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으로
드디어 제주환상자전거길로 떠나는 날이 찾아왔다. 이번이 자전거로 떠나는 세 번째 제주환상자전거길 종주여서 처음만큼 설레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거지같던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고 첫 번째 여행이라서 그런지 나름 기다려지던 일정이었다.
김포공항까지 이동은 아무래도 지하철로 하는 게 가장 빠르겠고 택시를 타는 게 가장 편하겠지만 자전거를 두 대를 싣고 가야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차에다 자전거를 싣고 김포공항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차를 주차해뒀던 곳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김포공항 인근 주차장 중에 가장 저렴한 김포공항 화물청사 주차장 이다.
목, 금, 토, 일, 월 총 5일 중에 목, 월이 평일 요금이 적용되고 금, 토, 일이 주말 요금이 적용되어서 하이브리드 저공해 50% 할인을 받아 총 39,000원이 나왔으니 주차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이라면 김포공항 화물청사 주차장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김포공항 화물청사 주차장에서 김포공항까지 자전거로 간다면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전거 포장을 위해 김포공항 수하물 보관소에서 라운델 박스를 수령 했는데 저번에 왔을 때는 직원 분이 너무 친절하게 포장을 도와주셔서 금방 포장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박스만 딱 꺼내주고 바로 안으로 들어가버려서 뭔가 잉? 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어렵지 않게 포장할 수 있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짐 찾는 곳에서 직원 분이 가져다주는 라운델 박스를 받고 아무 생각 없이 작년에 라운델 박스를 맡겼던 곳으로 찾아갔는데 그 사이에 라운델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제주공항의 라운델 보관 장소가 예전에는 제주공항 내 수하물 보관소였었는데 현재는 제주공항 1번 게이트 바로 옆으로 따로 부스를 내서 이동해있었다.
예전에는 짐 찾는 곳에서 자전거를 받고 제주공항 반대쪽 끝의 수하물 보관소로 이동했다가 다시 반대쪽 끝으로 와서 라이딩을 시작해야 해서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는데 부스가 따로 생기니 라이딩 시작을 위한 동선이 간결해져서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참고 - 제주공항 1번 게이트는 짐 찾는 곳에서 자전거를 받아서 문을 나오면 왼쪽 끝에 있습니다.
제주공항을 나와 용두암 인증센터로 가기 전에 친구가 국토종주 수첩을 안 가지고 왔다고 해서 제주시 관광안내센터로 가면 구매할 수 있을까 싶어 가봤는데 직원 분이 말씀하시길 제주도에는 국토종주 수첩을 파는 곳은 없고 도장을 찍기 위한 별첨 용지는 줄 수 있다 하셔서 별첨 용지를 받아서 나왔다.
이 별첨 용지는 스티커처럼 되어 있어서 나중에 수첩에 붙일 수도 있으니 혹시라도 수첩을 가져오지 않으신 분은 라이딩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제주시 관광안내센터에 들려 별첨 용지를 받도록 하자. 제주시 관광안내센터의 위치는 용두암 인증센터 바로 옆이다... ㅋㅋ
※ 참고 - 국토종주 수첩 구매할 수 있는 곳 (바로가기)
제주시 관광안내센터에서 별첨 용지를 받아서 바로 옆에 위치한 용두암 인증센터에 들러 도장을 찍는 것으로 제주환상자전거길 종주를 출발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제주환상자전거길 종주의 시작이다.
다락쉼터 인증센터로
제주환상자전거길에 올 때마다 생각하지만 용두암 인증센터에서 다락쉼터 인증센터로 가는 길의 초입이 제주환상자전거길 중에서 가장 달리기 힘든 구간이 아닐까 싶다. 어려운 구간은 아니지만 차량 통행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차도로 달리기도 애매하고 인도로 달리기도 애매한 상황이 자주 나왔다.
아직 본격적인 성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량과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성수기 때는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성수기에도 달린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진짜... 어휴...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 했기 때문에 중간에 보인 파리바게트에서 대충 배를 채우고 가기로 했다. 저번에 왔을 때처럼 김밥이라도 먹고 가면 좋았겠지만 그것도 일부러 들렀다 가려면 시간이 많이 드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파리바게트에서 미니버거를 먹으면서 동네 뜨개질 모임 단톡방에 제주도 첫 식사~ 짜잔~ 하면서 사진을 올렸더니 아주 난리가 났다. 제주도까지 가서 파리바게트는 안돼요ㅠㅠ 부터 시작해서 사실 서울이시죠? 까지... ㅋㅋ
뭔가 글을 쓰고 싶은데 크게 글로 남길만한 일은 없었고 제주도의 바람을 쐬면서 달리는 기분은 여전히 아주 상쾌하고 좋았다. 이 날 따라 뭔가 비린내랄까, 하여튼 냄새가 좀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쾌하고 좋았다.
원래는 자전거를 타고 이 쯤 오면 다른 라이더들도 만나고 인사도 하고 해야 하는데 라이딩을 조금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는 라이더는 우리 밖에 없었다.
제주도의 바다를 따라서 라이딩을 하다보니 예전에는 그냥 지나가버린 조형물이 나와서 사진도 찍을 겸 첫 번째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너무 이른 휴식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설렁설렁 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다락쉼터 인증센터에서도 라이더를 한 명도 만나지 못 한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다락쉼터 인증센터에는 펌프도 구비되어 있었는데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게 보이면 한 번씩 해보고 와야 하는데 이게 왜 이리 귀찮은지... ㅋㅋ
다락쉼터 인증센터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휴식을 조금 취하고 왔기 때문에 다락쉼터 인증센터에서는 도장과 사진만 찍고 처음 나오는 편의점에서 첫 번째 보급을 하기로 하고 바로 출발했다.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로
다락쉼터 인증센터를 출발해 처음 보인 편의점에서 첫 번째 보급을 마치고 다음 인증센터인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설렁설렁 달리는 게 목표긴 했는데 그래도 해가 지기 전에 목적지까지 도착하려면 설렁설렁, 하지만 열심히 밟아야 했다.
해거름마을 인증센터로 가는 길목에 있는 카페 콜라는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는 걸로 했다. 외관만 봤을 때는 콜라 매니아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생겼는데 벌써 두 번이나 그냥 지나쳤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이번에 제주도로 오기 전에 좀 찾아보니 굳이 들어가지는 않아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참 인터넷의 나쁜 점인데... 뭐든 내가 겪어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정보로만 접하고 이미 결론을 이렇게 내려버리니 약간 인생이 재미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여튼 길다면 긴 시내를 지나면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서 달릴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이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주도지~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자전거 도로도 넓직넓직 하니 잘 되어 있지만 여전히 불법 주차가 많아서 좀 아쉬웠는데 그나마 아직 해산물을 말릴 시기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다락쉼터 인증센터에서 해거름마을 인증센터까지 가는 길은... 뭐랄까, 평온 그 자체였다. 평온하다는 건 내가 블로그에 적을 내용이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너무나도 적을 내용이 없길래 작년에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다녀왔을 때는 내가 도대체 어떤 내용을 적었을까? 하고 보고 왔는데 작년에 적은 글에도 아무 내용이 없었다. 그 전에 다녀왔을 때는 비가 와서 투덜투덜 대는 글을 적었던 걸 보면 평온한 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저번에도 한 번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 부스를 보지 못 하고 지나갔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도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인증센터를 50m 정도 지나쳐서 다시 돌아왔다. 이게 인증센터 부스의 절반 정도가 수풀에 가려져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달리면 그냥 지나치기에 딱 좋은 곳에 있어서 수풀을 좀 쳐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증센터에 와보니 어떤 아저씨가 차를 타고 와서 국토종주 수첩에 도장을 찍으면서 영상을 찍고 계시던데... 뭘 하는 분이셨을까...?
인증센터에서 도장도 찍고 사진도 찍고 화장실도 들릴 겸 인증센터 바로 옆에 있는 해거름 전망대 카페에서 제주도에서의 첫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역시 제주도에 왔으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야 한다.
송악산 인증센터로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인증센터 바로 옆에 있는 해거름 전망대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출발 하려고 했는데 세상에... 문이 닫혀있었다. 해거름 전망대 카페에 온 건 이번이 세 번째인데 그 중 두 번이 문이 닫혀있었으니 이로써 3전 2패다. 카페의 문은 닫혀있었지만 화장실 문은 열려있어서 화장실만 이용했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택배 아저씨가 와서 문 앞에 박스를 두고 간 걸 보면 폐업을 한 건 아니고 아마 이 날만 문을 닫았던 것 같은데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려던 나의 꿈이 무너져서 슬픈 기분이었다.
다음 인증센터인 송악산 인증센터까지는 자전거 도로의 포장도 아주 잘 되어 있고 넓직넓직하고 차량 통행도 많지 않으니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다. 이 쪽 구간도 크게 남길만한 내용은 없고 잘 닦인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달리다가 오르막이 나오면 열심히 오르막을 오르고 다운힐이 나오면 신나게 다운힐을 했다.
이번에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일도 없이 평온하게 달리다보니 서귀포시라는 비석이 나왔다. 근데 이 서귀포시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서귀포시는 맞는데 제주도를 반으로 갈랐을 때 위쪽 절반은 제주시, 아래쪽 절반은 서귀포시니까 우리는 이제 막 서귀포시의 가장 끄트머리에 도착했다는 의미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 서귀포시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달려야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제주도를 두 번이나 다녀왔으면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돌고래 포인트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항상 달릴 줄만 알았지, 이런 걸 너무 몰라서 큰일이다.
이번에는 미리 정보를 알아두고 갔기 때문에 돌고래가 사는 곳이라는 팻말이 보이자마자 멈춰서 열심히 돌고래를 찾았지만 10분 정도를 기다려도 돌고래가 나오지 않아서 에잇, 오늘은 나오지 않나보다 하고 다시 페달을 밟아서 송악산 인증센터로 향했다.
돌고래 포인트를 떠나서 첫 번째로 보인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육개장을 먹고 뜨개질 모임에 다시 사진을 공유 했더니 제발 육개장에 전복이라도 넣어 먹으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편의점에서 전복은 팔지 않아서 무리였다.
그리고 편의점을 떠나서 어느 정도 가다보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핸드폰을 일제히 바다로 향하고 있는 곳이 보여서 저기구나!! 하는 생각에 후다닥 달려가봤더니 돌고래들이 영차영차 헤엄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바닷속에 있어서 지느러미 밖에 못 봤지만 그래도 보기 힘들다는 돌고래를 보고 오니 뿌듯한 기분이었다.
돌고래를 보기 힘들다는 것도 나중에야 친구가 자기는 몇 번을 왔는데도 못 봤다고 해서 그제서야 알았다. 근데 이번에 내가 경험해보니 아마 관람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
염원하던 돌고래도 봤고 이제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게 금방이라도 어두워질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조금 더 서두르기로 했다. 제주도는 야간에 달리면 안 되는 곳이니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는 게 이 날의 목표였다.
돌고래 포인트에서 송악산 인증센터 방면으로 가다보면 예전에 왔을 때 바닥 표시가 이상하게 되어 있어서 모르는 아저씨들과 길을 찾지 못 해 헤맸던 곳이 이제는 안내 표시가 생겨있어서 길을 헤매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었는데... 여전히 바닥 표시는 잘못 되어 있어서 처음 오는 사람은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숙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고 곧 저녁을 먹을거라서 그냥 지나가려고 했지만 전에 송악산 인증센터에 왔을 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길래 도대체 무슨 맛일까 두근두근 했었는데 그냥 평범한 아이스크림이었다. 내가 이 날... 좀... 덜 힘들었나? ㅋㅋ 아마 날씨가 덥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송악산 인증센터에서 인증도 마치고 아이스크림도 먹었으니 이 날의 숙소인 산방산을 향해 다시 한 번 달리기 시작했다.
산방산으로
이 날의 숙소는 산방산 중턱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제주환상자전거길 코스와 딱 붙어있어서 위치 상으로는 제주도 종주 중 들르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는데 그다지 추천을 하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이유는 밑에서...
원래는 숙소에 들렀다가 씻고 나와서 밥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왠지 숙소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싫을 것 같아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아주 큰일날 뻔 했다. 이유는 추천을 하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한 글과 맥락이 같다. 하여튼 이유는 밑에서...
어쨌든 이 날 하루종일 먹은게 파리바게트와 육개장 뿐이니 저녁은 역시 제주도에 왔으면 흑돼지 근고기를 먹는 걸로 했는데 사실 숙소에 가는 길에 있던 식당은 아니고 자전거 도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그동안 제주도에서 먹었던 흑돼지 중 가장 가성비가 괜찮았다.
단점이 있다면 사장님이 고기를 그렇게 잘 굽는 것 같지는 않았다는 점 정도...? 내가 굽고 싶었는데 자꾸 집개를 가져가셔서... 그것만 제외하면 고기 맛도 좋고 서비스로 계란찜과 찌개도 주시고 혹시라도 다음에 또 제주도에 자전거를 가지고 온다면 다시 들러도 좋을 식당이었다.
밑에까지 왔으니 이 날 묵었던 숙소가 위치는 아주 좋았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적자면 샤워를 할 때 뜨거운 물이 제대로 나오지를 않는다.
친구가 샤워를 10분 정도 걸려서 하고 그 다음에 내가 들어갔는데 아무리 틀어도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서 카운터에 전화를 해보니 원래 뜨거운 물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서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가 다시 들어가보니 따뜻한 물이 나오긴 했는데 3분 정도 나오고 다시 차가운 물만 나왔다.
이게 뭐지... 싶었지만 어쨌든 샤워를 하긴 했으니 일단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샤워를 하러 들어갔더니 뜨거운 물이 콸콸콸 나와서 어제는 무슨 문제가 있었나보다 했지만 마찬가지로 5분 정도가 지나니 다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이렇게 씻지는 않았는데...
솔직히 자전거 여행객으로서 다른 부대시설은 다 필요없고 뜨거운 물로 말끔하게 씻을 수만 있으면 만족인데 그걸 해결하지 못 하니 좀 별로였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침대도 좋고 세탁기도 있고 수건도 많아서 숙소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뜨거운 물이..... 흠......
'[자전거] 브롬톤 > 제주환상자전거길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브롬톤으로 가는 2024년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후기 - [3일차] 성산 ~ 용두암 (3) | 2024.05.28 |
---|---|
#3. 브롬톤으로 가는 2024년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후기 - [2일차] 산방산 ~ 성산 (2) | 2024.05.28 |
#1. 브롬톤으로 가는 2024년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후기 - 준비편 (2) | 2024.05.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