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브롬톤/국토종주

#3. 브롬톤으로 가는 1박 2일 낙동강 종주 후기 - [1일차] 상주상풍교 ~ 적포삼거리

by 루 프란체 2023. 11. 16.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로

11월이 되고 겨울이 되면서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 갑자기 떠나기도 했지만, 계획 없이 체력이 되는 대로 달리기 위해 준비편을 따로 작성하지 않고 11월 10일 금요일 회사 업무를 마치고 저녁 버스로 상주로 이동했다. 다음 날 아침 7시부터 달리기 위해서 미리 상주로 이동한 거였는데 너무나도 피곤해서 아침 7시부터 출발하지는 못 했고 한 시간 늦은 아침 8시에 숙소에서 나왔다.

 

출발 전, 밥을 먹을까 하다가 이 날의 코스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것과 중간중간 편의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고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로 가기로 했다. 보름달과 연양갱은 종주 중간에 너무 배가 고프면 먹으려고 샀는데 연양갱은 후기를 쓰는 지금까지도 안 먹었다... ㅋㅋ 나중에 자출, 자퇴 중에 배가 고프면 먹어야겠다.

 

이렇게 되도록 의도해서 계획을 짜고 달린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 남은 코스인 낙동강 종주 구간을 달림으로 해서 국토종주, 4대강종주 그리고 그랜드슬램 인증이 동시에 완성 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신기한 기분이었다.

 

제육불고기라더니 김치가 더 많았던 듯...

 

상주상풍교 인증센터까지도 자전거를 타고 갔으면 좋았겠지만 이 날은 최소 180km 정도는 라이딩을 할 계획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타고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로 이동했다. 상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카카오 택시를 호출해서 그런지 호출을 하자마자 택시가 배정되고 마침 터미널 앞에서 정차 중이던 택시가 바로 유턴을 해서 편의점 앞으로 왔다.

 

근데... 택시가 빨리 온 건 좋은데 나는 안 그래도 숙소에서 예정보다 늦게 나와서 시간도 촉박하고 이 날의 거리가 상당해서 마음이 급한데 기사님은 내가 상주 관광을 왔다고 생각하셨는지 자꾸 여기저기를 설명해주시면서 아주 천천히 달리셔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참고로 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상주상풍교 인증센터까지는 택시비가 대략 23,000원 정도가 나왔고 시간은 25분 정도가 소요됐다.

 

택시를 타고 가는 중...

 

사실 상주에서 7시 30분 쯤에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근처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걸 탈까 했다가 아무리 브롬톤이 접이식이라고는 해도 버스에 사람이 많으면 민폐가 될까봐 택시를 탄건데 기사님 말씀으로는 버스를 타는 승객이 다 해서 5명 될까 말까라고 하셨다. 그 정도라면 다음 번에 또 다시 상주 쪽으로 올 일이 있다면 버스를 타도 괜찮을 것 같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너무 당연하게도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는 저번에 이미 인증을 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상주보 인증센터로 이동해서 낙동강 종주를 시작했으면 거리를 15km 정도 단축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면 꼼수를 쓰게 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굳이 다시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로 왔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아무도 없는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서 간단하게 몸을 풀고 바로 자전거에 앉아 다음 인증센터인 상주보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이 때의 기온이 영상 4도였나... 매우 추웠다.

 

상주보 인증센터로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서 상주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매협재 라는 작지만 높은 업힐이 하나 있다. 길이는 엄청 짧은데 정말 상당한 고각이라 많은 분들이 끌바를 하는 곳이고 나 역시도 업힐에 약해서 이제까지 끌바로만 넘어본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제까지 이 곳에 왔을 때 매협재를 우회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이번에는 시간도 촉박하고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어서 우회를 선택했다. 블로그에 우회 관련 글을 써보고 싶기도 했고...

 

상주상풍교

 

매협재를 우회하지 않는다면 건너지 않았을 상주상풍교를 건너 매협재 우회 코스로 달리다보니 드는 생각은 여기는 꼭 우회를 할 필요는 없네 였다.

 

내 기억이 정확한 지는 모르겠지만 매협재를 지나는 길은 매협재를 오를 때만 잠깐 힘들고 매협재까지 가는 길은 전부 평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매협재를 우회하는 길은 은근히 업다운이 있어서 오르막에 써야 하는 체력의 종합치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협재 우회길

 

우회길만의 경치도 보면서 열심히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달리다보니 상주 자전거박물관이 나왔다. 평소였다면 이 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을텐데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확실히 겨울이 오긴 했구나 싶었다. 반면, 상주 자전거박물관 옆의 공원에 있는 캠핑장에는 나름대로 사람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상주 자전거박물관을 지나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던 낙동강 생태자원관을 지나 상주보 인증센터 방면으로 달렸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 매협재를 우회 했다곤 하지만 경천대 공원을 지나지 않으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그 때는 우회하지 않는 길로 선택해야겠다. 근데... 다시 올까?

 

상주 자전거박물관과 낙동강 생태자원관

 

상주 자전거박물관을 지나서 상주보 인증센터까지는 상주보 인증센터에 도착하기 직전에 있는 상주보로 올라가는 낮은 오르막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평지가 이어졌다.

 

사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서 상주보 인증센터까지의 거리는 매우 짧아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글을 쓰면서 거리가 대충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네이버 지도에 검색해봤더니 네이버 지도는 매협재를 우회하는 경로를 알려주던데 우회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 분이 네이버 지도를 보고 따라가면 본의 아니게 우회를 하게 되기도 하겠다 싶다.

 

상주보 인증센터

 

상주보 인증센터에는 딱히 뭐 볼만한 것도 없고 하니 인증을 마치고 곧바로 다음 인증센터인 낙단보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이 때부터 벌써 시간이 늦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단보 인증센터로

낙단보 인증센터로 가다보면 나오는 삼거리 슈퍼가 문을 연 건지, 닫은 건지 지난 번 낙동강 종주를 왔을 때는 확인을 하지 못 해 뭔가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지나가면서 문 앞까지 가서 보니 문을 닫은 게 확실했다. 물론 이 날만 닫았던 건지 계속 닫은 건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슈뢰딩거의 삼거리 슈퍼 같군.

 

그 외에는 뭐 낙단보 인증센터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럴 만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 자전거 도로의 관리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기에 좋았다는 것 정도? 예전에는 공사 중이었던 구간이 공사가 끝나있어서 포장이 너무 깔끔해져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낙엽이 많았다.

 

계속해서 아무 생각 없이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달리다보니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는 사람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달려가봤더니 동네 주민 분이셨다. 스치듯 안녕... 자전거를 타기에 그렇게 나쁜 날은 아니었는데 여기까지 오도록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 해서 신기했다.

 

낙단보 가는 길

 

예전에 어딘가에서 봤는데 낙단보에 있는 유인 인증센터의 여직원 분이 그렇게 친절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한 번 들러봐야지 라고 생각만 계속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한 번 들러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아서 도장만 찍고 바로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낙단보 인증센터

 

낙단보 인증센터 바로 위에는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에만 잠깐 들렀다가 바로 다시 출발했다. 아마 국토종주 모든 코스를 통틀어서 낙단보 인증센터의 화장실이 가장 깔끔하지 않을까.

 

구미보 인증센터로

구미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도 특별할 게 없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쪽 구간에 유채꽃이 엄청나게 많이 피어있었던 것 같은데 역시나 가을? 겨울? 이 되니 휑한 풍경이 되어 있었다. 친구가 3월인가에 국토종주를 했을 때 볼 게 하나도 없이 엄청 휑했다고 했는데 아마 그 때의 그 기분을 내가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쪽 구간은 정말 뭐 특별한 일 없이 아주 잘 닦인 길을 따라서 달리다보면 구미보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모든 국토종주 길이 이렇게만 포장이 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구미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

 

구미보 인증센터까지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달리다보니 자전거로 마실을 나온 듯한 분들을 중간중간 만날 수 있었다. 가끔은 종주를 온 듯한 로드 무리들도 스쳐지나갔는데 혼자서 이 기나긴 구간을 계속해서 달리려니 죽을 맛이어서 방향만 같다면 같이 달리고 싶었다. 

 

구미보 인증센터 가는 길

 

구미보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라이더 분들을 몇 분인가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 두 분은 부부셨는데 외국인이라서 말이 통하지 않아서 뭔가 대화를 하지는 못 했다. 버디를 타고 계셨는데 은근히 보면 버디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하긴 버디가 기어비도 그렇고 장거리를 달리기에는 브롬톤보다 아주 많이 편할 것 같다.

 

구미보 인증센터

 

구미보 인증센터에서도 크게 볼 일은 없었기 때문에 인증 도장만 찍고 물 한 모금 뒤에 곧바로 출발했다. 나는 도장의 노예가 되는 듯한 라이딩은 하지 않는 주의인데 이 날은 정말 시간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다. 

 

칠곡보 인증센터로

사실 구미보 인증센터까지 왔을 때도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한 100km 는 라이딩을 한 줄 알았는데 구미보 인증센터까지 왔을 때의 거리는 의외로 45km 정도 밖에 되지 않았었다. 

 

근데 분명히 낙동강 종주를 출발하기 전, 기상청의 예보를 일주일 내내 계속해서 확인했을 때는 주말 내내 강력한 북풍이 불어올 예정이라고 되어 있었어서 이번 낙동강 종주는 완전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출발해보니 역시나 기상청의 예보는 100% 맞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뭐 이것저것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해보면 100% 완벽하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둑어둑하다.

 

역시 추위 속에서 자전거를 타면 평소보다 빨리 지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침에는 어느 정도 해가 나와 있었는데 구미보 인증센터에 도착할수록 구름이 점점 끼기 시작하더니 칠곡보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한 시점에서는 완전히 구름이 해를 가려 체감 온도가 더욱 낮아진 기분이 들었다.

 

중간에 밥을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바람이 너무 세기도 하고 아침에 편의점에서 먹은 김밥으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남구미대교를 건너면 나오는 편의점에서 뭔가를 먹기로 결정했다.

 

구미를 지난다.

 

자전거에서 페달을 멈추거나 내릴 때마다 다시 출발하려면 체력을 써야해서 웬만하면 이번 종주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핑크뮬리가 너무 멋있어서 나도 모르게 자전거에서 내리게 됐다. 근데... 핑크뮬리의 방향을 보니까 분명히 뒷바람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힘들었지?

 

핑크뮬리가 있었다.

 

편의점에서 뭘 먹을까 하다가 짜파게티를 먹었는데 이렇게나 맛있는 짜파게티가 세상에 존재한다니... 하고 감동을 받았다. 사실은 천천히 몸도 좀 풀어주고 하면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실외에서 먹으니 너무 추워서 후다닥 먹기는 했지만 아마 이 날 먹은 짜파게티가 내 인생에서 먹은 짜파게티 중 가장 맛있었을거다.

 

그나저나 난 당장 먹지도 않을 걸 왜 자꾸 사서 짐을 늘리는지... 커피와 빵도 먹으려고 같이 샀다가 이건 나중에 먹기로 하고 가방에 넣었다. 사실 아침에 구매했던 연양갱과 빵도 이 때까지 하나도 안 먹고 가방에 들어있었다.

 

편의점에서 보급!

 

라면을 먹고 그래도 조금 든든해진 상태로 페달을 밟으니 자전거가 조금 잘 나가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순풍이었거나 기분 탓이었겠지...? 삼각김밥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는데 편의점에 물건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칠곡보 인증센터를 향해 달리다보니 식당도 간간히 보이고 카페도 간간히 보이는게 미리 전화해서 밥을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두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떼우는 것과 비슷하게 시간을 써서 밥을 먹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혹시라도 또 낙동강 종주를 하게 되면 다음에는 그렇게 해보도록 해야겠다.

 

칠곡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

 

생태공원이라더니 생태교란종이라는 핑크뮬리를 매우 많이 심어놓았던 보행자가 매우 많은 공원을 지나면 곧바로 칠곡보 인증센터에 도착한다. 원래 이 곳도 꽤 많은 라이더가 있는 곳인데 역시나 내가 갔을 때는 텅텅 비어있었다. 다른 인증센터야 원래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해도 칠곡보 인증센터가 이렇게 한적한 건 정말 처음 봤다.

 

칠곡보 인증센터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쉴 새 없이 인증 도장만 찍은 후에 곧바로 다음 인증센터인 강정고령보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아!! 여기에서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커피를 뜯어서 마셔봤는데... 잘못 샀다. ㅠㅠ 완전 별로였다. 역시 편의점 커피는 조지아 크래프트가 최고다.

 

강정고령보 인증센터로

예를 들어서 동해안 종주를 보면 경북 구간과 강원 구간이 나뉘어져있고 그 두 구간의 중간인 울진은어다리 인증센터부터 임원 인증센터까지는 점프를 많이 하고는 한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사실 낙동강 종주도 상류 구간하류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낙동강 상류 구간은 칠곡보 인증센터로 끝나고 낙동강 하류 구간은 강정고령보 인증센터부터 다시 시작이니 두 인증센터 간의 구간은 점프를 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보통은 점프를 하지 않기는 한다.

 

강정고령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

 

칠곡보 인증센터에서 강정고령보 인증센터까지는 대략 30km 정도가 걸리니 만약에 점프를 하게 되면 상당히 체력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꼼수를 쓰지 않겠다고 상주보 인증센터로 가지 않고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로 갔는데 이 쪽 구간은 저렇게 정신승리를 할 건덕지가 있으니... 중간 구간을 점프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상주상풍교로 가는 길에는 사진 같은 암벽이 있는데 예전에는 철조망으로 못 들어가도록 막혀있었는데 이번에 가니 철조망이 없어져 있었다. 덕분에 사진을 잘 찍어왔는데 저게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단순한 암벽일수도...?

 

상주상풍교로 가는 길

 

예전에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 거의 다 도착해서 갑자기 이상한 길로 우회를 시키는 바람에 개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정규 코스를 이용해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많은 PM 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상주상풍교에도 날씨가 이래서 이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근데 어디서 픽시를 탄 학생들이 몰려나와서는 미친듯이 왔다갔다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디아크까지 가서 사진을 좀 찍고 오려다가 그냥 멀리서 눈으로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상주상풍교 인증센터

 

콜라를 하나 마시려다가 급 포카리스웨트가 땡겨서 포카리스웨트를 마셨는데 얼마나 지쳤었던건지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면서 콜라를 마시는 기분을 느꼈다. 포카리스웨트가 이렇게까지 달게도 느껴질 수가 있구나... 살면서 먹은 포카리스웨트 중 제일이었다.

 

달성보 인증센터로

달성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의 초반에 길이 잠깐 헷갈려서 다른 길로 들 뻔 했는데 그랬으면 정말 짜증날 뻔 했다. 생각해보면 헷갈릴 이유가 전혀 없는데 왜 잘못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달성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

 

달성보 인증센터로 달리면서 곧 어두워지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는데 하늘이 너무 예뻐서 계속해서 발을 멈추게 됐다. 특히나 네번째, 다섯번째 사진을 찍을 때는 정말 하늘이 그래픽 같았달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전부 담아내지 못 해서 너무 아쉽다.

 

이번에 낙동강 종주를 마치고 지인들에게 하늘 사진을 보냈더니 다들 예쁘다고 난리였는데 정말 시간만 더 많았다면 좀 더 여유롭게 하늘을 보고 싶었다.

 

멋있는 구름들

 

이번 코스도 전혀 어려울 게 없었고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계속해서 달리다보니 달성보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자전거 도로에서 누군가를 만나던지 해야 적을 내용도 있고 그럴텐데 그냥 완만한 길을 아무도 없이 혼자 달렸더니 적을 내용 자체가 너무 없다... ㅋㅋ

 

달성보 인증센터

 

달성보 인증센터에 있는 편의점에서 뭔가를 좀 먹을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가방에 아침에 샀던 빵과 연양갱도 그대로 있기도 했고 해서 전 날 묵었던 숙소에서 챙긴 망고 쥬스를 하나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요즘 다이어트 한다고 당이 들어간 음료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데 이 날은 이런 쥬스를 아무리 먹어도 당분이 부족했다.

 

합천창녕보 인증센터로

이 날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합천창녕보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 나오는 현풍에서 잠을 자고 갈 지 아니면 합천창녕보 인증센터를 지나서 좀 더 달리면 나오는 적포삼거리에서 잠을 잘 지였는데 달성보 인증센터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걸 정하지 못 한 상태였다. 현풍에서 적포삼거리까지는 40km 정도 되니 쉽게 결정하지 못 하고 있던 이유도 있다.

 

현풍에서 잠을 잔다면 첫 날이 편한 대신 둘째 날이 굉장히 힘들어질 우려도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정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현풍을 지나면서 날이 깜깜하다면 현풍에서 자고 깜깜하지 않으면 좀 더 달릴 생각으로 일단은 좀 더 달려보기로 했다. 

 

현풍을 지나면서 끌바 중

 

위에서 적은 대로라면 현풍에 도착했을 때 하늘을 보고 아, 이건 안 되겠다 하고 바로 잠을 자러 갔어야 했는데 사실 이게 하늘이 어둑어둑해서 그렇지 시간이 17시 밖에 되지 않은 상태여서 뭔가 잠을 자러 가기가 너무나도 애매했다. 그래서 조금 야간 라이딩을 하게 되더라도 그냥 적포삼거리까지는 달리기로 하고 계속해서 페달을 밟았다.

 

하늘이 멋있다.

 

마음 같아서는 낙동강에 있는 모든 업힐을 다 넘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런 거 없다. 다람재도 아무 고민 없이 바로 우회하는 터널로 들어가서 달렸다. 도동터널로 가는 길이 전에는 엄청 별로였던 걸로 기억 하는데 포장을 새로 했는지 꽤나 말끔해져 있었던 게 인상에 남는다.

 

이제까지 몇 번에 걸친 낙동강 종주를 하면서 도동서원을 한 번도 들리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꼭 들렀다 가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날이 어둑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동서원을 잠깐 들렀다가 왔다. 근데 하늘이 너무 멋있어서 잎이 다 떨어진 나무마저도 너무 멋있어보였다. 다음 날 왔으면 똑같은 감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다람재

 

도동서원을 출발해서 달리고 있으니 이제는 그래, 밝을 때 도착하는 건 힘들겠다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그래서 배도 고픈데 빵이라도 먹고 가자 싶어서 그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빵을 먹었다. ㅋㅋ 두 번째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가끔씩 보이던 전기 자전거를 탄 분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휑하고 날아가버려서 그 다음부터는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휴식 중

 

빵도 먹고 으쌰 기운 차려서 달리다 보니 어느덧 날이 완전히 져버렸다. 저 때가 아마 17시 45분인가 그랬으니 11월 낙동강의 밤은 매우 빨리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사실 야밤에 달리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들개나 야생동물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18시도 안 됐는데 야밤이라기엔 좀 그런가 싶기도 하네. 

 

하여튼 실제로 달리면서는... 길고양이를 도대체 몇 마리를 마주친건지 갑자기 시꺼먼 어둠 속에서 길고양이가 튀어나올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느라 죽는 줄 알았다.

 

11월 낙동강의 저녁

 

열심히 달리다보니 안내 표지판이 정신없이 붙어있는 곳이 나왔다. 여기가 바로 무심사인데 여기는 안내 표지판을 왜 이렇게 많이 붙여뒀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무심사는 절대 밤에는 못 올라가겠다 싶어서 우회를 선택했는데 사실 낮에 왔어도 우회를 했을 거다.

 

무심사 입구

 

근데 무심사 우회길도 장난이 아니었다. 우회길에는 업힐이나 오르막이 전혀 없기는 한데 시골이라 그런지 가로등도 하나도 없고 불빛도 거의 없다시피해서 우회길을 달리면서 등에서 식은 땀이 주륵 흘렀다. 앞이 안 보이니 속도도 낼 수 없어서 천천히 달렸는데 다리 밑에서 낚시를 하던 분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무심사 우회길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합천창녕보 인증센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건물도 문을 닫았는지 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빛이 들어와 있기는 했는데 우선 그런 건 상관없이 빨리 적포삼거리로 가는 것만을 생각했다.

 

사실 합천창녕보 인증센터에 도착했을 때 적교장 아저씨가 나와있으면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볼까 살짝 고민이 되긴 했다. 날이 너무 어둡기도 하고 하니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고 다음 날 다시 합천창녕보 인증센터까지 돌아와서 라이딩을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조금 있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것도 너무 시간 낭비가 되는 것 같아서 그냥 자전거를 타고 적포삼거리까지 가기로 했다. 

 

합천창녕보 인증센터

 

인증센터 부스에 도장을 찍으러 들어갔다가 갑자기 인증센터 부스 안에 불이 켜져서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종주를 하면서 낮에만 달린 건 아니긴 했지만 불이 들어오는 인증센터는 처음이었다.

 

적포삼거리로

픽업은 나와있지 않았지만 적교장에 전화를 하면 아마 픽업은 나와줬을 테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조금만 더 참고 라이딩을 해보기로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합천창녕보 인증센터에서 적포삼거리는 금방 갈 수 있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 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시간이 꽤 걸렸다. 

 

적포삼거리까지 자전거로 달리면서 구간이 꽤 길게 느껴졌었는데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해보니 합천창녕보 인증센터에서 적포삼거리까지의 거리는 10km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날만 밝았다면 30~40분이면 충분히 달릴 수 있는 거리였다.

 

알을 품은 거미?

 

무심사를 우회할 때도 그랬지만 합천창녕보에서 적포삼거리까지 가는 길도 매우 어두워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차도를 타고 달렸는데 그나마 가민 바리아가 뒤에서 오는 차량을 알려줘서 차량이 올 때는 옆으로 피해가면서 달리다가 계속 달리면서 보니 자전거 도로의 상태가 나름 괜찮아 보여서 이내 자전거 도로로 진입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자전거 도로가 있을 때는 최대한 자전거 도로로 달리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근데...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서 언제 바닥에 홀이 나올까 노심초사 하면서 달리느라 지치긴 했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어둠을 헤치며 적포삼거리를 향해서 가던 길에 갑자기 예상치도 못 했던 가로등이 나왔다. 어? 여긴 왜 이렇게 밝지? 이 쪽 구간은 라이더들을 위해 가로등이 설치가 되어 있는건가? 라고 감탄 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쪽에는 커다란 암벽이 하나 있는데 아마 이 암벽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한 가로등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런 게 암벽 구간이 끝나니 바로 가로등이 없어졌었다...

 

근데 너무 어두워서 그런가... 암벽이 하나도 안 보이던데 좀 더 암벽 쪽에 조명을 비춰놔야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낮에 봤을 때 나름 웅장한 느낌이었으니까 조명만 잘 비춰주면 밤에도 멋있는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다.

 

암벽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적포삼거리에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1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진에 나오는 풍경들이 매우 어두워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22시쯤 달린 거에요? 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구간을 달릴 때가 18시 정도였다. 11월 낙동강의 밤은 매우 어둡다.

 

적포삼거리에 도착해서 먼저 서울식당에 갔더니 문이 닫혀있었고 다른 데를 갔더니 문을 닫혀있었고 저기를 갔더니 영업이 끝났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문을 연 추어탕을 먹어야 하나... 하면서 도로에 서있었더니 웬 트럭이 와서는 경적을 울렸다. 뭐하는 사람인가 하고 봤더니 적교장 아저씨였는데 어디서 묵을 거냐고 방 있다고 호객 행위를 하고 계셨다. ㅋㅋ

 

어쨌든 원래부터 적교장에 묵을 생각이었으니 밥을 먹고 적교장으로 가겠다고 하고 밥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솔직히 원래 추어탕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긴 한데 두 번 먹으라면... 음... 그냥 편의점으로 갈 걸 하고 계속 생각했다... 아니면 통닭이라도... 

 

추어탕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씻고 나와서 편의점을 갈까 했었는데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너무나도 지쳐서 편의점을 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올 생각도 들지 않을 것 같아 적교장으로 가기 전에 이마트24 에 들러서 간단한 간식 거리를 구매해서 적교장으로 갔다.

 

적교장에서 주인 아저씨와 대화하면서 오늘 하루동안 상주상풍교 인증센터부터 170km 를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하니까 아니, 이 작은 자전거로 어떻게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왔냐고 놀라셨다. ㅋㅋ 1층의 자전거 창고에 자전거를 보관한 후 방에 들어가서 빨래감을 가지고 카운터로 갔더니 아저씨가 귤과 감을 주셨는데 귤만 먹고 감은 다음 날 먹으려고 남겨놨다가 집에 와서 엄니한테 줬다. 나는 왜 이리 다람쥐 같을까.

 

근데... 이마트24 에서 허니버터칩을 살까 하다가 돌아온짱구를 구매했는데 실수였다. 맛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힘들어서 딱딱한 무언가를 씹어먹을 기운이 없었다. 카스테라 같은 걸 사먹었어야 했나.

 

적교장 & 적교장 자전거 보관소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몸을 풀어주고 편의점에서 사온 과자와 귤을 먹고 TV 에서 위대한가이드였나 무슨 알베르토가 나오는 방송을 하길래 TV 를 좀 보다가 다음 날의 라이딩을 위해 23시 30분쯤 불을 끄고 취침 모드로 들어갔다.

댓글