당이 들어가니까 조금 정도는 힘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자전거를 탈 때는 좀 먹어줘야 한다.

 

카페에서 에너지 충전

 

카페를 출발해서 자전거 길을 따라가다보면 석장리 박물관이 나오는데 석장리 박물관이 공사 중인건지 문을 닫으려는건지 원래대로라면 박물관 옆을 지나갈 때 보이는 각종 조형물들이 없어져있었다. 석장리 박물관을 지나가는 길은 약간의 오르막인데 사실 이게 높지 않은데 에너지를 충전하고 왔음에도 뭔가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석장리 박물관을 지나면 곧 금강 신관 공원이 나오고 다음에는 꼭 저기를 올라가봐야겠다 하고 다짐만 하게 되는 공산성을 지나 다음에는 저기를 꼭 들어가봐야겠다 하고 마찬가지로 다짐만 하게 되는 무령왕릉을 지나서 조금만 더 가다보면 공주보 인증센터가 나온다.

 

공주보 인증센터 가는 길

 

무령왕릉까지 가는 길에 낮은 오르막이 두 개 정도가 있으니 이 부분만 지난다면 어려울 것 없는 구간이다. 무령왕릉을 지나면 신나는 약한 다운힐이 있으니 조금만 참고 올라보도록 하고 공주보 인증센터가 있는 곰나루 공원에는 파크골프장이 있어서 사람이 갑자기 나올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도록 하자.

 

공주보 인증센터

 

공주보 인증센터에도 인증센터 부스 말고는 아무 것도 없으니 사진과 도장만 후다닥 찍고 백제보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갑자기 배가 너무 고프기 시작해서 빨리 백제보 인증센터에 있는 편의점에 가고 싶었다.

 

백제보 인증센터로

공주보 인증센터에서 백제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아무 것도 없다. 너무나도 놀라울 정도로 아무 것도 없어서 글을 적을 내용조차 없다. 굳이 적자면 공주보 인증센터를 출발하면 나오는 오르막을 두 개를 넘으면 백제보까지는 쭉 평지만 이어진다는 점 정도?

 

그리고 공주보 인증센터를 출발해서 오르막을 두 개 넘으면 나오는 하얀성 모텔에서 사장님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무슨 이벤트인지는 여기 (링크) 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대충 지나가다가 힘들면 들어와서 음료를 마시라는 내용의 이벤트인데 마침 내가 금강 종주를 가기 며칠 전부터 이벤트를 시작하셨는데 하얀성 모텔에 가려면 사실 도로를 건너야 해서 들어가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쳐서 정확히는 무슨 이벤트를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백제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너무나도 방심한 것 같다. 아무래도 봉크가 온 건지 그냥 체력이 부족한 건지 공주보 인증센터에서 백제보 인증센터까지 가는 길은 위에도 적어놨지만 크게 어려울 것 없는 무한 평지길인데도 너무나도 힘들어서 중간에 2회 정도 휴식을 가졌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이런 평지길에서 최대한 시간을 줄인다고 으쌰으쌰 달렸을텐데 아마 내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든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손발이 후덜덜...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인증센터에 도착하면 보통 사진과 도장을 먼저 찍는 편인데 정말 너무나도 힘이 든 나머지 백제보 인증센터에 도착하자마자 도장을 찍는 것도 내팽개치고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빵과 콜라를 마셨다. 곧 있으면 도착할 부여 시내에서 밥을 먹을 예정이긴 했지만 지금 당장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었다.

 

백제보 인증센터

 

빵과 콜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이제 이 날의 마지막 구간인 부여 시내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아나갔다. 역시 보급이란 중요하다는 것을 오랜만에 깨달은 구간이었다.

 

부여 시내로

백제보 인증센터를 출발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덥던 것이 이제는 그늘에 들어가면 싸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온이 내려간 것도 느껴졌다. 그래도 이 날의 목적지인 부여 시내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열심히 힘을 냈다.

 

길도 좋고 하늘도 매우 푸르다

 

부여 시내만이 목적이라면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가 굳이 백마강교를 건널 필요 없이 쭉 직진으로만 가면 바로 부여 시내에 진입 할 수 있는데 사실 작년에 금강 종주를 했을 때 이 쪽 구간의 코스모스와 갈대가 너무 예뻤던 기억이 있어서 이 구간을 다시 지나가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도 백마강교를 건너서 부여 시내로 가기로 했다.

 

지금은 어떻게 되어있을지 빨리 보고 싶어서 이 쪽 구간에 도착하기만을 두근두근 고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봄이라서 그런지 그냥 푸릇푸릇하기만 하고 꽃이 하나도 피어있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지만 그래도 뻥 뚫린 길을 보고 있자니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힐링 포인트였다.

 

부여 시내로!!

 

역시 체력이 부족한 날은 고기다. 고기를 먹어야 한다. 숙소를 잡고 숙소 근처에서 어느 식당을 갈 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제일 처음에 보였던 식당을 가기로 하고 임금님한돈마을이라는 식당에 갔는데 다른 식당에 비하면 양은 적었지만 밑반찬도 잘 나오고 사장님도 친절하셔서 즐거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임금님한돈마을

 

맛있는 밥을 먹고 숙소에 와서 쉬다가 동일이가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보러 가자고 해서 이미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았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한 번 정림사지에 가보니까 무려 문이 열려있었다!?

 

저번 금강 종주 때, 야밤에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구경하려고 했었는데 누군가가 지금 가면 문을 닫았을 거라고 해서 정림사지 근처까지 걸어왔다가 그냥 돌아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그냥 끝까지 와봤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심지어 지금 글을 쓰면서 검색을 해보니 정림사지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 된다고 적혀있네... 왜 그 때의 나는 검색을 해볼 생각을 못 했을까... 와... 갑자기 지난 날이 억울해지는 순간이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하여튼 그동안 보고 싶었던 정림사지 오층석탑도 잘 구경하고 와서 다음 날도 이른 아침부터 라이딩을 해야 하니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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