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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로드/국토종주

[나홀로 국토종주 시리즈] 4박 5일 (2021.05.19~2021.05.23) 간의 여정 - 5일차

by 루 프란체 2021. 5. 26.

창녕함안보 인증센터로

이제까지 종주 일정에서도 늘 그러했듯이 편의점에 들러 간단히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고 창녕함안보 인증센터로 향했다. 적포삼거리에서 조금만 가면 바로 박진고개가 나오는데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는 넘을 수 없을 것 같아 정말 간단히 먹었는데 조금 더 먹었어야 했다. 박진고개를 넘으니까 에너지가 너무 부족했다. 

 

참고로 적포삼거리를 출발하면 영아지 마을의 고개를 넘을 때까지 따로 보급을 할만한 곳이 없으므로 적포삼거리에서 최소한 물은 채워서 출발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채우면 업힐을 넘기가 힘드니 적당히 챙기도록 하자.

 

박진고개로 가는 길... 나는 오늘도 자전거 도로를 전세 냈다.

 

적포삼거리에서 박진고개로 가는 길은 대체적으로 평지다. 중간에 오르막이 나오긴 하는데 그렇게 높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박진고개 전까지 충분히 다리를 풀어주도록 하자. 참고로 어디가 박진고개지? 할 것 없이 그냥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쭉 가다보면 갑자기 뭐야, 저건? 싶은 구간이 나오는데 그 곳이 박진고개다.

 

박진고개는 무려 길이가 1.3km 에 평균 경사도가 10% 인데 이게 사실 처음 초입 경사 때는 뭐야? 넘을만 한데? 싶다가 살짝 경사가 낮아진 후에 정상까지 계속해서 경사가 15% 이상이 찍히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많은 메세지가 남겨져 있다.

 

박진고개를 올라가다보면 안동의 쓰레기 처리장 업힐과 마찬가지로 벽에 새겨진 여러 메세지를 구경할 수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면 메세지를 볼 여유도 없다. 그럴 여유가 있다면 페달을 한 번이라도 더 밟아야 한다. 끌바를 한다면 벽에 새겨진 메세지들을 읽다보면 어느덧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도 좀 사람이 많아야 힘이 나는 곳인데 내가 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반대편에서 내려오던 차들만 있었는데 아마 쟤는 뭐 한다고 이런 곳을 자전거로 넘고 있을까? 이랬을 것 같다. ㅋㅋ

 

박진고개 정상의 경치

 

사실 박진고개가 더 힘든 이유는 여기까지 이미 600km 정도 자전거를 타고 왔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나도 이 때쯤 되니까 다리에 힘이 정말 하나도 없어서 뭐라고 해야 하나, 더 이상 파워를 끌어낼 곳이 없다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느낌이었는데 정말 내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정상에 도착하면 낙동강 뷰가 이렇게 환하게 펼쳐진다. 이제까지의 고생이 보상 받는 느낌이다. 왼쪽으로는 적포삼거리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자전거 도로도 보인다. 보고 있자면 지루할 만도 하네. 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튼 박진고개를 힘들게 클리어하고 쉬고 있자니 반대편에서도 사람이 올라와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다시 길을 떠났다. 박진고개를 내려오면 정말 금방 다시 영아지 마을에 들어가게 되니까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영아지 마을 입구에 깔끔한 화장실이 있어서 업힐 전 경건하게 화장실도 들렀다가 영아지 마을의 업힐에 도전했다. 클래식 음악도 나오는 아주 깔끔한 화장실이었다.

 

영아지 마을

 

6년 전 국토종주를 할 때 영아지 마을 업힐의 초입에서 뭐야, 저거? 벽? 이라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저거 뭐야...? 내가 올라갈 수 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아지 마을 업힐은 초반 경사도가 박진고개의 빡센 부분과 비슷한데 이 곳만 견디고 넘으면 경사도가 다시 낮아지므로 조금만 힘을 내보자. 물론 중간부터 다시 조금씩 높아지기는 한다.

 

포토 스팟~

 

영아지 고개의 다운힐 중 포토 스팟이 있으므로 이 곳에서 사진을 찍고 가는 것도 좋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라이더 두 분은 야, 여기서 사진 찍을까? 라고 뒤에 가시던 분이 앞에 가던 분께 말했으나 앞에 가시던 분이 무시하고 그냥 슝 지나쳐가셨다. ㅋㅋ 찍고 가시지.

 

2021.05.19 기준 영아지 고개의 다운힐을 내려와서 가다보면 도로 보수 공사로 인해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우회전 해서 진행해야 한다. 직진하면 이상한 곳으로 가버리게 된다. 도로 포장을 걷어내서 안내 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조심하도록 하자.

 

여기도 솔직히 엄청 지루하다.

 

영아지 고개를 지나면 창녕함안보 인증센터까지는 지루할 정도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보급할 곳도 간간히 있으므로 가져온 보급품을 전부 몸에 밀어넣고 달려도 된다. 앞으로 남은 구간인 창녕함안보~양산물문화관~낙동강하굿둑 구간은 정말 지루해서 멘탈이 나가기 쉬우니까 여기서부터 벌써 멘탈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자. 혹시라도 몸에 기운이 없다면 창녕함안보 인증센터에서 푹 쉬고 출발하기를 추천한다.

 

창녕함안보 인증센터

 

창녕함안보 인증센터에 도착해서도 매점이 있다. 여기서 파는 빙수가 엄청 맛있어보였는데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아보여서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한다.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로

이번 코스에는 무지막지하게 지루한 평지길이 있다. 단, 이 길은 윗쪽 코스로 갈 때 이야기다. 창녕함안보 인증센터를 떠나서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로 가다보면 길이 좀 애매한 곳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다리를 건너서 진행하면 윗쪽 코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면 밑쪽 코스다. 참고로 정식 구간은 윗쪽으로 가는 코스다. 네이버 지도에서 경로를 조회할 경우 밑쪽 코스를 안내해준다.

 

저기를 또 올라야 한다.

 

높지 않으니 안심하고 올라가자. 저 오르막을 올라서 진행하다보면 무슨 쉼터가 있는 곳 쯤 해서 우회전해서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라는 곳이 나오는데 공도에 두려움이 없다면 그냥 쭉 직진해서 공도로 가도록 하자. 어차피 중간에 다시 공도로 합류해야 한다.

 

유채꽃이 어마무시하다.

 

사실 나는 여기에서도 우회할 생각 없이 정식 윗쪽 코스로 가려고 했는데 그냥 생각없이 네이버 지도만 보고 따라갔더니 어느새 밑쪽 코스를 달리고 있었다. 덕분에 이렇게 화려하게 유채꽃이 피어 있는 구간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아마 윗쪽 구간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윗쪽 코스로 갈 경우 미칠듯이 지루한 평지길이 있지만 거리가 약간 더 길어지고 밑쪽 코스로 갈 경우 거리는 약간 더 짧지만 나름 빡센 업힐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업힐 쪽의 안내가 개떡 같이 되어 있어서 나처럼 정신줄을 놓으면 다운힐을 신나게 한 후에 다시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웬만하면 윗쪽 코스로 진행하도록 하자. 나는 그냥 앞에 가는 아저씨만 따라가다보니 어느덧 밑쪽 우회 코스로 진행하게 되었다.

 

날씨가 아주 좋았다.

 

나는 내가 밑쪽으로 왔구나 라는 걸 여기까지 와서 깨달았다. 6년 전에 했던 국토종주 때 이 다리가 내 오른쪽에 있는 걸 봤던 기억이 남아있는데 갑자기 왼쪽에 나와서 그제서야 아, 잘못 왔네. 하고 알게 됐는데 그렇다고 이 거리를 다시 돌아가기는 그렇고 해서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내 개인적으로 이 코스는 웬만하면 윗쪽을 추천하고 싶다.

 

이 쪽도 공원에 유채꽃이 어마무시하게 피어있어서 눈이 휙휙 돌아가는데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도 많고 라이더도 많고 점점 길이 복잡해지기 시작해서 나중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거기다 누가 봐도 나는 종주하는 힘든 라이더의 티가 팍팍 나는데 사람들은 왜 내 피를 빨면서 달리는 건가... 반대로 좀 끌어줘야 하는거 아니야?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에는 아무 것도 없다. 사람만 점점 늘어나서 인증 사진만 찍고 바로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로

양산물문화관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도장만 꿍꿍 찍고 바로 낙동강하굿둑을 향해 출발했다. 이 코스가 참 빈말로라도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는 코스인데 그나마 역풍이 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로 가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빨리 지나가려고 속도를 좀 냈더니 안 그래도 먹은 것도 적은데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부산에 진입해서부터는 거의 봉크 상태로 라이딩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쯤 되니 유채꽃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중간중간 보급할 곳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사람이 너무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게 큰 실책이 되었다. 적어도 콜라라도 마셔야했다. 가는 곳마다 도대체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던건지 진짜 어우 깜짝 놀랐다.

 

양산물문화관에서 출발하면 바로 물금 시내로 빠질 수 있으니 정비나 보급 등이 필요하신 분은 그 쪽으로 나가면 된다. 그렇게까지 거창한 보급이 필요하지 않다면 중간중간 푸드트럭이 있으니 푸드트럭을 이용해도 된다.

 

사실 여기가 제일 힘들다.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에서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까지는 대략 30km 정도 되고 을숙도에 가까워질수록 약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코스다. 이 날 아침에 박진고개를 넘을 때보다 여기를 달리기가 더 힘들었어. 으엑...

 

끝없는 나무가 펼쳐진 길을 쭉쭉 올라가다보면 드디어 을숙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을숙도가 보이면 이 기나긴 여정도 끝이라는 느낌이어야 하는데 이 을숙도까지가 또 꽤 멀다는 느낌이란 말이지...

 

을숙도가 보인다.

 

마지막 사진의 다리만 건너면 을숙도의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그래도 전에 한 번 와봤다고 길이 기억은 나서 중간에 공사하던 곳을 제외하고는 헤매지는 않았지만 자전거 도로에 사람도 많고 봉크도 와서 그런지 속도계의 속도가 15 를 넘지를 않았고 을숙도에 가까워질수록 힘이 빠져서 마지막 직선 도로에서 한 세 번은 자전거에서 내린 것 같다. 그래서 낙동강하굿둑에 도착했을 때 달성! 보다는 으엑! 이 느껴졌달까.

 

이 때가 대략 오후 5시쯤이었던 것 같다. 비록 봉크 상태였지만 6년 전 국토종주 때는 낙동강하굿둑에서 종주 인증을 받지 못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낙동강하굿둑에서 받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서 조금 더 힘을 냈다. 정말 이 때만큼 콜라가 간절했던 적은 없을 것 같다.

 

낙동강하굿둑 도착!

 

엥? 그러고보니까 인증센터랑 사진을 안 찍었다! 그러고보면 수첩에는 내가 도장을 찍었나? 안 찍었나? 어쨌든 종주 인증은 됐으니까 인증센터 직원 분이 찍어주셨나? 집에 가면 확인해봐야겠다.

 

진짜 이 때 멘탈이 너무 나가서 차분히 정리할 생각도 못 하고 그냥 와버렸는데 여러분은 꼭 꼼꼼히 챙기시길 바란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야말로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에서 인증을 마치면 밀면이나 돼지국밥을 한 그릇 거~하게 먹고 싶었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밖에 안 들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KTX 부터 예매했다. 밀면이나 돼지국밥은 나중에 먹는 걸로... ㅋㅋㅋ

 

부산역에서 KTX 를 타고 간다.

 

하여튼 도착했으니 인증샷도 남기고 낙동강하굿둑 유인인증센터에서 종주 인증도 받고 KTX 를 타고 복귀하기 위해 부산역으로 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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