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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롬톤/섬진강 종주

브롬톤으로 가는 1박 2일 섬진강 종주 후기 - #4. [2일차] 구례 ~ 배알도수변공원

by 루 프란체 2023. 3. 28.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아침 9시에 숙소에서 나와 전 날 브롬브롬님과 함께 살짝 둘러봤던 공원으로 이동했다. 안 그래도 아침에 이 공원에 들러 벚꽃을 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하비님이 벚꽃을 좀 보고 싶다고 하셔서 바로 아 걱정마십쇼! 벚꽃 많은 곳으로 이동할 겁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을 하고 이 공원으로 이동했는데 만족하신 것 같아 다행이다. 혹시라도 만족 못 하셨다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합니다. ㅠㅠ

 

그래도 이름은 적어둬야 할 것 같아 찾아보니 이 공원의 이름은 '서시천 체육공원' 이라고 한다. 공원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알차게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단점은, 이 공원도 절반 이상이 공사 중이어서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가 없었던 점과 다리 위에서 보이는 광경이 공사 현장 때문에 그렇게 예쁘게 보이지는 않았던 점이었다. 근데, 개나리랑 벚꽃이 같이 피어있는 건 또 처음 보네...

 

아참, 전 날 계속 있던 비 예보는 그래도 밤 동안에 비가 오긴 왔는지 아침에 나오니 바닥이 다 젖어있었다. 이렇게 운 좋게 비를 피해가다니 정말 운이 좋았다 라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서시천 체육공원

 

서현님은 아침에 택시를 타고 화개장터로 이동한다고 해서 서현님만 사진에 못 담아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 공원에서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꽤나 시간을 잡아먹었다. 

 

여기서 화개장터까지는 대략 15km 정도의 거리인데 다들 배가 고프다고 해서 공원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가기로 했다. 나 혼자였으면 15km 정도는 뭐 그냥 갔을텐데 단체 라이딩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마스크로 가리니 좀 낫군.

 

오랜만에 주종발효 빵을 먹었는데 역시나 주종발효 빵 시리즈는 뭘 먹어도 중간 이상은 하지만 역시! 그래도! 크림과 팥이 들어있는 버전이 최고인 것 같다. 여기서는 블락커님이 사주셔서 맛있게 냠냠. 나는 제로콜라도 골랐는디... 본의 아니게... 아이고... ㅋㅋ 죄송합니다. ㅠㅠ

 

원래대로라면 사성암 인증센터에서 화개장터가 있는 남도대교 인증센터까지는 어제 봤었던 벚꽃 터널을 계속해서 달렸어야 정상이지만 이 곳 또한 공사 중으로 인해 우회를 해야 해서 공도로 주행을 하게 됐다.

 

공도 주행 중

 

우회를 할 수 있는 코스는 총 두 곳이 있는데 우리는 구례 시내에서 잠을 잤으므로 구례 시내 위에 있는 공도를 통해서 우회를 했는데 주말에다가 벚꽃 시즌이라 그런지 차량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달리는데 약간 애로사항이 있었다.

 

바로 위의 사진처럼 갓길이라도 있으면 갓길로 계속 달리면 되는데 중간중간 갓길도 없고 인도는 울퉁불퉁에 나무가 튀어나와있고 바닥이 깨져있고 솔직히 여기에서 큰 일이 없었던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근데 여기서 달리는 중간에 갑자기 경찰분이 옆으로 오시길래 뭐지? 했었는데...

 

친절했던 경찰분

 

이렇게 반대쪽에서 오던 자전거 분들과 우리들에게 길 안내를 해주시려고 따라오시던 것이었다! 차를 막아주셔서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아, 근데 진짜 감사하면 민원실에 칭찬글을 올려주라던데... ㅋㅋ 나중에 올려야겠다.

 

여기서 길을 건너니 다시 비단길인 자전거 도로가 시작됐고 조금 달리다 보니 아래 사진처럼 다시 한 번 벚꽃이 어마무시하게 피어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니 다시금 다리가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벚꽃 터널이다!!

 

벚꽃이다!!

 

그리고 여기서 있었던 너무나 신기한 일. 길을 건너는 곳에 딱 도착해서 길을 건너기 위해 정차 후 5초 정도 뒤에 반대편에서 오던 택시 한 대가 멈춰서길래 뭐지? 양보해주는건가? 했는데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안에서 서현님이 짜잔~! 이렇게 기가 막힌 타이밍이 있을 수가 있다니!

 

서현님이 짜잔~

 

서현님은 그대로 택시를 타고 떠나고 우리는 다시 라이딩으로 이 벚꽃 터널을 지나기 시작했는데 정말 이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장관이었다. 물론 어제도 라이딩의 말미에 벚꽃 터널을 지나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정말 이 벚꽃 터널을 지나는 40~50분이라는 시간 동안 와... 라는 감탄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한 것 같다. 진짜로.

 

벚꽃 터널

 

벚꽃 터널을 계속해서 달리다보면 전망 좋은 곳이라고 써진 전망대가 나오는데 솔직히 전망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ㅋㅋ 다른 분들이 전부 여기에서 사진을 찍고 계시길래 우리도 여기에서 사진을 한 방 찍고 가기로 했다. 아... 근데 자꾸 서현님이 없어서 미안하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서현님에게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택시 기사님이 여기서 내리는게 낫겠다 해서 중간에서 내렸다고 빨리 오라고 전화가 왔다. 여기서는 차가 안 밀리는데 무슨 말이지? 하고 앞으로 조금 가보니 서현님의 말이 바로 이해가 됐다. 차가 어마무시하게 밀려있었다.

 

짜잔~

 

서현님과 합류하고 남도대교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차도 차였지만 역시나 갓길로 걸어다니는 보행자도 엄청나게 많아서 주의를 하면서 달렸는데 지나가면서 띵띵~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지나가니 대부분 기분좋게 예 지나가세요 감사합니다 혹은 부럽네요! 파이팅! 이라고 대답을 해주셔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남도대교 인증센터

 

남도대교 인증센터에 도착해서 보니 지금까지 있던 수많은 차량 행렬은 전부 화개장터 방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었다. 정확히는 화개장터 위에 있는 쌍계사를 가려는 행렬이겠지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저희도 여기까지 왔으니 쌍계사에 한 번 들렀다가 가죠!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더 이상 거리를 늘리면 안 될 것 같아 이 말은 고이 삼켰다...

 

어쨌든 인증을 마치고 이런 날은 화개장터까지 들어가서 밥을 먹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남도대교 인증센터 옆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맛있어서 간만에 국물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반찬으로 나온 양파 겉절이라고 해야 하나? 이것도 양념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양파, 마늘류를 싫어하는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여기서도 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에 옆에 있던 분들께서 또다시 브롬톤에 엄청난 관심을... ㅋㅋ

 

소머리 국밥

 

밥을 맛있게 먹고 결제할 때 스타일리쉬 하신 사장님이 비싸서 미안해요. 라고 하셨는데 사장님... 서울에서 이런거 먹으려면 2만원은 줘야 돼요. 완전 최고입니다! 라고 대답해드리고 나왔다. 보기보다 건더기도 매우 푸짐하고 간도 내 기준엔 적당해서 정말 최고의 소머리국밥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은 이런 국밥을 못 먹는다고 해서 주문을 안 했는데 보통 다른 식당이었으면 쫓겨날 법도 한데 오히려 친절하게 아무 것도 안 먹고 라이딩 하면 안 된다며 약과와 커피를 타주셨는데 이 약과가 또 어찌나 맛있던지 바로 약과를 한 상자 구매했다. 어쩌면... 사장님의 큰 그림? 

 

남도대교에서 보는 벚꽃

 

남도대교에서 보이는 벚꽃 또한 절경이었는데 내가 저 길을 달려왔구나 라고 생각하니 그 벚꽃 터널이 다시금 너무 그리웠다. 남도대교 인증센터 옆에서 밥을 먹던 외국인들도 잇츠쏘뷰리풀~ 을 계속해서 연발하고 있었는데 그 마음을 내가 너무나도 잘 이해할 것 같았다.

 

화개장터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화개장터를 구경은 해야지 하고 화개장터를 한 바퀴 둘러보고 호떡을 먹고 나왔다. 남도대교를 다시 건너서 나오는 길에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인사하길래 보니 어제부터 계속 만나는 그 부자(父子) 분들이었다.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남도대교 인증센터를 떠나서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향했다.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내 기억에는 평지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오르락 내리락이 있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때는 공도로 달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조금 편하게 가고 싶으신 분들은 공도로 달려도 된다.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가는 길

 

매화마을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길이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한다. 그래도 이전 구간들처럼 심하게 깨져있거나 공사를 하고 있는 구간은 없으니 그냥 길을 따라서 쭉쭉 달리다보면 아래 사진처럼 전망 좋은 곳에서 휴식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곳도 만날 수 있다.

 

몰랐는데 전 날 숙소로 오셨던 마카오님이 사오신 포도쥬스를 블락커님이 짐에 넣고 달리고 계셨었다. 허걱... 무거우셨을텐데... 그래서 다들 블락커님의 짐을 줄이기 위해 강제로 포도쥬스를 2잔씩 보급! 여기서 쉬는 잠깐동안에도 이게 요즘 그 유명한 브롬톤이냐며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으셨다. 아고 뻘쭘해라.

 

강제(?) 보급 중

 

휴식을 마치고 매화마을 인증센터에 도착하기 1km 정도 전에 갑자기 Grace 님이 쉬던 곳에서 가방을 놓고 오셨다고 하셔서 죽어라 되돌아가서 가방을 가져왔다.

 

아래 사진처럼 길이 잘 닦여있어서 금방 다녀올 수 있었는데 휴식하던 곳에서 Grace 님이 저 손 안 가게 잘 하고 있죠? 라고 하셔서 잘 하고 계신다고 하이파이브를 한 지 몇 분이 채 안 지났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ㅋㅋ 그래도 우리나라는 엄복동의 나라지만 양심이 아직 살아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가방이 그 자리 그대로 가만히 있어서 다행이었다.

 

잘 닦인 길

 

남도대교 인증센터를 출발하고나서부터 매화마을 인증센터까지는 딱히 풍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볼만한 게 있는 것도 아니라서 사진도 뭔가 다 건조한 느낌이다. 중간중간 외국인 무리들이 섬진강 종주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인사를 하면 다 받아줘서 재미있었다.

 

매화마을 인증센터

 

매화마을 인증센터 근처에서도 무슨 축제를 하는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인증센터가 뭔지 기웃기웃 거리시는 분도 계셨고 당연히 우리 브롬톤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도 계셨고 참 정신 없는 곳이었다. 아참, 화개장터에서 노래를 부르시던 분보다 여기 축제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계신 분이 훨씬 실력이 좋았다.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로

매화마을 인증센터를 떠나서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역풍이 엄청나게 불기 시작했다. 페달을 열심히 밟아도 속도계를 보니 속도가 17km 정도 밖에 안 나와서 이거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이 조금 들었다.

 

왜냐면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에서 순천 역으로 가는 콜밴을 16시 30분에 예약해둔 상태였는데 여기를 지나갈 때가 대략 15시 가량이었고 블락커님도 버스를 타시겠다고 먼저 좀 가야겠다고 하셔서 마지막에 살짝 걱정이 좀 됐었는데 콜밴을 취소하고 택시를 2대 부르는 걸로 하고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졌는데 전화기 너머의 콜밴 아저씨의 승질난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아저씨 죄송해요. ㅠㅠ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로 가는 길~

 

역풍은 불었지만 그래도 무난무난하게 진행하다가 중간에 휴식을 하기 위해 멈췄다. 여기서 콜밴을 취소하고 화개장터에서 사온 옥수수와 삶은 계란을 먹었는데 이렇게나 껍질을 뜯기 힘든 삶은 계란은 처음이었다.

 

사실 나는 옥수수도 별로 안 좋아하고 삶은 계란도 별로 안 좋아한다. 옥수수 요리는 콘치즈와 스프만 먹고 계란은 어쨌든 삶은 계란이나 구운 계란은 좀 취향이 아닌데 그래도 따지고 보면 삶은 계란보다는 구운 계란이 더 맛있는 것 같다. 하비님 옥수수를 몰래 한 톨 뜯어서 먹어봤는데 음... 역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분홍색 건물은 우리가 멈춘 곳에 있던 화장실인데 남자화장실 문을 닫고 사진을 찍었으면 누가 보면 화장실인 줄도 모를 것 같을 정도로 색감이 예뻤다. 화장실 건물이 이렇게 예뻐도 되나~? 

 

화장실 뒤에도 공원이 있었는데 여기도 벚꽃이 어쩌면 이렇게 예쁘게 피었는지 힘들고 지친 다리를 이끌고 계단을 내려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약간... 뭐랄까? 대성리 역 뒤 북한강 둔치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벚꽃

 

여기서 간식거리를 까먹으면서 쉬고 있으니 계속해서 내 후기에 등장하고 있는 그 부자(父子) 분들을 또 만날 수 있었다. 분명히 우리보다 앞서 가시는 것 같았는데 왜 자꾸 뒤에서 나오시는 거지...? ㅋㅋ

 

그러고보니 여기까지 오는 길에는 유채를 잔뜩 심어놓은 공원이 있었는데 급하게 오느라 사진을 못 찍고 온 게 너무나도 아쉽다. 개나리와 유채 그리고 벚꽃을 같은 지역 안에서 하루만에 다 볼 수 있다니 이런 경험은 또 살면서 처음 하는 것 같다.

 

광양제철소가 보인다.

 

열심히 달리다보면 광양제철소가 보인다. 광양제철소가 보이면 섬진강 종주도 슬슬 마무리를 향해가고 있다는 뜻이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계속 달리다보면 웬 섬이 하나 보이고 그 섬을 지나는 다리가 보이는데 혹시라도 자전거로 달리는 거리를 줄이고 싶으신 분은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유인인증센터 앞까지 연결되어 있으니 다리를 건너도록 하자. 단, 보행교이므로 자전거는 끌바로 가야한다.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계속 가더라도 10분? 15분? 정도만 달리면 마지막 인증센터인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는데 막판에 오르막이 짜잔~ 하고 나타나므로 너무 당황하지 않도록 하자.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에 도착을 30초 정도 남기고 갑자기 뒤에서 미니벨로 파이팅! 이라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1박 2일 내내 계속해서 만났던 그 부자(父子) 분들이 우리 뒤에 있었다. 본의 아니게 시작과 끝을 함께 하게 되다니... ㅎㅎ 근데 분명히 우리 아까 공원에서 옥수수와 계란을 까먹고 있을 때 지나가셨는데 왜 또 뒤에서...?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는 유인인증이 가능한 곳이라서 섬진강 자전거길 종주 인증 스티커까지 받은 후에 콜택시를 3대를 불러서 무사히 복귀했다. 이번 종주의 교훈은 카카오 벤티를 부르려면 30분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것. 브롬톤으로 가는 섬진강 종주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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