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브롬톤/제주환상자전거길

#4. 브롬톤으로 가는 3박 4일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후기 - [2일차] 쇠소깍 ~ 성산일출봉

by 루 프란체 2023. 10. 19.

쇠소깍 인증센터로

아침에 일어나서 네이버 지도를 봤을 때 사실 굳이 전 날의 갈림길로 돌아갈 필요는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내 종주 목표 중 하나가 종주 코스 탐사이기도 해서 굳이 돌아갈 필요가 없는 길을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전 날 숙소까지 올라오는 건 30분 정도가 걸렸었는데 내려가는 건 5분도 안 걸리니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전 글에 실수였다 라고 작성 했던 이유가 여기에도 하나 있는데 예전에는 매우 위험했었던 구간이 그동안 공사를 한 건지 자전거 도로와 차도 사이에 펜스가 쳐져있어서 밤에 왔어도 안전했을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나 서문 로터리까지 와서 잠을 자는 게 좋았을 뻔 했다. 젠장...

 

서문을 향해 가는 중

 

서문 쪽을 지나면서 문이 열린 식당이 있으면 밥을 먹어야지 하고 생각 했는데 문이 열린 식당이 있기는 했지만 왠지 아침부터 먹으러 가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것 같은 그런 식당들만 문이 열려있어서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어느덧 정방폭포를 지나 다시 아무 것도 없는 도로에 들어서있었다.

 

사실, 길 건너편에 식당이 있어서 길을 건너기가 귀찮아 그냥 지나쳤던 이유가 더 크긴 했지만 전에 왔었을 때는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먹었었는데 왠지 이 날은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은 기분이었다. 전 날 밥을 너무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가?

 

시내를 지나 정방폭포로

 

여기까지 왔을 때는 이미 시내를 지나버려서 대충 쇠소깍까지 가면 어딘가 식당이 있겠지... 하고 마저 페달을 밟아서 다음 목적지인 쇠소깍 인증센터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왠지 길을 건너기 귀찮아서 되도록이면 내가 가는 방향에 식당이 나오길 바라면서. 공복에 업힐을 몇 개를 넘으니 뭔가 살이 빠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ㅋㅋ

 

페달을 밟아 가다보면 경치가 너무 멋진 고즈넉한 곳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시간을 꽤 잡아먹었다. 이 곳이 사유지라는 게 더욱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유지라고 하는데 경치가 너무 좋다.

 

그리고... 길을 가다보니 내가 가는 길이 아닌 반대편 길에 국수집이 보여서 결국 길을 건너 밥을 먹게 됐다. 나는 원래 해산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이왕 제주도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볼까 싶어서 전복고기국수를 주문 했는데 전복이 두 개나 들어있었다. 우리 집 옆 갈비탕 가게는 전복 하나에 몇 만원이나 받던데... 

 

국물이 묽었으면 더 맛있었겠다 싶었던 국수도 맛있게 먹고 영수증 리뷰 이벤트로 콜라까지 챙겨서 다시 쇠소깍 인증센터를 향해 길을 떠났다.

 

전복고기국수 냠냠

 

그리고 식당을 떠난 지 1분 만에 쇠소깍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쇠소깍 인증센터 바로 옆이었을 줄은... ㅋㅋ 여기에서 로드를 타고 오신 분들을 만났는데 이 날의 목적지인 성산일출봉 인증센터에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이나 다시 만난 건 안 비밀.

 

쇠소깍 인증센터

 

여기에서 천혜향 쥬스를 하나 사먹었는데 급하신 분은 얼리지 않은 걸로 달라고 말하도록 하자. 꽁꽁 얼려져 있는 걸 받았더니 30분이 되도록 다 못 마셔서 3분의 1은 그대로 남기고 버리고 왔다. 아까워 죽겠네. ㅠㅠ

 

표선해변 인증센터로

천혜향 쥬스를 다 마시지 못 하고 떠난 건 너무나도 아쉽지만 갈 길이 머나먼 나는 남긴 천혜향 쥬스에 미련을 가지지 않도록 한다. 사실, 이 날은 성산일출봉까지만 달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그렇게 부족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냥 늦는 것보단 나으니 빨리 도착하는 걸 목표로 달렸다.

 

그리고 이게 정말 잘 한 선택이었는 게 표선해변 인증센터로 가는 도중부터 갑자기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불기 시작해서 속도를 전혀 낼 수가 없었다.

 

길도 좋고 바다도 좋았다.

 

그리고 이번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뷰가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를 달성할 순간이 찾아왔다. 딱히 이 카페로 가야겠다 하고 알아보고 온 건 아니었지만 표선해변 인증센터를 향해 달리던 도중에 와, 이건 무조건 멈춰야겠다 싶은 카페가 보여서 바로 자전거를 멈추고 들어왔는데 커피도, 케이크도, 뷰도 너무나도 좋았던 시간이었다.

 

나중에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제주도를 또 오게 된다면 다시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맛난 케이크를 한 입 떨어뜨려서 너무 아까웠지만... ㅋㅋ 당근을 떨어뜨리지 않은 게 어디냐.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지나갔는데 다들 어디에 있다가 온 걸까? 막상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라이더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는데 어딘가에서 쉬고 있으면 꼭 라이더들이 많이 지나간단 말이지. 왜일까?

 

그리울 땐 제주

 

예전에 제주도에 왔었을 때 저 리조트를 보면서 그래, 다음 번에는 이렇게 개고생 하지 말고 꼭 편하게 와서 저기에서 묵고 말겠어 라고 생각했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역풍을 뚫고 표선해변 인증센터를 향해 나아갔다.

 

사진으로는 역풍을 표현을 할 수가 없는데 순간순간 자전거가 멈출 정도의 바람이 불어서 진짜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바람 예보를 봤을 때 역풍이 올 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셀 줄은...

 

표선해변 인증센터로 가는 중...

 

여기에서 어떤 로드팩을 봤더니 전기 자전거가 제일 앞에서 끌고 최후미에는 스쿠터를 타신 분이 따라다니면서 가방 이동과 보급을 담당해서 해주고 있었다. 내가 로드를 타던 때에는 저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었지만 저렇게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표선해변 인증센터

 

원래 표선해변 인증센터에 오면 저번에 왔었을 때 맛있게 먹었던 돈까스를 먹으려 했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가려는 식당들은 왜 이렇게 문을 닫고 쉬는 건지 그대로 성산일출봉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성산일출봉 인증센터로

사실 이 구간은 놀라울 정도로 적을 내용이 없다. 업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힘든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슈가 있었다고 한다면.... 역풍이 엄청났다는 정도? 자전거 도로도 예전보다 나름대로 정비되어 있어서 큰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구간이었다.

 

성산일출봉 인증센터로 가는 길

 

그래서 참으로 쓸 내용도 없이 그냥 슝슝 나아가다보니 성산일출봉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해가 지기 시작했을 때 도착할 건 아니었는데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변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시간을 꽤 잡아먹어서 거의 해가 넘어갈랑 말랑 할 때 성산일출봉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쇠소깍 인증센터에서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로드 분들도 성산일출봉까지만 달린다고 하셨었는데 내가 해변에서 사진을 찍는 사이에 이미 인증을 마치고 가셨는지 볼 수가 없었다. 해변까지는 계속 같이 달려왔었는데... 

 

성산일출봉 인증센터

 

인증센터에 도착해서 나홀로 사진도 찍고 도장도 찍고 있으니 전 날 만났던 전기 자전거로 꼬마를 태우고 종주를 하시던 분을 다시 만나서 인사를 나눴다. 아빠와 같이 여행한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숙소로

날이 슬슬 추워지기 시작해서 오늘의 숙소인 성산비치호텔로 이동했다. 사실 여기도 저번에 왔을 때 묵은 곳인데 일부러 이 곳을 다시 고른 건 아니고 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여기가 가장 저렴했기 때문에 이 곳으로 골랐다.

 

숙소에 들르기 전에 먼저 성산일출봉 밑의 스타벅스에 들러서 제주 한정 음료를 마셨다. 근데... 예전에 마셨던 무슨 비자림 어쩌고 뭐시기였나? 그건 굉장히 맛있었는데 이번에 주문한 음료는 정말 대실패였다. 끝까지 다 마시려고 노력은 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마시다가 중간에 나와서 숙소로 이동했다.

 

성산일출봉 스타벅스

 

여름에 왔을 때는 너무 꿉꿉해서 와, 여기서 잘 수 있을까? 싶었었는데 가을에 다시 오니 쾌적하고 좋았다. 사실 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괜찮았는데 키를 뽑으면 에어컨이 꺼지니 밖에 나갔다 왔을 때 너무 더워서 그게 좀 힘들었었다.

 

보통 카드를 꽂아놓으면 전원이 계속 들어오는데 여긴 왜 안 됐을까? 그 부분을 제외하고 침대에서 TV 가 너무 멀어서 글자가 잘 안 보였다는 점만 제외하면 꽤 깔끔하고 넓은 숙소라고 생각된다.

 

성산비치호텔

 

저녁으로는 무조건 흑돼지 삼겹살을 먹으려 했었는데 그냥 이번에도 성산마씸에서 밥을 해결하기로 했다. 고기도 나오고 국도 나오고 반찬도 여러 종류가 나오는 훌륭한 식당이다. 그러고보면 숙소도, 스타벅스도, 식당도 저번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때와 완전 똑같은 루트였네.

 

그리고 또 하나 똑같았던 게... 저번에도 밥을 먹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중간에 먹다 말고 나왔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배가 너무 아파서 밥을 먹다 말고 나왔다. 아마 이건... 스타벅스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스타벅스의 우유는 정말 나하고 안 맞는 듯...

 

성산마씸

 

숙소로 돌아와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배가 또 고파서 편의점에서 과자를 하나 사다 먹는 걸로 이 날의 일정은 끝이 났다. 다음 날 성산일출봉에 올라갈까 말까 고민을 좀 했었는데 새벽에 눈이 떠지면 가고 아니면 마는 걸로 하기로 하고 취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