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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로드/국토종주

[2016.06.05] 국토종주 :: 강정고령보 → 낙동강하굿둑 203.3km (강정고령보 → 달성보 → 합천창녕보 → 창녕함안보 → 양산물회관 → 낙동강하굿둑)

by 루 프란체 2018. 2. 19.

강정고령보 → 낙동강하굿둑

이 날은 일어나면 시간이 몇시가 됐든 출발하려고 일단 알람은 6시~7시에 맞춰놨는데 같은 방 쓰던 아저씨들이 떠드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5시여서 일어난 김에 출발해야겠다 하고 일어나서 라면이나 먹을까 했더니 아저씨들이 전날 포장해온 국밥을 데워서 드시려던 중이었다. 

 

거실로 나가자마자 학생도 빨리 앉아서 먹으라고~~ 아침밥도 감사히 얻어먹고 기분 좋은 출발이 될 것 같았다. 이 날 종료 시간을 보니 더 늦게 일어났다면 정말 큰일날 뻔 했다. 깨워주시고 밥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헤헤~

 

총 나까지 다섯명이서 같은 집에서 잤는데(방은 2개) 세분은 일행이셨고 한분은 나처럼 혼자 오신 분! 이 세분 중에 한분은 부상으로 복귀하시고 나머지 두분만 출발하시고 혼자 오신 한분은 갈 길이 멀다 하셔서 내가 준비 중에 먼저 출발하셨다. (나중에 만난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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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중상 (★★★★☆) 시바 내 다리야 ㅠㅠ 203km 를 하루만에 달려서 중상이라고 했다.

https://www.strava.com/activities/599306850

 

그러고보니 여기에서 묵길 정말 잘 했다... 라고 이전 포스팅에 써놨는데 상기의 이유도 있지만 전날 흐릿하게 찍힌 인증센터를 다시 찍으려고 인증센터로 돌아가고 있는데...

 

와우! 경치가 너무 좋다.

 

새벽 5시 30분의 강정고령보...
다시 한번 셀카... 그러고보니 내 얼굴 뒤의 광고지가 전날 묵은 게스트하우스. 본의 아닌 뒷광고네.

 

근데 난 단순히 사진을 다시 찍으러 온건데 알고보니 국토종주 코스를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했다. 오길 잘 했네. 전 날 수많은 벌레들의 공격으로 더러워진 고글 청소를 위해 뒤에 앉아계시던 분한테 안경 닦는 것도 좀 빌리고... (근데 이 분 신기한 게 종주 중에 한번도 못 봤는데 나중에 부산 지하철 역에서 만났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는데!!!!!!!!!! 대박!!!!!!!!!!!!!!!!!!!!!!!!!!!!!

 

예쁘다...... ㅜㅜ
여기에서 떠날 줄 모르고~
계속 있고 싶었다...

 

사진으로는 잘 담을 수가 없었는데 와, 이걸 정말 눈으로 보고 있는데... 이건 뭐 감동의 레벨을 이미 넘어선 그것이었다. 정말 여기서 묵지 않았다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후회할 뻔 했던 그 순간이었다. 하긴 그랬다면 이런게 있다는 것도 몰랐겠지만...? 

 

정말 이 아름다운 광경을 뒤로 하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지만 나는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니까 출발하기로 한다. 출발하고 어느 정도는 또다시 지겨운 구간이 시작된다.

 

사실 길 한번 잘못 들어서 엄한 길로 빠졌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MTB 아저씨께서 구제해주셨다. 분명히 낙동강 종주라고 써져있는 표지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거기가 아니었던 거다.. 괜히 업힐만 두번 더 했네 기운 빠지게.

 

잘못 든 건 잘못 든거고 길은 예쁘네. -_-;

 

혹시 위와 같은 길로 들어섰다면 망설임 없이 돌아서서 나오길 바란다. 나와서 큰길가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보면 주유소인가 뭐였나 하여튼 그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직진하면 자전거도로가 있다.

 

여기 길도 좋고 해서 신나게 달리고 있었는데 기분 상해부러쓰... 정확히 말하면 낙동강 종주길이라고 써져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그냥 여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위에도 말했지만 달성보까지는 그냥 지겨운 뚝방길의 느낌이 계속 된다.

 

그냥......
계속해서......
멍하니......
가다보면......
어느샌가......
나타나는......
달성보에......
도착!!!!!!!

 

달성보에는 편의점이 있으므로 보급이 필요하신 분은 보급을 하시면 된다. 여기까지는 업힐도 없고 그냥 지루한 평지만 계속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갈 곳은... 바로바로... 다람재!

 

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다람재까지 가는 길도 상당히 지루하다. 그냥 뚝방길을 따라서 달릴 뿐이니까...? 나는 혼자 가서 그런지 더더욱 지루했던 것 같다. 일행이 있다면 지겹지 않을지도.

 

나의 유일한...
라이딩의 낙은...
사진을 찍는 것...
...이었는데 나는 어느새 다람재에서 끌바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내 가민에는 16%가 찍혀있네...

 

다람재를 향해서 가던 길에 MTB 를 탄 아저씨들을 발견해서 심심하기도 하고 뒤에 붙어가야겠다 하고 적당히 떨어져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저씨들이 웅웅웅!! 소리를 내시길래 보니까... 워메... 저 앞에 보이는 것은 도동사원이라는 네 글씨요, 그렇다면 이것이 다람재...

 

솔직히 국종 출발하기 전까지 나는 다람재랑 박진고개는 넘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정확히는 뭐 댄싱하고 하면 넘을 수는 있었을텐데 앞으로 남은 길이 많아서 체력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았다...;; (는 핑계! 그래도 절반 정도까진 올라갔다!)

 

어쨌든 다람재에 도착하고 나니까...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역시 우회했으면 큰일날 뻔 했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광경!

 

다람재에~~
어서오세요~~
카메라가 삐꾸라 제대로 표현을 못 하지만,
이건 진짜 가서 봐야 한다.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곳~~~~ ㅜㅜ

 

여기서도 경치 구경하느라 꽤나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래도 아깝지 않았지만 더 보고 올걸 그랬나~ 이 날 목표가 낙동강 하굿둑까지 도착하는 것이었기에 오전 중에 100km 까지는 빼놔야 오후에 편할 것 같았는데 MTB 아저씨들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따라가야겠다 생각하는 와중에 사진 한장 찍어드리고 얼굴을 익혔다.

 

그리고 여기 다운힐이 너무 위험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바닥이 젖어 있어 다운힐 하다 슬립이 2차례~ ㅜㅜ 정말 도랑에 빠질랑 말랑하게 겨우 피해갔다. 다운힐 무서워잉. ㅜㅜ

 

그리고...
또다시...
꿈과 희망도 없는...
길을 가다보면 이런게 나오는데 MTB 아저씨들 말로는 몇경 중 하나라고 한다.
깜찍한 척.
이 길도 멋지네.

 

다람재에서 다운힐 후 계속 가다보면 위의 사진처럼 뭐가 나오는데 MTB 아저씨들 말로는 낙동강 몇경 중 하나라고 한다. 사진으로 보니까 좀 별로인 것 같은데 저기도 나름 괜찮은 곳이다. 그리고 또 사진 찍어드리고 또 얼굴 익히기! 따라다니려면 얼굴 정돈 익혀놔야지?

 

하여튼 여기가 호인사인가 인호사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공식으로 우회 설명이 되어있다.

 

저 몇경 중 하나를 출발하고 막 또 달리다보면 이런 갈림판이 나온다. 보이는 그대로 직진하면 무심사를 거쳐서 창녕합천보로 가는 것이고 좌회전 하면 우회도로인데... MTB 아저씨들은 우회를 하신다고 하셔서 다시 한번 솔로플레이가 시작됐다.

 

무심사에서는 공양, 숙박, 차, 다과 등등이 무료로 제공된다고 저기 표지판에 써져있기도 하고 무심사 물맛이 그렇게 좋다고 해서 물 한잔 얻어먹으려 했는데 나는 그냥 지나쳐버렸다... 다시 내려가기도 귀찮아서 다음에 언젠가 그때 얻어먹기로 하고 고고...

 

어서와... 극락은 처음이지?
중간에 한 컷~ 타고 올라갈 수 있었는데 갑자기 뒷바퀴가 헛돌면서 자빠질 뻔 해서 한번 멈췄다. 난간 없었으면... ㅜㅜ
저기가 공양 받는 곳인가? 다시 내려가기 귀찮아서 패스..
무심사에서도 이런게 보인다.
근데 무심사 지나면 길이..........?
야야 잠깐, 낙동강 길이라며? 왜 산으로 가는데?

 

저기 자전거 세워두고 찍어둔 곳 앞에 배수구 같은 곳이 있는데 내 생각엔 아마도 저기에서 바퀴가 헛돌지 않았나 싶다. 간만에 큰 맘 먹고 자전거 타고 올라가려고 힘 빡빡 쓰다가 깜짝 놀라서 자빠질 뻔 하고... 옆에 난간이 없었다면 아마도 자빠졌을 거다.

 

그나저나 여기 스님은 매일 같이 이렇게 나처럼 자전거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신경 쓰이지 않으시려나? 나 같으면 신경 쓰일텐데...

 

요 축사가 보이면 다운힐이 끝난거다.
소들아 안녕?
내가 바로 맨발의 청춘... -_-

 

다운힐 중에 저런 축산농가가 보이면 다운힐은 거의 끝난 것인데 내리막과 마찬가지로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그래서 클릿 신발을 벗고 내려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나는 초행길이라 그렇지, 몇 번 와본 사람이라면 다치지 않고 멈추지 않고 다운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좀 위험한 길이라고 생각이 든다.

 

무심사에서 내려와서 10분, 15분 정도만 가면 다음 인증센터인 합천창녕보에 도착할 수 있다. 이전 글에도 써놨지만 내가 이런 코스를 첫날 다 끊을 생각을 했다니...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 ㅜㅜ 지금에 와서는 정말 전날 강정보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은 것을 정말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어기 합천창녕보가 보인다.
에에쒸, 힘들어 죽겠는 표정...
여기도 경치 좋네~

 

다리 옆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면 편의점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그러고보면 낙동강 코스는 보급이 참 잘 준비되어 있는 것 같다. 사실 뭐 라이더들의 보급을 위해 있겠냐만은; 예전에 양평 - 충주할 때는 진짜 보급할 곳 없어서 짜증을 진짜 한가득 내면서 달렸는데 여긴 이러니까 좋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언제나 가방 속엔 여유분의 물을 한통씩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이쯤 해서~ 원진이한테 전화가 왔다. 무심사 다운힐 하면 만날 수 있을 거라더니 아직 15km 나 더 가야 한댄다... 15km 면 거진 한시간인데 아주 가까운 것처럼 말하는 원진이... 어쨌든 중간 쯤에서 만나기로 하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는 오빠, 우리 적포 삼거리에서 밥 먹을거에요~... 그니까, 나보고 오라는 거지? ㅠㅠ 어쨌든 가야 되는 길이긴 하네.

 

그런데 어쨌든 겁나게 달려서 도착한 적포 삼거리의 삼거리 식당의 제육볶음인가? 너무 맛있었다. 원래 이 날도 밥은 딱히 안 먹고 보급으로만 배를 채울 생각이었는데 진짜 살면서 이렇게 맛난 제육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적포 삼거리로 달려가던 도중에 본 멋진 풍경.

 

와우.....................
오우......

 

적포 삼거리에서 밥을 먹고 단체 사진 한방 빵! 박아주고 출발하면서 뭐 어려운거 있겠어 했는데 박진고개가 앞에 있댄다. 아...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현기증이... 거기다 13% 라고 한다... 뭐 우짜겠노~~ 여까지 왔는데 가야지~~ ㅠㅠ

 

출발하려는 찰나에 MTB 타신 커플 분인지 부부 분인지 출발 하시길래 따라가면서 말동무나 좀 해볼까 했는데 이미 저 앞으로 점이 되어 사라지신 관계로 이제 말하기도 식상한 또다시 꿈과 희망도 없는 길이 시작된다... 그렇게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섞인 낙타등 코스를 달리다보면...

 

경치 좋고...
물도 좋고...
다리도 좋네.. 하다보면...
간단한 업힐도 하나 넘고...
그렇게 또 물이 좋네~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어느샌가 나는 박진고개에서 끌바를 하고 있다.

 

박진고개도 한 중간 정도까지는 타고 올라갔는데 도저히 끝날 기미가 안 보여서 끌바를 하기 시작했다. 체력을 아끼는 건 소중하니까... 앞으로 넘을 업힐이 몇개일지 몰라... ㅜㅜ

 

뒤에는 아까 먼저 출발하신 MTB 부부 분께서 뒤따라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열심히 끌바로 정상을 향해갔다. 아, 정말 클릿 슈즈 어디다 던져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지만 꾹꾹 참고 진행! 그런 와중에 MTB 타신 한분이 저 밑에서부터 정상까지 풀댄싱으로 올라가시던데 정말 대단한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분도 그렇고 MTB 아주머니 한분 중에 정말 뒤에 짐을 산더미처럼 싣고 계신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끌바로 올라온게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오시자마자 버프를 휙 벗으셨는데 얼굴이 완전 새빨개지셔서... ㅠㅠ

 

여긴 전체적으로 강이 있어서 그런지 높은 곳에 올라오면 경치가 좋다.
좋댄다!
오, 마침 찍혀 계신다. 저 분이시다. ㅜㅜ MTB 짐 가득 싣고 오신 분....

 

그리고 박진고개에서 다운힐을 하는데... 와, 여기는 경사만큼이나 다운힐도 엄청나서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오는데 내 가민에 속도가 68..... 헐...... 근데 끌바를 해서 그런가 올라올 때는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는데 돌아갈 때는 너무 금방이었다. 그게 좀 아쉽네~

 

근데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좀 전의 뭐시기 삼거리? 에서 밥을 좀 먹어서 그랬지, 안 먹었으면 아마 여기서도 에너지바나 엄청 까먹으면서 으앙으아앙 배고파 ㅠㅠ 이랬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감사합니다, 우리 789Ra 밴드 여러분~ 날 살려주셨어~

 

그런데 다운힐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단디 하는게 좋다. 왜냐하면......

 

어휴, 길 좋다~ 다운힐 탄력 받아서 갔어야 하는데 사진 찍느라...
좋아 좋아!
물도 좋아좋아!
아~ 좋아좋아!
점점 쓸 말이 없네. ㅡㅡ
아 좋아좋아~

 

여기까지 오면서 왠지 혼자만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지도 검색을 좀 해보려고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고 있는데 (???) 갑자기 뒤에서 누가 왜 아직 여기 있어요! 하고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은 방을 썼던 30분이나 일찍 출발했던 아저씨가 뒤에 계신다... -_-;; 저기... 왜 여기 계신지는 제가 해야 될 말인데요...

 

물어보니 길을 두번이나 헤매셔서 20km 이상을 손해보셨다고 한다... 나도 5km 정도 손해봤지만 양호한 거였어. ㅠ_ㅠ 근데 들어보니 또 나랑 비슷한 곳에서 헤매셨다. 거기가 원래 헤매기가 좋나 보다. 하긴 밴드원들한테 듣기로도 거기 전에 헤멜 뻔 했다고 하드만... 표시 좀 제대로 해놓지.

 

어쨌든 왜 마음의 준비를 단디 하라고 하냐면 방금 박진고개를 넘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개비리 임도에 들어와있는 것이다!!!!!!!! 그 말은 즉!!!!!!!!!!

 

...........
......................
.......................
...........................

 

영아지 마을을 넘는다.......

 

우리는 분명히 낙동강 종주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텐데 왜 산을 넘고 고개를 넘고 있는지는 묻지 말자. 우리는 그냥 안내판께서 넘으라고 하시니 넘는 것 뿐이다. 그것 뿐이다...

 

그리고 내가 사진을 안 찍어왔는데 이 업힐 시작하는 곳... 난 진짜 앞에 새하얀 벽이 서있는 줄 알았다. 진심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굳이 안 내리고 타고 올라오느라 안 찍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찍어올 걸 싶다. 남들 전부 끌바하는 그 와중에 박진고개에서 풀댄싱으로 올라가셨던 분이 여기도 풀댄싱으로 가볍게 올라가시는거 보고 모두가 탄성을 자아내고~~~ 

 

그리고 정말 존경스러운 자전거 3대분 중량을 싣고 다니시는 아주머니를 만나서 아주머니께서 참외도 주시고 바나나 말린 것도 주시고 더 주신다는 거 죄송해서 조금만 먹고 전 이거면 돼요~ 하고 도망쳐왔다. 헤헤. (근데 사실 그런 것 때문에 가방이 더 무거우신 거 아닐까요 라고 생각해봅니다...)

 

경치는 좋지...
경치는 좋아...
좋다고....

 

어쨌든 정상까지 올라오면 또 경치는 좋다. 이러니 안 올라올 수가 있나~ 자전거 인생샷도 건지고... 내 인생샷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근데 정상에 올라와서 깜짝 놀란게 왠 차 한대가 들어와 있었다. 상품권 발송 도와드리려다가 그냥 말았다...

 

이 경치를 감상한 뒤로는 다운힐인데 경사도 급하고 길도 좁고 바닥 상태도 안 좋아서 한 세번 정도 멈췄다가 간것 같다. 정말 모르는 코스의 다운힐이란 건 언제 생각해도 참 위험한 것 같다. 길만 알았어도... 부들부들...

 

이 다운힐이 전부 끝나고 나면 약간의 평지인데 앞쪽에서 20명 정도 되어보이는 초등학생들이 인솔자와 함께 국토종주를 하는게 보였다. 와! 너무 멋있는데!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하는 애들도 있었고 쿨하게 내 인사 무시하는 애들도 있었고... 하긴 힘들거야... 나도 힘든데...

 

약간의 평지를 지나면 또 낮은 오르막을 하나 넘어가는데 진짜 이런 그지 깽깽이... 음음.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사실상 업힐(오르막 별개)은 하나? 두개? 정도 남았다고 보면 된다.

 

저 앞에 멋진 다리가 보인다. 저기까지 간다.
달려달려~
여기에 자판기가 있으므로 물 보충을 하자.
이쪽으로 넘어서 간다.

 

사실상 이 다리를 넘으면 간단한 오르막이 몇개 있는 정도이고 창녕함안보까지는 거의 평지라고 보면 된다. 길도 좋고 사람도 많이 없으니 쑥쑥 달려서 창녕함안보에서 인증을 하면 되는데 솔직히 이 쯤 되면 드는 생각이... 도장 찍는 곳을 좀 더 늘려야 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나만 그런진 모르겠지만 국토종주의 묘미는 역시 도장을 찍는건데 도장 하나 찍으려고 산넘고 강넘고 뭐 넘고 하면서 거의 한 30~40키로를 달려야 도장을 하나 찍고 이러면 솔직히 좀 의욕이 사라진다고 해야 하나... 재미가 없다.

 

잠시 물도 담으면서 쉬고 있으니 아까의 MTB 아저씨가 따라오신다. 잠깐동안 수다를 떨다가 창녕함안보까지는 거리가 아직 꽤 남았으니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출발하도록 한다. 같이 가자고 하셔서 같이 출발~

 

멋지네...
멋졍...
멋지다구...
텅텅 비었네...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거의 다 왔다잉~~
도착!!!
저 위에 매점이라고 크게 써진거 보입니까!

 

여기에 좀 앉아서 쉬고 있자니 같이 잤던 아저씨도 또 만나고... 는 사실 아까 같이 출발했지만, 난 로드고 아저씨는 MTB고... 속도가 맞지 않아 중간에 바이바이 했다. ㅜㅜ 그리고 어디서 봤는지 기억 모를 3인조께서 여~ 이제 왔어요~ 하고 인사도 해주시고 MTB 3대치 아주머니도 생각보다 빠르게 따라오셨고...

 

창녕함안보에는 자판기, 매점이 있다. 여기서도 보급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보급에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여기에서 좀 고민을 한게 하룻밤을 더 자고 다음날 출발을 할까, 아니면 이 날 안에 부산을 찍을까 였는데... 부산을 찍는 것이 목표였고 어차피 밝을 땐 못 가겠다 싶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출발하기로 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표를 검색해보니 심야 자리가 5개 남아있어 재빨리 심야로 예약! 없으면 돼지국밥이나 먹으러 다녀오려고 했더니... 에잉~

 

시간 맞추려고 출발해서 다리 중앙에서 사진 찍고 있었는데 쉼터마다 말 걸어주셨던 아저씨분들 세 분이 지나가면서 어휴, 저 학생은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겨가지고 허벅지가 장난이 아니야~ 저러니 우리가 따라갈 수가 있어? 하면서 내가 바로 뒤에 붙어있는데 대화하고 계신다... =_= 내 허벅지는 사실 전부 살인데... 그것보다 나 학생 아닌데...

 

그래서 먼저 갈게요~ 하고 가는데 뒤에서 저봐저봐, 저기 허벅지! 하시는데 왜 이리 부끄럽던지... 다 살인데 ㅠㅠ 그리고 사실 난 허벅지가 얇은 것에 대해 약간의 로망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장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뷁!

 

경치 좋고...
물도 좋고...
저기 건물 같은거 보이시는지... 저기 업힐이다... 올라가야 됨... 마음의 준비하라고 알려드린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여기 대박..... 끝이 없다. 중간중간 슈퍼 안내판이 있다. 스프린트 연습하기 딱 좋네.

 

요 위에 활주로 마냥 길도 아주 좋고 아주 긴 이 아스팔트 길... 정말 장난 아니게 지루했다. 지루한 게 문제가 아니라 역풍이 장난이 아니었다. 내 종주의 목표는 항속 25 넘기지 않기, 케이던스 70~90 정도로 페이스 유지하면서 가기 였는데 이건 뭐 페이스고 뭐고 아무리 밟아도 16 을 넘길 수가 없었다.

 

평소 중랑천에서 역바람 불면 막 욕하고 그랬는데 이제 욕하면 안 되겠다. 내가 살면서 느껴본 역풍 중에 가장 심한 역풍이었다.

 

그래도 달리다보면 이런 곳에 도착하게 되고... 그런다고 해서 끝은 아니고 여기에서 20km 정도 더 가야 다음 인증센터다.
도착!!!! 얼마나 어두워졌는지 노이즈가 자글자글하다~

 

물회관까지는 큰 문제는 없었다. 중간중간 푸드트럭 같은게 보이긴 했는데 딱히 내가 먹을만한 건 없어서 패스하고... 문 닫으려는 아주머니 잡아서 물만 보충하고 출발했다~

 

그러고보니 물회관에서 주는 물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무심사 물맛도 못 보고 물회관 물맛도 못 보고 이게 뭐야. ㅠㅠ 어쨌든 물회관부터 낙동강 하굿둑까지는 아주 잔잔한 오르막 한두개를 제외하고는 진짜 평지만 있다고 봐도 된다. 라스트 스퍼트! 라는 느낌~ 그러기엔 부담스러운 30km 정도의 거리지만 -_-;

 

종점......

 

밤에 찍은 사진들은 다 흔들려서 설명 달고 싶지도 않네.

 

어쨌든 물회관에서 30여키로를 달리면 드디어 낙동강 종점에 도착한다!! 내 자전거 밑에 보면 써있는 아라뱃길 뭐시기 633km 가 국토종주의 finish 라인이고 start 라인은 비석 뒤로 돌아가면 0km 이라고 따로 써져있다. 밤이라 어두워서 인증샷도 잘 안 찍히고~ 여기에서는 내 자전거만 잘 나온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밴드 분들한테 '나 부산 도착요~' 하고 사진 보냈더니 미쳤다고 난리가 나고; 그러고보니 이 날이 내 인생 하루 최장 라이딩이었구나...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안건데 나는 이 근처의 터미널에서 타는 버스로 예약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타야 하는 곳은 종합터미널인가 뭔가 해서 노포역이라는 곳에 있는 곳이었고 옆에서 정보를 주신 분들의 도움으로 노포역까지 가다가 한정거장 전에 내려서 지식인에서 찾아본 사우나에서 샤워를 했는데 가격은 무려 6,000원.

 

그리고 샤워하고 나와서 밖에서 담배 피우시던 분들한테 터미널 가는 길을 물어봤더니! 서울 사람이요? 라고 물으셔서 네 했더니 반대로 가르쳐주시고... 하아...

 

어쨌든! 터미널에 도착하는 것으로 길고 긴 국토종주의 여정이 끝났다. 사실은 하룻밤 묵고 낮에 제대로 된 인증샷을 찍고 메달까지 신청하고 올까 했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아라뱃길에서 하는걸로 :)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다리에 무리가 와서 하룻밤 묵고 왔으면 다음날 복귀도 못 할 뻔 했다.

 

고생했다, 내 다리야! 자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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