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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브롬톤/제주환상자전거길

#5. 브롬톤으로 가는 3박 4일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후기 - [3일차] 성산일출봉 ~ 용두암

by 루 프란체 2023. 10. 19.

김녕성세기해변 인증센터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다면 성산일출봉에 올라가려던 계획은 새벽에 눈을 뜨기는 했지만 그대로 다시 자버린 관계로 실천하지 못 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하늘에 구름이 한 점도 없는 게 올라갔다면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었을텐데 하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아침 8시 반에 숙소를 나오면서 보니 전 날 만난 하이브리드로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를 하고 계시던 두 분은 아직 출발하지 않으셨는지 자전거가 방 앞에 그대로 놓여져있었다. 전 날 밤부터 어마무시하게 불기 시작한 바람이 아침까지도 여전히 어마무시한 위력으로 불고 있어서 빨리 출발하셔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3일차 일정 시작~~!!

 

원래 아침 밥으로 칼국수를 먹을 예정은 없었지만 성산을 출발해서 김녕성세기해변 인증센터 쪽으로 가다보니 내가 달리는 쪽에 아침 식사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힌 식당이 있어서 그 쪽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제주도는 보말칼국수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어서 보말칼국수로 주문! 다른 것도 좀 주문해볼까 하다가 과식을 하면 달리기가 힘들 것 같아서 칼국수만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하고 가게 밖을 둘러보니 가게 옆으로 뷰가 좋은 벤치가 있어서 벤치에서 사진을 찍어도 예쁠 것 같았다. 

 

성산봄죽칼국수

 

솔직히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때는 이게 뭐야... 싶은 느낌이었는데 먹어보니 의외로 맛있어서 간만에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고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보니 자전거를 타신 분들이 엄청 많이 지나갔는데 솔직히 내가 간 이 때는 평일이었어서 라이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 했었는데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보니 의외로 평일에 제주도에 오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이 때가 화요일이었는데 라이더를 가장 많이 본 날인 것 같다.

 

김녕성세기해변으로 가는 길

 

근데... 도대체 무슨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지 내리막에서 심지어 페달을 밟고 있음에도 속도가 8km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기 예보 상 북서풍이라더니 딱 들어맞았는 게 기상청의 정확도가 많이 올라갔나보다.

 

하긴 전에 영산강 종주를 갔을 때는 기상청에서 이틀 내내 북풍이라고 하더니 정말 북쪽에서 사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시간을 꽤 단축할 수 있었더랬다. 원래 나는 바람 방향을 따져가면서 라이딩을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래도 뒷바람이 불어주니 좋긴 좋았다.

 

김녕성세기해변으로 가는 길

 

김녕성세기해변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은 없었다. 오르막이 있기는 했지만 아주 낮은 방지턱 수준이었고 바닥 상태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누군가가 들이받은듯한 연석만 제외하면 나름대로 깔끔하게 되어있었다. 사진을 예쁘게 찍을만한 포인트가 몇 군데 있었는데 자전거가 넘어질까봐 자전거를 들고 들어가지는 못 했다.

 

아참, 특별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면 브롬톤을 타고 오신 커플 분들을 봤는데 엄청나게 부러웠다는 것 정도? 근데 예전에 이 쪽을 지나갔을 때는 분명히 말이 풀어져있었는데 이번에는 소가 있네...? 말은 다 어디갔지? 말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바람만 없었다면 뷰도 완벽했을 날씨

 

길을 달리다가 전 날부터 계속 마주치던 로드 분을 또 만나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옆에 보인 카페로 들어갔다. 나는 혼자 다녀도 내가 먹고 싶은 건 이것저것 잘 먹는 편인데 식당마다 1인은 안 된다고 쫓겨나서 밥을 못 드셨다고 한다. 어떤 식당을 가신 걸까...

 

근데... 누가 봐도 여기는 뷰가 좋을 것 같다 싶어서 들어갔는데 커피는 평균이었고 케이크가 좀 실망이었다. 의자가 약간 해변 의자 같은 느낌이어서 색다르기는 했는데 건물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분들은 나 같은 사람이 여기에 앉아있으면 바다가 하나도 안 보일 것 같아서 후다닥 커피를 마시고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바다를 보며 커피 한 잔

 

멋진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다가 전 날에도 봤던 전기 자전거를 선두로 해서 가고 있던 로드팩 분들을 다시 만났다. 내가 그렇게 빨리 가는 편은 아닌데 계속해서 만났던 분들을 만나고 또 만나고 하는거 보면 로드 분들은 휴식 시간을 엄청 길게 가지시나보다.

 

하여튼 로드팩 분들이 어느 해변에 도착해서 휴식 시간을 가지시길래 나도 화장실도 갈 겸 해서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해변에 괴상한 물체가 보이길래 사진을 찍었는데... 이게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뭔지 모를 괴상한 물체의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으니 어느 여자 분이 다가오셔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셨는데 나도 몰라서 대답을 못 해드렸다. 대답은 못 해드렸는데 오신 김에 사진 좀 찍어달라해서 내 사진만 찍어왔다. ㅋㅋ

 

저게 뭘까?

 

짧은 휴식을 마치고 남은 길을 열심히 달려 김녕성세기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자기도 원래 자전거를 타는데 이번에는 걸어서 제주도를 왔다고 다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고 싶다고 하셔서 파이팅을 외쳐드렸다. 일행이시던 아주머니는 내 브롬톤이 접혀서 이지휠로 서있는 걸 보고 세발자전거냐고...

 

김녕성세기해변 인증센터

 

김녕성세기해변 인증센터에서도 약간 휴식을 가지고 이제 마지막 인증센터인 함덕서우봉해변 인증센터로 간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뭐라도 먹을까 했는데 함덕서우봉해변 인증센터까지는 10km 가 채 안 되는 거리여서 함덕서우봉해변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그냥 출발했다.

 

함덕서우봉해변 인증센터로

솔직히 이 구간은 뭐 적을 내용도 없다. 굳이 내용을 적자면 해변이 아닌 시내(?) 비스무리한 곳을 달린다는 것 정도? 바다가 보이지 않으니 약간 재미가 없는데 낙타등처럼 오르락 내리락이 있으니 그렇게 질리지 않게 갈 수 있었다.

 

함덕서우봉해변 가는 길

 

함덕서우봉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전기 자전거와 함께 하시던 로드팩 분들이 먼저 오셔서 쉬고 계시다가 나를 보고서는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쳐주셨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를 하면서 인증센터에서 만나는 분들마다 내 브롬톤을 보고서는 이 작은 자전거로 어떻게 제주도 종주를 해요? 라고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셨었는데 생각보다 할만해요 여러분... ㅋㅋ 대신 조금 덜 쉬어야 하고 페달을 몇 번을 더 밟아야 하지만... ㅠㅠ

 

함덕서우봉해변 인증 완료!

 

인증 도장도 찍고 인증 사진도 찍고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에 편히 앉아서 짱짱 예쁜 함덕서우봉해변을 바라보며 쉬고 있으니 또다시 전 날부터 계속해서 마주치던 로드 3인방 분들이 도착하셔서는 언제 또 여기까지 왔냐고 놀라며 인사를 해주셨다. 아마 본인들이 몇 번이나 나를 추월해서 달렸는데 계속 내가 먼저 도착지에 있어서 놀라긴 하셨을 거다... ㅋㅋ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도 인연인데 사진이나 같이 찍자고 하셔서 사진을 찍었는데 솔직히 죄송한 이야기지만 다 나보다 연상이실 줄 알았는데 다 연하셨다. 반대로 그 분들도 내가 동생인 줄 알았는데 형님이셨냐고 지나가면서 반말 해서 죄송했다고... ㅋㅋ

 

함덕서우봉해변은 짱짱 예쁘다.

 

이번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를 하면서 돈까스를 먹지 못한 게 너무나도 아쉬워서 근처에서 돈까스를 먹고 가기로 하고 돈까스를 검색해봤더니 맛있어 보이는 집이 보여서 그 쪽을 향해 출발했다.

 

용두암 인증센터로

솔직히 돈까스에 대한 내용은 별로 적고 싶지 않다. 내가 원래 가려던 가게가 아닌 다른 가게로 갔는데 정말... 뭐랄까...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이라고 써있었는데 참으로 죄송하지만 아마 조기 마감 할 일은 평생 없지 않을까 싶은 맛이었다. 친절하시긴 친절하셨는데 맛과는 별개의 문제다.

 

마지막 만찬

 

돈까스를 먹고 나와서 마지막 목적지인 용두암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인증 도장 자체는 함덕서우봉해변을 마지막으로 전부 다 찍었으니 용두암 인증센터를 들리지 않고 서울로 돌아가도 되고 사실상 종주는 마친 것이나 마찬가지니 택시를 타는 분들도 있고 한데 이왕 일주를 왔으니 용두암 인증센터까지도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첫 번째 목표는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도장이었고 두 번째 목표는 용두암 인증센터에 있는 유인 인증센터에서 유인 인증을 하면서 용두암 직인을 받는 것이었는데 이왕 목표가 있는 김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용두암 인증센터로 간다!

 

근데 용두암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지루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시내를 거쳐가서 그런가? 제주항에서는 왼쪽을 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진입하던 차량에 치일 뻔도 하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여기는 큰 차가 너무 많이 다녀서 코스를 다른 곳으로 좀 변경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용두암 인증센터를 가기 위해서는 오르막을 좀 올라가야 하는데 산방산을 올라가는 느낌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산방산을 둘러서 올라가던 길을 몇 번에 걸쳐서 나눠서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하면 대충 맞을 것 같다.

 

용두암 인증센터 전 마지막 업힐

 

용두암 인증센터에 도착해서 유인 인증을 받기 위해 주차장을 가로지르니 주차장 직원 분께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친절하시군... ㅋㅋ

 

이왕 온 김에 그동안 인증을 받지 않았던 다른 종주 코스의 인증도 받을까 했었는데 용두암 인증센터에서는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의 인증만 가능하다고 해서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인증만 완료하고 나왔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인증 완료!

 

유인 인증까지 마친 후에 첫 날 즐기지 못 했던 용두암 해변의 경치도 살짝 즐기고 그리운 나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오니 가방에 그동안 먹지 않고 쌓아둔 프로틴과 콜라가 한가득이었다... 왜 받고 왜 샀을까?

 

집으로

용두암 인증센터에서 유인 인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땀이 난 상태로 비행기를 타면 옆자리 손님에게 민폐니까 제주공항으로 가기 전에 샤워를 하기 위해 용두암에서 5분 정도 떨어진 용두암 해수랜드에 들렀다.

 

근데... 나는 혼자니까 용두암 해수랜드를 이용했는데 일행이 2인 이상이라면 근처 모텔에서 대실로 방을 빌려서 샤워를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용두암 해수랜드의 샤워 입장료가 9천원에 샴푸 1천원, 클렌징폼 1천원을 하니 벌써 만원이 넘어갔다. 야놀자를 통해 본 모텔 대실이 보통 2만원에서 2.5만원 정도였던 것 같으니 2인이면 차라리 모텔 대실이 낫다.

 

생각보다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욕탕에서 몸을 풀어주니 기분이 좋았다. 너무 짧게 있다 나와서 몸이 완전히 풀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ㅋㅋ 다음에 또 가야지.

 

용두암 해수랜드

 

용두암 해수랜드에서 샤워를 하고 예비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는 땀이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살살 페달을 밟아 제주공항으로 이동했다. 약간 오르막으로 되어있어서 땀이 날 뻔 했는데 다행히도 날씨가 매우 선선해서 등에만 살짝 땀이 맺히는 걸로 끝이 났다.

 

이틀 만에 만나는 제주공항

 

라운델 직원 분이 귀가하는 날 18시까지 오면 도와줄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18시가 한참 지난 뒤라서 혼자 포장을 해야했다. 장갑을 낄까 하다가 그냥 했는데 다치진 않았지만 아프긴 아프다. 장갑을 끼고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조립은 뭐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손과 발을 써가며 이렇게 사진도 남기고 하면서 쉬엄쉬엄 하니 브롬톤의 포장까지 총 15분이 걸렸다. 처음 바닥판에 몸통을 제대로 세우기만 하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바닥 완충제를 먼저 깔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

 

라운델 포장

 

카운터에서 수속을 마치면 대한항공 직원 분과 함께 수하물 검사대까지 같이 이동해서 자전거 검사를 기다려야 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나 했는데 뭐 어쩌고 저쩌고라고 한다... 기억이 안 나네.

 

하여튼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체크인 카운터와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가 가깝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데 자전거를 가지고 가니 장점이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보통 짐 보관소는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와 정 반대편인 공항의 제일 끝자락에 있으니 오히려 체크인 카운터에서 짐 보관소가 너무 멀어져서 장점이 단점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

 

무사히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스튜어디스 분이 내 가방을 보시고는 우와, 자전거 타고 제주도를 가신 거예요? 너무 멋져요! 라는... 말을 하셔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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