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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브롬톤/제주환상자전거길

#3. 브롬톤으로 가는 3박 4일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후기 - [1일차] 용두암 ~ 법환바당

by 루 프란체 2023. 10. 19.

김포공항으로

정말 생각에도 없다가 급하게 결정한 제주도 종주를 다녀왔다. 비행기의 출발 시간을 7시 15분으로 예약을 했더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시간을 변경해야 하나 하고 출발하는 전 날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한 번 일어나보기로 하고 그 다음은 차를 끌고 갈 지 택시를 타고 갈 지를 하루종일 고민 하다가 결국 차를 끌고 가는 걸로 결정했다.

 

새벽에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은 도로가 뻥~ 뚫려서 40분 정도로 갈 수 있었는데 김포공항에 거의 다 도착해서는 무슨 안개가 그렇게 심한지 천천히 가느라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정말 앞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의 안개였다.

 

김포공항에는 제1 주차장, 제2 주차장, 화물청사 주차장이 있는데 제1 주차장과 제2 주차장이 있다는 것만 알고 미리 주차 예약을 통해 제2 주차장을 예약했다가 떠나기 직전 화물청사 주차장이 제일 저렴하다는 글을 발견해서 미리 예약했던 제2 주차장을 취소하고 화물청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탁월한 선택이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

 

어쨌든 집에서 5시쯤 출발해서 6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화물청사 주차장에서 오는 방향 기준으로 공항 제일 반대편 끝까지 가야 라운델 카운터를 만날 수 있었다. 대략 10~15분 정도가 걸렸는데 지하철을 타고 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바로일 듯 하다. 

 

라운델 관련 글 중에는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라는 글도 있고 직원 분이 그래도 도와주시려고 하는게 느껴졌다는 글도 있었는데 내 경우에는 직원 분이 정말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안전하게 패킹을 마칠 수 있었다. 혼자 하려면 약간 빡셀 것 같은 느낌?

 

내 브롬톤 P라인의 경우에는 직구품이라 싯포스트가 익스텐디드 싯포스트가 장착이 되어 있어서 이것도 라운델 이용 전 검색해보니 싯포스트를 빼야 한다는 글이 있어서 렌치를 빌릴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뚜껑만 대충 닫히면 문제 없이 수속이 될 거라고 직원 분이 말씀하셔서 싯포스트를 제거 하지 않고 포장을 했다. 그래서 아래 사진에 보면 뚜껑이 삐딱하게 닫힌 걸 볼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수하물로 브롬톤을 부칠 수 있었다.

 

라운델 이용

 

나는 대한항공을 이용했는데 수하물로 짐을 부치면 항공사 직원이 와서 직접 짐을 가져간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막 자전거를 안전하고 소중하게 다루진 않고 그냥 막 대충 다루므로 내 자전거가 정말 소중해 하시는 분은 자차에 넣어서 자차를 배로 가지고 가는 수 밖에 없겠다.

 

수속 할 때 '이거 자전거죠?' 라고 카운터에서 묻는 걸 보면 라운델 후기가 생각보다 찾기 빡세긴 했는데 그래도 라운델을 많이들 이용하시는 모양이었다.

 

내가 탈 비행기

 

원래 비상구 좌석이 아니었는데 체크인 시에 비상구 좌석으로 해도 되겠냐는 말에 그러세요 했는데 다행히 비상구 문을 열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앞에 있는 저 안내 그림도 열심히 봤는데... ㅋㅋ

 

비상구에서 감귤 쥬스 한 잔

 

이륙이 연착되어 10분 정도 늦게 출발한 비행기는 대략 50분 정도를 날아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스튜어디스 분이 내 자리 받침대를 꺼내주려다가 실패 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비행기에서 내릴 때 못 꺼내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하고 다시 말씀하시는 게 내가 컴플레인을 걸 것처럼 생겼는가보다...

 

날고 날아 제주로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저 끝까지 가면 짐 보관소에서 라운델 직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후다닥 와서 반겨준다. 이 짐 보관소가 제주도를 한 바퀴 돌고나서 다시 들러서 라운델 박스를 받아야 하는 곳이므로 잘 기억해두도록 하자.

 

몇 시 비행기로 돌아가냐고 물어보시길래 평일 저녁 8시 반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돌아올 예정이라고 말씀 드리니 그 때는 직원이 없어서 혼자 박스를 조립, 포장 해야 한다고 직원 분이 말씀하셨다. 라운델 포장이 은근히 빡세서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제주공항에서 라운델 박스를 맡기고 출발

 

근데 제주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건 왜 이렇게 항상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네이버 지도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서 대충대충 제주공항 밖으로 나오면 이제 제주 환상 자전거길 라이딩의 시작이다.

 

용두암 인증센터로

사실 용두암 인증센터는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돌고나면 다시 도착하게 되므로 처음에 꼭 들릴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뭔가 여행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 들렀다 가기로 했다. 아참, 10월 중순의 제주도의 날씨는 매우 더웠다. 반팔, 반바지에 여름용 팔토시, 다리토시만 했는데 한여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열심히 가는 중

 

근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전에 왔을 때 먹어보지 못 한 김만복 김밥을 먹고 용두암으로 가기로 했다. 분점이 워낙 많아서 아무 곳이나 가도 되지만 이왕 먹는 김에 본점을 가야지 하고 본점으로 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무데서나 먹어도 똑같은 맛일 것 같다.

 

더 솔직하게 평을 남기자면 굳이 우회하면서까지는 먹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닌데 아래 사진에서 왠지 이런 맛일 것 같은데 하고 드는 생각의 맛이 그대로 난다. 나도 김만복 김밥에 가기 전에 사진을 보고 이런 맛이겠지 싶었었는데 진짜 딱 그대로의 맛이 났다.

 

이번엔 자전거를 타고 가서 쫄면인지 비빔면인지를 못 먹었는데 다음에 한 번 더 두 개를 같이 주문해서 먹어보고 싶기는 하다. 그리고 1인용 좌석에서는 이륜차 주차 구역이 그대로 보여서 혼밥을 하기에는 아주 괜찮기는 했다.

 

김만복 김밥

 

김밥을 먹고 다시 제주공항 쪽으로 돌아와서 이번엔 반대쪽으로 꺾어 용두암 인증센터 방향으로 향했다.역시 처음 바다가 보이는 저 순간은 정말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약간 그... 슬램덩크 오프닝의 그런 느낌?

 

용두암 가는 길

 

용두암에 들어서면 예전에는 인증센터로 가는 방향 안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도대체 어디야 하고 한참을 헤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파란 선과 안내 문구가 제대로 적혀있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왔었을 때는 수첩을 안 가지고 와서 사진으로만 인증을 남기는 바람에 조금 종주의 재미가 반감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잊지 않고 수첩을 잘 챙겨와서 도장을 쿵 찍으니 이제부터 여행의 시작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용두암 인증센터

 

외국인이 내가 부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유명한 건물인 줄 알고 같이 사진을 찍길래 디스 이즈 사이클 트래블 스탬프 하고 콩글리쉬로 알려주니 오~ 하고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ㅋㅋ

 

다락쉼터 인증센터로

제주 환상 자전거길이라고 하면 역시 개판인 도로 상태부터가 떠오르는데 중간중간 보수 공사를 했는지 인도 쪽에 보이는 자전거 도로도 예전보다 폭이 넓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도로 상태도 꽤나 좋아져 있었고. 물론 도로 갓길에는 수많은 차들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었지만... 제주도는 이거 단속 안 하고 뭐하나? 자발적 세금 납부 희망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다락쉼터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자전거에서 내려서까지 사진을 찍을만한 풍경은 없었고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안장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이동하는 걸로 충분했다. 근데 사실 바로 전 주까지 동해안 종주를 하면서 바다를 지겹게 보고 와서 그런지 바다를 봤을 때의 감흥도 좀 덜 했다... ㅋㅋ

 

바다도 보고 풍경도 보면서 설렁설렁 간다.

 

예전에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돌았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저기 보이는 등대는 참 특이하게 생겼네 하고 생각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이게 그 이호테우? 뭐시기라는 유명한 등대라는 걸 미리 듣고 가서 사진을 찍으러 잠깐 들렀다 왔다. 

 

굳이 아무도 안 가는 방파제까지 들어가서 저 흰색 등대의 바로 앞까지 다녀왔는데 앞모습은 영 별로였고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면 옆모습을 찍어야 했다.

 

이호테우를 들렀다가 다락쉼터 인증센터로~!

 

이호테우를 지나면 시내를 지나는데 여기가 좀 길이 개판이다. 인도로 달리자니 좁고 깨져있고 차도로 달리자니 차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냥 차도 끝에 붙어서 달리는 게 가장 편안한 방법이다. 물론 게 중에는 빵빵 거리면서 위협하는 운전자들도 있기는 한데 내가 안전하려면 차도가 제일이다.

 

하여튼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돌면서 제일 재미 없다고 생각했던 길이 용두암 인증센터에서 다락쉼터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 지나는 시내와 마지막 함덕해변에서 용두암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 지나는 시내였던 것 같다.

 

다락쉼터에서 보이는 바다

 

노잼 시내를 지나서 달리다보면 다락쉼터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실수했던 것이 내가 전에 왔었을 때는 다락쉼터 인증센터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인증을 마친 후 바로 음료수를 한 잔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편의점이 없어져 있었다...

 

물론 다락쉼터 인증센터 앞뒤로 편의점이 많으니 편의점 보급은 걱정할 건 없지만 여기에서 음료수를 마시려던 첫 계획이 틀어지니 뭔가 벌써 계획을 다 망친 느낌이었다.

 

다락쉼터 인증센터

 

편의점도 없어졌겠다 오래 있을 필요 없이 바로 출발해서 다음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서 무언가를 마시기로 했다.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로

다락쉼터 인증센터에서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전 구간이 꽤 좋았던 걸로 기억을 해서 이제부터 고생은 좀 덜 하겠지 싶었는데 내 기억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 구간 초반에는 좀 별로인 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기에서 로드를 타시는 분들과 몇 번 정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었는데 나중에는 서로 사이좋게 공도로 달렸다. 평지에서는 내가 뒤쳐졌는데 오르막은 내가 더 빨라서 자꾸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리게 됐다. 

 

별로인 길이 좀 이어진다.

 

카페콜라는 저번에 제주도에 왔었을 때도 못 갔는데 이번에도 못 가지 못 했다. 다음에 제주도에 오게 된다면 그 때야말로 반드시 들리고야 말겠다. 뭐하는 곳인지 매우 궁금하지만 인터넷으로 찾아보지 않고 직접 체험을 하기 위해 존버 타는 중... 콜라만 파나?

 

카페콜라

 

카페콜라를 지나서 조금 가다보니 해안도로로 갈지, 일주도로로 갈지 정하는 이정표가 나왔다. 물론 나는 바다를 구경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해안도로로 가는 이정표를 택했다.

 

이왕 제주도까지 왔으면 일주도로로 가지 말고 해안도로를 따라서 바다를 구경하면서 달리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은 개인적인 의견이다. 앞으로 2박 3일간 주구장창 바다를 보게 될 테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다.

 

해안도로를 달린다.

 

다락쉼터 인증센터에서 협재 해수욕장까지 오는 길에는 편의점이 셀 수 없이 많이 있었지만 왠지 자전거에서 내리기가 귀찮아서 결국 여기까지 와서야 편의점에 들릴 수 있었다. 핫식스를 두 개나 살 생각은 없었는데 원플러스원 행사를 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두 개를 받아왔다. 

 

종주를 혼자 다니면 단점이 밥을 편의점에서 떼우게 된다는 점이 있고 원플러스원 상품의 경우 하나를 못 먹으면 그대로 들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있다. 요즘은 어플을 이용해서 보관도 되기는 하는데 보관을 하면 또 언제 먹게 될 지 몰라서...

 

장거리 라이딩의 필수품, 핫식스...

 

협재 해수욕장을 지나면 자전거 도로가 굉장히 넓어진다. 이렇게까지 넓게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넓은데 여름 성수기가 지나서 그런지 주차된 차도,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원래 여름에 여기에 온다면... 어우...

 

아래 마지막 사진은 내가 저번에 제주도에 왔을 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갔던 나무인데... 이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보이던 햄버거 집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햄버거를 먹고 갈까 했었지만 없어진 것 같았다. 아쉽다...

 

협재 해수욕장

 

협재 해수욕장을 지나서 조금만 더 달리면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에 도착한다. 제주도는 일단 기본으로 바다가 보이기 때문에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들은 뷰가 좋은 편은데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 뒤에 있는 카페도 뷰가 꽤 좋은 편이라서 여기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가기로 했다.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

 

근데 커피를 마시려고 들어갔는데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에 홀려서 나도 모르게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원래 제주도까지 왔으니 바다를 보면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가지려고 했는데 이 날은 바람이 너무 거세서 그냥 카페 안에서 아이스크림만 호다닥 먹고 다음 인증센터로 출발하기로 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스크림도 먹고 아메리카노도 마시면 되는 거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 그랬으면 예정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 했을 것 같아서 아이스크림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 카페

 

사장님이 귤도 좀 먹어보라고 하셔서 두 개만 챙기고 사장님께 부탁해서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와 같이 사진도 찍고 다음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웬만하면 사장님한테까지 부탁하고 싶진 않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행인이 지나가지 않아서 할 수 없이... ㅠㅠ

 

송악산 인증센터로

송악산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포장도 잘 되어 있고 길은 넓은데 차량 통행도 많지 않아서 여유있게 달릴 수 있었다. 근데 이제 보니까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오른손으로 찍은 사진은 다 사진이 조금씩 기울어져 있네... 예전에 쇄골이 부러진 이후로 뭔가 균형 감각이 잘 안 맞는 느낌이다.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 카페는 바다 옆에 있는 카페 치고는 뷰를 즐길 수 있는 카페는 아닌데 예전에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왔었을 때 직원 분이 꽤 친절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뷰가 좋은 카페들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과감히 패스.

 

송악산 인증센터로 가는 길

 

제주 환상 자전거길이 으례 그렇지만 이 쪽 구간을 달리다보니 그늘이 하나도 없어서 덥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다음에 또 제주 환상 자전거길을 오게 된다면 그 때도 10월에 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팔토시, 다리토시를 하지 않았다면 또다시 새까맣게 타버렸을지도...

 

10월의 제주도는 아주 좋았다.

 

여기서 한 번 중간에 좌회전을 하라는 표시와 함께 바닥의 파란색은 직진으로 되어 있는 곳이 있어서 길을 한 번 헤맨 것만 제외하면 다른 안내는 무난하니 잘 되어 있어서 아무 걱정 없이 달릴 수 있었다. 여기서 다른 분들과 함께 길이 어디일까요 하면서 찾아헤맸던 것만 생각하면... ㅋㅋ 다음에 가면 헷갈리지 않을 수 있겠지.

 

다락쉼터 인증센터에서 출발 했을 때의 로드팩들은 내가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에서 쉬고 있을 때 이미 다 가버렸고 여기에서는 또 다른 MTB 를 탄 세 분과 함께 길을 달릴 수 있었는데 친구 분들끼리 온 것 같은게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는 과연 언제쯤 친구들과 제주도를 올 수 있을까?

 

이 쪽도 차가 많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송악산 인증센터 뒷 편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유명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고 있길래 나도 먹을까 하다가 그냥 말았는데 다음 번에는 한 번 먹어봐야겠다. 왠지 이 날은 하루종일 배가 고프질 않아서 뭔가를 먹지를 않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먹은 거라곤 김만복 김밥과 아이스크림 하나뿐?

 

송악산 인증센터

 

MTB 분들은 여기까지만 자전거를 탄다 하셔서 인증 사진을 좀 부탁 드리고서 나는 바로 길을 떠났다. 해가 지기 전에 법환바당 인증센터에 도착하는 게 목표였는데 이미 불가능한 목표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법환바당 인증센터로

예전에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를 왔을 때 법환바당 인증센터에 도착했더니 벌써 해가 완전히 져서 깜깜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해가 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법환바당 인증센터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송악산 인증센터에서 만났던 분이 본인은 여기에서 잔다고 하셔서 나도 여기에서 잘까 하고 잠시 흔들렸지만 그래도 첫 날 거리를 최대한 빼두는 게 남은 종주가 편해지는 길이라서 과감히 다시 페달을 밟았다.

 

송악산을 떠나는 중

 

그러고보니 저번에 왔었을 때 용머리 해안 구경을 못 해서 이번에는 여유가 된다면 용머리 해안을 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못 들렀다 왔다. 송악산에서 잤다면 가능 했었을 수도 있는데 뭐 그렇게까지 해서 볼만한 건 아니니까 용머리 해안도 다음에 차를 가지고 놀러오면 그 때 들리는 걸로 하기로 했다.

 

송악산에서 산방산을 향해 가다보면 봉이네 자전거가 나오니까 간단한 수리가 필요하면 여기에서 정비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정비 받을 일이 없는 게 제일이니까 안전하게 라이딩을 하도록 한다.

 

산방산을 지나는 중

 

이건 매우 사담인데... 제주 환상 자전거길 관련된 내용을 보다보면 간혹 산방산을 통과하는 업힐을 죽음의 업힐처럼 표현해 놓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도 종주 중 가장 긴 업힐이라는 내용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이걸 죽음의 업힐로 표현하기에는 경사도 자체는 그렇게 심하지 않으니 오히려 서귀포시 진입 때 넘는 업힐이 더 힘들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물론... 자전거 극 초보자에게는 죽음의 업힐일지도.

 

산방산을 지나 법환바당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서 깔끔한 도로가 이어졌다. 물론 중간중간 포장이 개떡인 곳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자전거 도로 아닌가 싶은 생각이었다. 물론!! 자전거 도로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것은 덤이고 평지로만 된 것이 아닌 업다운이 반복되는 것도 덤이다.

 

법환바당 인증센터를 향해 가는 중

 

근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산방산을 지난 시점에서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어서 오늘도 법환바당 인증센터에 날이 밝을 때 도착하는 건 무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왔었을 때도 딱 이 시간에 여기를 지났었는데 이번에도 이 시간에 여기를 지났구나.

 

법환바당 인증센터를 향해 가다보면 왼편에 다이소가 나오는데 그 뒤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나왔던 포방터 연돈 돈까스가 있다. 전부터 궁금했던 터라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어플 예약이 아니라 당일 키오스크 예약으로만 가능하다고 해서 웨이팅을 할 시간까지는 없으니 굳이 찾아가보진 않았다.

 

중문을 지나는 중...

 

다이소를 지나면 얼마 가지 않아 중문 관광단지를 지나는데 여기를 지날 때는 내가 몇 년간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테디베어 뮤지엄이 딱 눈에 들어와서 너무나도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여기도 다음에 놀러오게 되면 그 때 들르기로 하고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지나쳤다. 죄다 다음이구만... ㅠㅠ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다고 지인들에게 말하면 야~ 낭만있다 라든가, 여유있게 힐링도 하고 좋겠다! 라는 반응이 돌아오는데 실상은... 나는 그냥 페달을 밟을 뿐이다. ㅋㅋ 아무 곳도 못 간다.

 

길이 새로 닦여서 너무 좋았다.

 

여기는 길이 새로 닦여있는 곳이 많아서 업힐이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달리기가 너무 좋았다. 뒷자리에 꼬마를 태우고 전기 자전거로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를 하고 계시던 분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보니 어느덧 법환바당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업힐을 슈웅 하고 치고 올라가실 때 얼마나 부럽던지...

 

법환바당 인증센터

 

사실 여기까지 오면서 숙소를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숙소에 구애받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데까지 달리려는 계획이었기도 한데 예전에 서귀포시청 제1 청사 쪽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 바람에 깜깜한 어둠 속을 헤치며 울면서 법환바당 인증센터부터 서귀포시청 제1 청사까지 달렸던 추억이 있어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번에는 법환바당 인증센터 근처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어디서 잘까 하면서 야놀자를 봤더니 법환바당 위 서귀포시청 제2 청사 쪽에 모텔이 많이 있고 거리도 3km 정도로 짧아서 이 쪽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예약을 마쳤다. 근데...... 이게 실수였다. 이유는 다음 섹션에서...

 

감귤을 받았다.

 

법환바당 인증센터로 오면서 몇 번인가 마주쳤던 전기 자전거로 제주도 종주를 하시던 분 뒷자리에 앉아있던 꼬마에게 감귤을 받았다.

 

숙소로

그럼 내가 왜 위에서 이게 실수였다 라고 했냐면... 우선 어디로 가든 간에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조금 더 진행을 해야 했는데 이건 뭐 그렇다 치고 법환바당 인증센터를 출발하면 어느 정도 진행을 한 시점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서귀포시청 제2 청사 쪽으로, 진행하던 길을 그대로 쭉 가면 오르막을 두 개인가 넘은 시점에서 서귀포시청 제1 청사에 도착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던 서귀포시청 제1 청사로 가는 길은 자전거 도로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여서 야간에 달리기는 굉장히 위험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어서 업힐을 오르고 싶지 않아 법환바당 인증센터에서 더 가까운 서귀포시청 제2 청사 쪽으로 예약을 했던 것이었는데... 이런 망할. 서귀포시청 제2 청사까지 가는 길은 계속해서 업힐이었다. -_- 다운은 커녕 평지도 없었다. 그냥 계속 업힐이다.

 

어느 정도의 업힐이었냐면 차라리 서귀포시청 제1 청사 쪽으로 가는 게 훨씬 나았다 라고 생각 될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아는 게 독이 됐다고 해야 할 지... 업힐을 더 이상 못 하겠어서 다른 방향을 선택했더니 오히려 더 힘들었던... 그런 실수였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법환바당 인증센터에 깜깜해졌을 때 도착하시는 분들은 그냥 서귀포시청 제1 청사까지 가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차라리 서귀포시청 제1 청사로 가면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코스를 달리는 방향이기라도 하지, 서귀포시청 제2 청사는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서귀포시청 제1 청사까지 가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서문 로터리까지만 가면 숙소가 많이 있으니 서문 로터리 쪽에서 잠을 자는 게 좋겠다.

 

서귀포시청 제2 청사로 가는 중

 

열심히 30분 가량 업힐을 올라서 도착한 오늘의 숙소, 호텔 랑주다. 처음에는 지나가면서 보고 네온 사인이 떨어져 나가서 글씨가 하나 안 보이는 바람에 이름이 비슷한 호텔이 있나보네 하고 지나칠 뻔 했는데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여기가 거기였다.

 

화장실 내 볼 일을 보는 곳과 샤워하는 곳이 나뉘어진 곳이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구조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편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식당이나 술집이 없고 그냥 주택가여서 조용한 환경에서 잠은 잘 잘 수 있었다.

 

호텔 랑주

 

원래대로라면 나는 운동 후에는 씻지 않으면 절대 밖에 나가지 않는 주의인데 이 날은 정말 너무나도 피곤해서 짐만 풀어놓고 머리도 뭉개진 상태 그대로 먼저 식사를 하러 나갔다. 여기까지 오면서 김만복 김밥 한 줄과 아이스크림이 끝이었으니 지칠 만도 했다.

 

멀리까지 갈 기운도 없어서 호텔 바로 앞의 24시 뼈다귀탕을 먹으러 갔는데 고기는 튼실했지만 솔직히 맛은 별로였다. 뼈다귀탕의 고기는 부드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정말 내가 그동안 살면서 먹어본 뼈다귀탕의 고기 중 가장 퍽퍽했다.

 

식사 후 간식

 

뼈다귀탕을 먹고 2%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편의점을 찾아갔더니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다른 편의점을 찾아 과자와 콜라를 사서 숙소로 복귀했다. 편의점에서 닭꼬치를 팔면 그거나 사와서 먹을까 했더니 편의점마다 전부 다 파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번에 또 하나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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