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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브롬톤/제주환상자전거길 #2024

#3. 브롬톤으로 가는 2024년 제주 환상 자전거길 종주 후기 - [2일차] 산방산 ~ 성산

by 루 프란체 2024. 5. 28.

법환바당 인증센터로

숙소에서 아침에 나와보니 밤에는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주변이 밝은 아침에 보니까 그래도 뷰는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여행객에게 위치는 참 좋은데 말이지.

 

산방산 뷰

 

근데 인성을 더럽게 써서 그런지 아침에 출발하고서 3분만에 펑크가 났다.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길래 자전거의 무슨 부품이 고장난 줄 알았는데 못을 밟아서 나름 다행(?)이었다.

 

이게 타이어에 박혀있었는데 타이어는 아무리 봐도 멀쩡한데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액션캠을 아무리 돌려봐도 바닥에 아무 것도 없었는데 어디에서 와서 박힌건지도 도저히 모르겠다. 그나저나 저게 대체 뭔지...

 

아침부터 ㅠㅠ

 

펑크를 후다닥 떼우고 편의점에 들러 간단히 배를 채웠다. 하루에 한번은 편의점에서 배를 채우는 것 같은데 사실 제주환상자전거길만이 아니고 종주를 다니다보면 편의점에서 배를 채우는 건 흔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편의점 사진을 보낼 때마다 저기... 제주도 맞으시죠...? 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우리 모임 분들이 저런 것만 먹고 다니는 내가 불쌍했는지 제주도 맛집이라고 자꾸 뭘 보내주는데 자전거를 타면 그런 곳을 못 간다구요... ㅠㅠ

 

1일 1편의점

 

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건강과 성 박물관이 나오는데... 참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지만 건강과 성인데 왜 영어로는 SEX & HEALTH 라고 적혀져 있는걸까? 역시 영어라서 순서를 반대로 적어야 하나?

 

그리고 이건 더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예전에 건강과성 박물관에 돈을 내고 들어갔을 때 느꼈던 건 진짜 이런 ㅆ... 흠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다는 어디에...?

 

건강과성 박물관을 지나서 더 가다보면 자전거 도로 반대쪽에 다이소가 나오고 그 옆에는 유명한 제주도 연돈 본점과 더본 호텔이 있는데 이왕 제주도까지 온 김에 평일이고 하니 웨이팅이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연돈을 가보려 했지만! 연돈의 오픈 시간은 12시... 우리가 이 곳을 지나던 시간은 10시...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중문관광단지는 길이 넓직넓직하니 좋다
이 날은 계속 오른다
계속 되는 업힐 끝엔 힙한 하루방이...

 

계속 되는 업힐을 오르다가 이제는 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옆에 보이던 식당으로 들어왔는데 갈치 조림이 나름 매콤하니 맛이 괜찮았다. 너무 맵지도 않아서 밥을 비벼먹으면 맛이 꽤 좋을 것 같았다. 

 

근데 밥을 먹고나서 나와보니 옆 식당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줄이 길게 서있던 걸 보고 친구가 저 식당을 갔어야 했다며... ㅋㅋ 근데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와... 그 식당을 갔어야 했다 진짜. 갈치조림 괜찮네 했던 나의 추억이 한순간에 부정 당했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옆집 간다.

 

갈치조림 맛있었다

 

근데 사실 법환바당 인증센터까지 가면 식당이 많이 있는데 굳이 여기에서 먹은 이유는 내가 법환바당 인증센터 근처 식당에 그다지 좋은 추억이 없어서다.

 

처음 혼자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봤을 때 너무 배가 고픈데 1인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없었어서 편의점에서 대충 떼웠던 기억 때문에 내가 누구랑 같이 오더라도 절대 여기에서는 밥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법환바당 인증센터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식사를 했다.

 

법환바당 인증센터 가는 길

 

근데 글을 쓰면서 잘 생각해보니까 법환바당 인증센터를 밝은 대낮에 오는 건 처음이었는데 낮에 오니 사람이 거의 없는 게 뭔가 느낌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제까지 법환바당 인증센터를 지나갈 때면 항상 깜깜한 밤이었는데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긴 도대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었는데 낮에 오니 이렇게까지 다를 수가 있구나 싶었다.

 

법환바당 인증센터

 

다음 인증센터는 쇠소깍 인증센터다. 빨리 가서 천혜향 쥬스를 마셔야 하니까 법환바당 인증센터도 인증만 후다닥 마치고 빨리 떠나기로 했다.

 

쇠소깍 인증센터로

법환바당 인증센터를 출발해 쇠소깍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처음부터 굉장한 오르막이 나왔다. 브롬톤에 44T 가 달려있었을 때는 느릿느릿 올라갈 수 있어서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었는데 48T 인 지금은 어떨까 싶었지만... 다행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계속 올라간다.

 

이후로도 계속 되는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곳이 나오는데 지금까지는 계속 올라오기만 했으니 여기서부터는 다운힐인데 도로의 폭이 좁아서 다운힐을 할 때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예전에 이 곳을 라이트도 방전된 채로 다운힐을 했으니... 으... 지금 생각해도 힘들었다.

 

나는 직선일 땐 자전거 도로로 달리고 코너를 돌 때는 차도로 나와서 돌고 다시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달렸다. 물론 아주 천천히 내려간다면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 그냥 내려가면 된다. 

 

여기서부터 내려간다
저 멀리 한라산도 보인다
시내에 진입해서도 계속 오르막이다

 

한참을 계속 내려가다 올라가다 하다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곳이 나오는데 그러면 이제 기나긴 업힐에서는 벗어났다고 봐도 좋다. 물론 가다보면 또 오르막이 있기는 한데 그건 나중의 이야기...

 

세 번째 사진은 정말 사유지라는 게 너무 아까울 정도로 예쁜 곳인데 여기는 참 딜레마가 있다. 급경사 다운 후에 다시 급경사로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곳인데 (그래봐야 10미터 정도다) 급경사에서 붙은 탄력으로 급경사를 오르면 참 편할텐데... 나는 항상 이 곳의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항상 멈추게 된다.

 

쇠소깍으로 가는 길~

 

쇠소깍 인증센터에도 라이더는 없었지만 인증센터에서 인증을 하고 있다보니 갑자기 라이더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헉, 뭐지?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나온거지... 했는데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돌면서 처음으로 라이더를 만나니 반가웠다.

 

이틀이나 자전거를 타고 돌면서 쇠소깍 인증센터에서 처음으로 라이더를 만나다니 이것도 흔치 않은 일이 아닌가 싶다. 날이 이렇게 좋으니 다들 다른 곳으로 놀러갔나?

 

쇠소깍 인증센터

 

쇠소깍 인증센터에 왔으니 천혜향 쥬스를 마셔야 하는데 저번에 왔었을 때 너무 꽝꽝 얼은 놈으로 받아서 한 시간을 반도 못 마신 게 생각이 나서 좀 덜 얼은 놈으로 최대한 골랐는데 마찬가지로 다 마시지 못 하고 가방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로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던 쇠소깍 인증센터를 출발해서 다시 한적한 길이 나오니 이것이 바로 또 힐링이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느낌도 잠시... 또다시 펑크가 났다. 이번에는 무언가를 밟아서 그런 건 아니고 튜브가 불량인 느낌이었다.

 

한적한 길을 따라 달린다

 

원래는 중간에 바닷가가 보이는 카페에 들러서 커피도 한 잔 하고~ 하면서 달리려고 했지만 또다시 튜브 교체를 하면서 시간을 꽤 잡아먹게 되어서 우선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까지 쉬지 않고 달려보기로 했다.

 

이 쪽 구간은 그냥그냥 무난하게 달릴 수 있는 구간인데 신기하게도 올 때마다 역풍이 어마무시하게 불어서 항상 달리기 너무 힘든 구간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에 근접하자마자 역풍이 미친듯이 불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가민에 표시되는 현재 속도는...... 8km......?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 가는 길~

 

사실 그것만 제외한다면 이 쪽 구간도 도로 포장도 너무 잘 되어 있고 오르막도 없는 구간이라서 별다른 이슈 없이 표선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근데 이제 보니까 이젠 또 표선해변 인증센터가 아니고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네... 인증센터의 이름은 왜 자꾸 바꾸는지 모르겠다.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

 

이제 다음 인증센터인 성산일출봉 인증센터로 갈 시간이지만 먼저 편의점에서 간단히 물과 음료를 보급하기로 했다. 표선해비치해변 인증센터를 출발해서 100미터 정도만 가면 편의점이 있다.

 

성산으로

이제 이 날의 마지막 목적지인 성산으로 떠난다. 숙소와 성산일출봉 인증센터 사이의 거리는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지만 같이 갔던 친구가 많이 지쳐있어서 성산일출봉 인증센터는 다음 날 들리기로 하고 성산에 있는 숙소로 바로 향하기로 했다.

 

오르막을 넘는다

 

시내 구간을 지나 바닷가로 진입하면 이제 더 이상 힘든 구간은 없다. 탁 트인 바닷가를 보면서 성산에 도착할 때까지 열심히 페달을 밟으면 된다. 근데 참... 생각해보면 이 날도 놀라울 정도로 사람을 마주치지 못 했네. 보통 이 쯤 오면 라이더를 몇 명쯤은 만나기 마련인데 어떻게 한 명도 만나지 못 했는지 모르겠다.

 

성산으로 가는 길

 

길을 따라서 열심히 달리다보니 어느덧 성산에 도착했다. 성산에 도착했으면 역시 성산일출봉과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자전거 도로 안내판을 따라가지 않고 반대편 도로를 따라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모래사장으로 바로 직행했다. 

 

내가 작년에 제주도에 왔을 때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길을 건너지 않은 상태로 반대쪽 도로를 따라가니까 로드를 타고 가시던 분들이 어? 저 사람은 왜 저 쪽으로 가지? 라고 하셨었는데 아마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이 쪽 모래사장의 존재를 알지 못 할 것 같기도 하다. 돌고래는 몰랐는데 또 이런 건 알고 있는 나 칭찬해~

 

성산일출봉과 함께~

 

성산에 도착해서 내 최애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왔는데 이번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방문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달리러 올 때마다 성산에 오면 꼭 이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왔었는데 가격이 오르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다른 참지 못 하는 게 하나 있는데... 하여튼 그걸 지키지 못 하는 식당이 되어 있어서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보통 숙소 사진을 하나쯤은 남기는데 이 날의 숙소도 마찬가지로 별로였어서 사진을 남기질 않았네. 역시 가던 곳을 계속 가야 한다는 걸 또다시 깨달은 하루였다. 

 

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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