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로
드디어 낙차로 인해 마무리 짓지 못 했던 동해안 종주의 마무리를 지을 때가 왔다. 사실 손목이 완벽하게 낫진 않아서 아직도 좀 불편한 느낌이 있기는 한데 자전거는 어느 정도 탈 수 있을만한 불편함이어서 동해안 종주를 떠나기로 했다. 다친 지가 벌써 7개월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렇다니...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나보다.
사실 5월 초의 그 많았던 연휴 기간에 갔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계속 비 소식이 있어서 가지 않았던 거였는데... 다녀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어차피 이번에도 달리는 내내 비를 맞게 돼서 그냥 5월 초에 갔었어도 됐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가는 곳마다 비가 오는지...
오전에 잠깐 병원에 들러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떼고 지하철을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다. 예전 같았으면 동서울 터미널까지도 자전거를 타고 갔을텐데 이제는 영 그렇게까지 의욕이 살지는 않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10시 29분에 출발하는 프리미엄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개인적으로 프리미엄 버스가 그렇게까지 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데 이 시간에 출발하는 버스가 이것 밖에 없었다. 10시 버스를 탔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프리미엄 버스가 화물칸은 넓어서 브롬톤을 싣기에는 아주 좋다.
동해안 종주의 종착점인 대진시외버스터미널은 현금 또는 계좌 이체로만 승차권 발권이 가능해서 현금도 미리 챙겨오고 준비성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그새 버스비가 올랐다. 25,100원을 챙겨왔는데 25,600원이었다. 결국은 계좌 이체를 했네.
속초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니 날씨가 꾸리꾸리한 게 사실 이 때부터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며칠 동안 열심히 기상청을 들여다 봤을 때 비가 오지 않는다고 되어 있어서 간 것이었건만, 결국 나는 비를 맞게 될 운명이었던 것이지...
북천철교 인증센터로
사실 떠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북천철교 인증센터로 곧바로 버스를 타고 가서 북천철교 인증센터부터 시작을 할 지, 속초부터 시작을 할 지. 그래도 이왕이면 속초부터 시작하는 게 낫지 싶어서 속초로 왔는데 이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북천철교 인증센터로 와서 할 걸 그랬나보다.
현재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카테고리도 2025 로 할 지, 2024 로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2025 로 해서 딱 하나 남겨두면 좀 그러니까 2024 에 꼽사리를 끼워놨다. 뭔가 고민이 많았던 동해안 종주구만. 한 번에 깔끔하게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왜 자빠져가지고는...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른쪽으로 쭈욱 내려오니 낯이 익은 자전거 도로를 만날 수 있었다. 영금정 인증센터로 가는 자전거 도로! 속초고속버스터미널로 온다면 금강대교를 건너야 하는데 속초시외버스터미널로 왔더니 금강대교를 건너지 않아서 좋았다. 이걸 건너는 것도 나름 일이란 말이지.
그래도 이왕에 속초까지 왔으니 바다 구경도 좀 하면서 달리기로 했다. 영금정 인증센터를 지나서 여유롭게 바다 구경도 하면서 북천철교 인증센터로 향했다. 사실 북천철교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또 하나의 인증센터가 있는데 바로 봉포해변 인증센터다. 이 곳도 저번 동해안 종주 때 도장을 찍었으니 근처에 있는 화장실만 간단히 들렀다가 바로 출발했다.
5월이기도 하고 날씨가 좀 오락가락 하기도 해서 옷을 어떻게 입고 올 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도 추운 것보단 더운 게 낫겠지 하고 약간의 기모가 들어간 이너를 챙겨입고 나왔었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날이 엄청나게 추웠다. 하늘이 저래서 저랬나, 일단 햇빛이 없어서 좋긴 했는데 너무나도 추웠다.
이 쪽 코스는 약간의 오르막은 있어도 본격적인 업힐도 없고 하니 그렇게까지 체력을 많이 소모하지도 않아서 전혀 땀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전 날 점심 이후로 아무 것도 먹은 게 없었는데 바람 방향도 좋아서 그랬는지 앞으로 쑥쑥 나아갈 수 있었다.
달리다 보니 저번 동해안 종주 때 낙차한 곳이 나왔다. 과연 보수를 했을까 안 했을까 의문이었는데 우문이었다. 전혀 보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에 달리면서 보니 고성 구간이 전체적으로 함정이 많아서 나 말고도 낙차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특히 낮이면 몰라도 밤에 이 곳을 달린다면... 어휴...
그 당시 달고 달렸던 고프로의 영상을 돌려봤을 때 구멍이 그렇게 커보이지는 않았었는데 바퀴와 사이즈를 대보니... 이건 넘어질 수 밖에 없었구나 싶었다. 보험 접수를 해주던 고성군의 공무원은 친절했는데 이걸 보수하는 담당자는 다른 공무원이려나?
송지호를 지나면서 이번에는 한 바퀴 둘러볼까 싶었지만 뭔가 날이 쌀쌀해서 이번에도 그냥 지나쳤는데... 송지호를 지나면서부터 드디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맞고 달릴만 한 정도로 비가 와서 우선은 맞으면서 달리기로 했다.
만약 다음 번 동해안 종주가 있다면 그 때는 과연 송지호를 둘러보게 될까? 대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16시 30분에 동서울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일단 죽어라고 밟고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16시 30분 버스는 타지 못 했기 때문에 송지호를 한 바퀴 둘러보고 왔어도 좋았을 것 같다.
비를 맞으며 가고 있으니 북천철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비를 맞으면서 달려왔는데 또 북천철교 부근에는 비가 하나도 오지 않아서 나름 신기한 기분이었다. 포장이 잘 된 아스팔트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 아주 좋았는데 스프린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꽤 좋아할 것 같은 길이다.
북천철교를 지나서 200미터 정도만 가면 북천철교 인증센터가 있다. 예전에는 북천철교가 좀 더 화려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잘못된 기억이었나보다. 왜 그렇게 기억을 했을까...?
인증센터에서 도장만 찍고 화장실을 들렀다가 곧바로 마지막 인증센터인 통일전망대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드디어 3번째 그랜드슬램이 코 앞에 다가온 순간이었다.
통일전망대 인증센터로
드디어 동해안 종주의 마지막 인증센터인 통일전망대 인증센터로 떠날 시간이다. 북천철교 인증센터를 떠나면서 햇빛이 나오길래 이야, 드디어 해를 보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산이었다. 북천철교 인증센터를 출발해서 5분 정도 뒤부터 지금까지 중 가장 강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을 찍는 것도 글렀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중간중간 소강 상태에 접어들 때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봐야 통일전망대 인증센터로 가는 내내 비를 맞았지만...
동해안 종주를 다니면서 그래도 가장 놀랐던 점이 끌바를 할 수 밖에 없던 악명 높던 구간들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 끌바도 나름대로의 추억이 되기는 하지만 영 귀찮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데 이 아래 구간도 원래 우측을 통해 끌바를 해야 하는 구간이었지만 우회할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가 새로 설치되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브롬톤의 가방에 씌우는 레인 커버를 항상 들고 다니지만 이 날따라 레인 커버를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비가 이렇게까지 많이 오다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 했을 때 근처 편의점이나 카페에 들어가서 시간이나 좀 죽이다 왔으면 좋았을 걸 싶기도 하다.
원래는 자전거 앞에 고프로를 달고 다니는데 이 때부터 고프로를 떼어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믿지 않는 게 사랑이라는 단어와 방수라는 단어라서 전자기기는 비가 오면 무조건 젖지 않게 가방에 넣어두어야 한다. 방수가 된다고 백날 자랑해봤자 침수가 되면 고객님 과실이다.
그래도 열심히 달리다보니 업힐 구간 앞에서 비가 어느 정도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어차피 바닥이 젖어있으니 거기서 거기긴 한데 그래도 비가 오는 것보다는 낫다. 이 업힐은 우회가 가능하지만 그래도 뭐 그렇게까지 힘이 드는 곳은 아니라서 그냥 업힐을 넘기로 하고 이 쪽으로 왔다.
이 업힐을 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여기를 참고해서 돌아가도록 하자. 근데 이 업힐 구간이 꽃도 그렇고 경관을 잘 꾸며놔서 한 번쯤은 올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운힐 구간도 꾸불꾸불 하지 않으니 신나게 다운힐을 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재미있는 곳이다.
업힐을 넘어 화진포를 지나서 가다보니 대진항이 나왔다. 드디어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이 곳에는 악명 높은 끌바 구간이 있는데 이제까지의 끌바 구간은 다 보수가 되어 있었는데 왜 이 쪽 구간은 보수를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심지어 굳이 이 쪽이 아니더라도 잘 닦인 길을 통해서 통일전망대로 갈 수 있는 길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쪽 구간으로 가는 걸 왜 고집하고 있는건지... 혹시라도 아래 끌바를 경험해보지 않아도 괜찮다 하시는 분은 여기를 참고해서 잘 닦인 길로 가도록 하자. 사실 저건 넘어봤자 전혀 의미가 없다. 통일전망대에서 대진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끌바 구간을 지나서 이제 드디어 정말로 마지막 구간이다. 1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포기 했기 때문에 편의점에 들러서 빵도 하나 사고 하면서 마지막 구간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두 번째 사진의 금강산 콘도의 바로 뒤가 통일전망대 인증센터다.
예전에는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앞에 통일전망대 인증센터가 있었기 때문에 화살표를 따라서 좌회전을 했어야 하지만 현재는 맞은 편 주차장으로 인증센터가 옮겨졌기 때문에 우측을 잘 보면서 달려야 한다. 이게 특히나 이 쪽 구간은 버스가 많이 오기 때문에 인증센터 부스 앞에 버스가 서 있다면 놓치고 지나갈 수도 있다.
통일전망대 인증센터에서 인증을 마치고 대진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중국집은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우리나라 최북단의 중국집이라고 해서 맛이 좀 궁금했었는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터미널 아주머니께 들어보니 오후 3시가 되면 칼같이 닫는다고 워라밸이 너무나도 부럽다고 하셨다. 나도 부럽네...
버스가 출발하기 까지 아직 한 시간도 넘게 남아서 터미널 아주머니와 수다도 좀 떨고 하나로마트에서 간식 거리도 좀 사고 이왕 온 김에 바다도 조금 더 구경하다가 버스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다. 드디어 그랜드슬램 3회차 달성이다. 휴.
저번 낙차로 인한 충격이 상당했는지 4단으로 변속도 안 되고 체인링도 휘어지고 페달도 맛이 가고... 일단 타봐야 어디가 망가져 있는지를 아니까 끌고 나오긴 했는데 완전 꼬물 자전거 다 됐다. 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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