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풍교 인증센터로
점촌에서 출발해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역시 너무나도 멋있었다. 와... 라는 감탄사로 끝내는 게 아쉬울 정도로 멋진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이미 낙엽이 많이 떨어져있어서 가을이라는 느낌을 더욱 더 물씬 풍기고 있었다.
점촌에서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구간을 달리면서 평소에도 생각하던 거지만 이번에 확실히 생각했던 게 있다. 국토종주에 안동댐을 얹어서 하는 분들은 내려오다가 점촌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안동댐으로 점프한 후 그대로 낙동강 종주를 시작하는 게 보편적인데 그렇게 하면 점촌과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사이의 이 아름다운 경치들을 놓치게 되니 이 얼마나 아까운 일일까.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 거의 다 도착해서는 안 그래도 아침 이슬에 나무 데크가 약간 젖어있었는데 낙엽까지 떨어져있어서 일행 중 한잔님이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심지어 차량 진입 금지를 위해 세워둔 봉 마저 색이 바닥 데크, 낙엽과 비슷해서 안 보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결국... ㅠㅠ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는 데크길을 지나서 나오는 다운을 끝까지 하면 안 되고 중간에 유턴을 해서 들어와야 한다. 다운에서 매협재 쪽으로 가는 길이 이어져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달리다가는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를 건너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고보니 아라서 물 판매대를 찍어오는 걸 깜빡했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는 동네 주민이 운영하는 무인 물 판매대가 있으므로 물을 보급하실 분은 물을 보급하도록 하자. 금고에 천원짜리를 알아서 넣고 알아서 옆 아이스박스에서 물을 하나씩 꺼내가면 된다. 여기에서 안동댐 방면으로 가실 분이 있는데 물이 많이 없는 분들은 꼭 물을 채워서 가도록 하자.
안동댐 인증센터로
상주상풍교를 건너서 좌회전을 하면 안동댐 방면, 우회전을 하면 매협재를 우회해 상주자전거박물관 방면으로 갈 수 있다. 매번 종주 때마다 상주상풍교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일어나서 출발하다가 점촌에서 출발해서 오니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상주상풍교는 항상 출발 지점이었는데 이번에는 지나가는 곳이라는 기분?
안동댐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강한 역풍이 많이 불기로 유명한데 다행히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아서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포장을 새로 했는지 바닥도 깔끔한 곳이 많이 있었고. 물론 기본적으로는 농로이기 때문에 바닥에 모래, 진흙이 많은 건 어쩔 수 없었다.
근데 나는 분명히 이 쪽 구간도 업힐이 하나도 없는 걸로 기억을 했는데 생각 외로 중간중간 오르막이 나와서 날 당황시켰다. 물론 막 산을 넘고 그러는 건 아니고 올라간만큼 충분한 내리막이 있어서 갈만은 했는데 다운힐 중간중간 모래와 물 웅덩이가 있어서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었다.
근데 중간에 사당 같은 곳이 있어서 보니까 옆에 화장실이 있길래 화장실을 들렀다 가려고 잠시 멈췄는데 화장실의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아무래도 화장실을 이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전거 도로 중간중간 푸세식 화장실은 있는데 깔끔한 화장실은 없으니까 깔끔한 화장실을 원하시는 분은 구담홈마트까지 참아야 한다.
안동댐 인증센터로 가는 길은 솔직히 말해서 경치는 너무 좋지만 지루한 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것이야말로 낙동강이다! 라는 느낌인데 상류도 그렇고 하류도 그렇고 아무 것도 없이 쭉 뻗은 길만 가고 있으면 경치가 아무리 좋아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이번에는 여럿이 와서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며 달리는데도 이렇게 지루한 길을 나는 도대체 그동안 혼자서 어떻게 달렸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심지어 마지막 사진을 찍은 곳 정도에서부터는 역풍이 어마무시하게 불어서 속도가 15 정도 밖에 나지 않았다.
길을 따라 계속 달리다보면 굳이 찾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구담홈마트가 나온다. 구담홈마트 바로 직전에는 코다리 겸 커피를 파는 식당이 있으니 카페인을 원하시는 분은 이 곳에서 커피를 드셔도 되고 구담홈마트에서 커피를 사서 드셔도 된다. 구담홈마트를 약간 지난 곳에 있는 시내에는 내가 가보니까 죄다 다방 밖에 없었다... 아참, 구담홈마트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구담홈마트에서 보급을 하면 사실상 안동댐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더 이상 보급을 할 곳이 없다고 봐도 된다. 화장실은 가다보면 두 군데 정도 더 나오는데 보급을 할 곳은 없으니 간식거리나 마실거리는 이 곳에서 충분히 채우도록 하자.
구담홈마트를 출발하면 또다시 지루하지만 경치는 좋은 쭉 뻗은 길이 시작된다. 그래도 이 쪽 구간은 업다운이 심하지 않아서 바람만 심하지 않다면 꽤나 달릴만한 구간이다. 물론 나는 계속해서 역풍이었지만...
자전거길을 따라서 달리다보면 안동의 관광지인 하회마을이 나온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하회마을을 들렀다 가도 좋다. 근데 내가 예전에 가보니까 하회마을의 입구가 아마 오르막이었던가... 쉽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만약 시간이 있었다면 한 번쯤은 다시 가보고 싶다. 전에 갔었을 때는 반기문이 하회마을에서 무슨 회담을 한다고 해서 집들이 다 통제였고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 하게 해서 거의 구경도 못 하고 나와서...
하회마을 입구를 지나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쭉쭉 달리다보면 너무나도 멋진 경치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물론 강력한 역풍은 덤이었지만. 필터를 하나도 넣지 않고 아래처럼 멋진 풍경이 펼쳐지니 약간이나마 고통을 덜 수 있었다.
여기까지 달려오는 길에도 업다운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사실 안동댐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빡센 업힐이 총 두 개가 있다. 지금까지 나왔던 오르막들은 그냥 방지턱이라고 봐도 되고 여기가 진짜배기인데 평균경사도가 7% 정도 되는 업힐이 대략 600미터 정도 이어진다. 수도권으로 치면 미음나루보다 조금 더 빡센 정도?
근데 아래 사진을 보면 왼쪽이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서 출발해서 왔을 때 보이는 경사고 오른쪽이 안동댐 인증센터에서 출발해서 왔을 때 보이는 경사인데 딱 봐도 오른쪽이 더 빡세보인다. 이게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게 나는 여기를 그렇게 빡세지 않게 올라가서 여기가 거기가 아닌가... 했었는데 내려오고 나서야 알았다.
하여튼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쪽에서 와서 이 곳을 넘었다면 다운의 경사도가 엄청나서 속도가 매우 빨라지니 브레이크가 과열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내려가도록 하자.
이름 모를 업힐을 내려와서 달리는 중에 비명 소리가 나서 보니까 새끼 고라니가 일행 앞으로 지나가서 넘어질 뻔 했다고 한다. 일행이 한발짝만 더 갔어도 고라니에 박았을 거라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ㅠㅠ 반대로 내가 한발만 더 늦었어도 고라니에 부딪힐 뻔 했네. 휴...
근데 난 전방 주시를 꽤 열심히 하는 편인데 고라니의 ㄱ 도 안 보이던데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거지? 아래 사진의 코스모스가 보이는 풀숲에서 튀어나왔다고 하는데 저게 그렇게 깊은 풀이 아닌데 신기한 일이다.
하여튼 조금만 더 달리면 마을 같은 곳이 나오고 원래 이 곳에 있는 슈퍼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지나가면서 보니까 문을 닫은 것 같았다. 내부에도 아무 것도 없고... 이 곳을 지나면 안동에 거의 다 왔다고 봐도 되긴 하는데 보급처가 줄어든다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이 마을을 지나면 곧바로 두번째 업힐이 시작된다. 앞선 업힐과 마찬가지로 길이는 짧지만 거의 정상에 다다라서는 경사도가 거의 17% 에 육박하니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이 업힐을 넘은 덕분에... 브롬톤으로 동해안 종주도 어찌어찌 가능은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09.27. 기준 현재 여기서 다운을 하다보면 중간에 굉장히 큰 포트홀이 파져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건 밟으면 무조건 날아가서 죽겠다 싶은 정도의 크기였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 글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다운 때 바닥을 특히 조심하면서 가도록 하자.
마찬가지로 이름 모를 고개를 넘어서 쭉쭉 가다보면 안동 시내로 진입할 수 있고 여기서 대략 40분 정도 더 달리면 목적지인 안동댐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안동 시내에 진입해서는 반드시 '안동교' 를 내비 상 경유지로 설정해서 가도록 하자.
원래 네이버 지도를 찍어보면 하천변을 쭉 따라서 달리다가 마지막에 간이 다리 같은 것을 건너게 되어 있는데 이게 물이 불어나면 금방 잠기기 때문에 자주 통제를 해서 차라리 처음부터 반대편으로 건너서 가는 것이 혹시 모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 건너고 있길래 통제 안 하나보다 싶어서 열심히 갔는데 줄이 쳐져 있어서... 그냥 건넜다.
안동댐 인증센터 바로 뒤에 있는 안동물문화관에서는 종주 인증도 가능한데 우리가 간 날은 휴무였는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자세히 써있지는 않았지만 문 앞의 팜플렛 같은 걸 보니까 보통은 평일에 쉬고 주말에 업무를 볼텐데 여기는 반대로 평일에만 업무를 보는 것 같았다.
라고 써놓고 검색을 해보니 진짜로 월~금 09:00~18:00 로 운영을 하는 곳이었다. 혹시라도 안동물문화관에서 종주 인증을 받거나 국토종주 수첩을 구매하시려는 분이 있다면 참고하도록 하자.
안동댐 인증센터 근처에서 찜닭과 간고등어를 먹고 택시를 불러 안동역으로 이동했는데 택시기사 말로는 안동에는 SUV 로 된 택시가 거의 없어서 SUV 를 부르긴 힘들 거라고 하니 혹시라도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하실 분들은 참고하도록 하자. 우리도 콜택시에 전화해서 SUV 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세단이 왔다.
더 말해놓자면 안동댐 인증센터에서 안동역까지 가는 길은 오르막을 두 개 정도 넘어야 하므로 웬만하면 택시를 타는 게 낫고 안동역과 안동터미널은 길 하나 건너면 바로 붙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을 찍고 가도 상관이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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